컨텐츠 바로가기

11.27 (수)

“김여사 특검” vs “이재명 구속”…또 갈라진 서울 도심 주말 집회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23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 일대에서 윤석열 정권 퇴진과 김건희 여사 특검을 촉구하는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이에 맞불을 놓듯 보수단체는 인근에서 집회를 열고 이재명 민주당 대표 구속을 촉구했다.

민주당은 이날 오후 서울 광화문 북측광장 앞 도로에서 ‘김건희 윤석열 국정농단 규탄 특검촉구 제4차 국민행동의 날’ 집회를 개최했다. 이달 초 주말 집회를 시작한 뒤로 네 번째 장외집회다.

세계일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북측광장 인근에서 열린 '김건희-채상병 특검 추진! 국정농단 규명! 윤석열을 거부한다 2차 시민행진'에 참석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날 오후 4시쯤부터 참가자들은 광화문 북측광장에 속속 모여들어 ‘윤석열을 거부한다’ ‘김건희 특검 수용하라’ 등 문구가 적힌 종이 플래카드와 촛불을 손에 들었다. 지난 세 차례 집회때와 달리 각 지역 이름이 적힌 깃발을 흔들거나, 민주당을 상징하는.파란색 의상으로 온몸을 휘감은 시민은 찾기 어려웠다. 앞서 민주당이 당원들에게 지역위원회 깃발이나 파란색 복장 착용을 자제하라고 사전 공지한 데 따른 변화로 풀이된다. 서울 서대문구에서 왔다는 강영아(52)씨는 “어느 정당의 당원도 아니”라면서도 “서민들은 먹고 살기가 너무 힘든데 대통령은 경제 살릴 생각은 없어 보이고, 명태균이니 디올백이니 추문만 늘어나는 상황이 답답해서 처음으로 나왔다”고 말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연단에 올라 김건희 특검법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윤 대통령은 들불처럼 번지는 시국선언의 엄중함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광장에 모이는 시민들의 분노를 두려워해야 한다. 국민이 이긴다. 끝까지 투쟁하자”고 외쳤다. 25일 위증교사 위반 혐의 재판 1심 선고를 앞둔 이재명 대표는 이날 집회에 참석했지만 별도로 연설을 하지 않았다.

민주당이 주최한 이날 집회는 약 30분만에 종료됐다. 집회 종료 후 지도부 등 민주당 의원들은 참여연대, 전국민중행동 등 시민사회단체 연대인 진보 성향 시민단체 모임 ‘거부권을 거부하는 전국비상행동(거부권비상행동)’이 주최한 ‘김건희·채상병 특검 추진! 국정농단 규명! 윤석열을 거부한다 2차 시민행진’에 에 합류했다. 거부권비상행동이 신고한 집회 인원은 4만명이다. 이들 범야권 연합 집회 참가자 행렬은 오후 7시쯤부터 안국동사거리에서 을지로, 종각을 지나 명동역까지 행진했다.

세계일보

23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김건희-채상병 특검 추진! 국정농단 규명! 윤석열을 거부한다' 2차 시민행진 집회가 열리고 있다. 뉴시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한편 이날 오후 3시부터 자유통일당 등 보수단체들은 야권 집회 장소와 불과 600m 떨어진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 도로에서 수만명 규모로 모여 이재명 대표 구속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태극기와 성조기를 함께 든 참가자들은 서울시의회로 이어지는 편도 전 차로를 막고 “이재명을 구속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또 문재인 전 대통령과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를 구속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부 집회 참가자들이 상대 진영 집회 피켓을 든 시민들을 향해 욕설을 하면서 곳곳에서 시비가 붙었지만, 다른 참가자와 경찰이 말리며 상황이 일단락되기도 했다. 경찰은 이날 도심 집회 안전에 대비해 약 3000여 명을 투입했으며, 다치거나 연행된 사람은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광화문 광장을 사이에 두고 열린 대규모 집회 소음에 시민들은 불편을 호소했다. 시청역 앞에서 만난 김모(24)씨는 “귀가 째지는 듯한 찬송가 소리와 혐오로 가득찬 고성을 듣는게 괴롭다”며 “집회 때문에 버스 노선이 바뀌거나 배차 간격이 늘어나는 것도 불편하다”고 말했다. 경복궁을 찾은 영국인 관광객 샬럿 부스씨는 “시위 방식이 흥미롭다”면서도 “한국 정치 상황에 대해 잘 모르지만, (시위대가 요구하는) 문제가 빨리 해결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규희 기자 lkh@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