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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재명 사례로 본 ‘위증 교사’…법원은 이런 때 실형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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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석·이가영의 사건노트]

[김우석·이가영의 사건노트]는 부장검사 출신 김우석 변호사가 핫이슈 사건을 법률적으로 풀어주고, 이와 관련된 수사와 재판 실무를 알려드리는 코너입니다. 이가영 기자가 정리합니다.

25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위증교사 사건 1심 판결이 나온다. 위증 교사 사건은 이 대표가 지난 2018년 경기지사 선거 방송 토론회에서 과거 ‘검사 사칭 사건’과 관련해 “검사를 사칭하지 않았고 누명을 썼다”고 말해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기소된 뒤 재판을 받는 과정에서 고(故) 김병량 전 성남시장의 수행비서 출신인 김진성씨에게 거짓 증언을 요구했다는 내용이다.

함께 기소된 김진성씨는 법정에서 이 대표의 요구를 듣고 위증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반면 이 대표는 김씨에게 “기억을 되살려 있는 대로 말해달라”고 말했고, 이러한 녹취록이 있지만 검찰이 녹취록을 짜깁기해서 이런 내용을 빼버린 채 위증교사로 억지 기소했다고 항변한다.

정치권에서는 지난 15일 선거법 위반 사건에서 의원직 상실형인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이 대표가 위증 교사 사건에서는 어떤 판결을 받을지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검찰은 이 대표에게 징역 3년을 구형했는데, 민주당은 “이 대표는 무죄”라는 입장이지만 국민의힘에서는 “실형이 선고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앞서 작년 9월 서울중앙지법 유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 대표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도 “위증 교사 혐의는 소명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었다.

Q. 위증교사가 뭔가요? 이 대표의 선거법 위반 사건은 징역 2년이 구형됐는데, 이것보다 무거운 범죄인가요?

A. 위증교사란 위증을 사주하는 것입니다. 법정에서 거짓 증언을 해서 범죄 사실이 드러나지 않게 해달라고 요구하는 거죠.

법정 증언은 국가가 진실을 찾아내고 법을 적용할 수 있는 주요 증거입니다. 위증은 거짓 증언으로 증거를 조작하는 범죄입니다. 진실을 해치는 사법 방해로, 엄벌하는 것이 실무에서의 기조입니다.

위증교사는 위증을 만든 책임까지 추가되기 때문에 더욱 엄벌합니다. 검찰이 김진성씨에게 징역 10월을 구형하면서, 이 대표에게는 징역 3년을 구형한 건 이런 취지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Q. 이 대표의 위증교사 혐의는 무엇인가요?

A. 이 대표는 과거 KBS의 최모 PD와 함께 김병량 당시 성남시장에게 전화해서 검사를 사칭했다는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이것이 경기도지사 후보 토론회에서 언급되었는데, 이 대표는 “억울하게 누명을 썼다”는 취지로 대답했습니다. 검찰은 ‘누명’ 발언이 허위사실공표로서 선거법 위반이라고 기소했습니다.

이 재판 과정에서 이 대표가 김진성씨에게 “김병량 당시 성남시장과 KBS 사이에 나를 검사 사칭 사건의 주범으로 몰기로 한 협의가 있었다”고 증언해 달라고 교사했다는 게 검찰의 시각입니다. 실제로 김씨가 2019년 2월 재판에서 이 대표가 요구한 대로 위증했다는 것입니다. 이후 이 대표는 2020년 10월 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를 확정받았습니다.

조선일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9월 30일 위증교사 혐의 1심 결심공판을 앞두고 취재진에게 "검찰의 증거조작"이라고 말하고 있다. /TV조선


Q. 이 대표는 김진성씨에게 “기억을 되살려, 있는 대로 얘기해 달라”고 말했다고 했습니다. 사실대로 말해달라는 취지인데, 이걸 위증교사라고 할 수 있나요?

A. 말은 이어지는 것입니다. 따라서 그 의미와 취지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몇 마디 단어만을 기준으로 판단할 수는 없고 ▲발언 경위 ▲전체적인 맥락 ▲전후 사정 ▲발언 의도 등을 살펴서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합니다.

예컨대, 누군가가 다른 사람을 비난하는 상황에서 “멋~있~다~”고 말했다고 합시다. ‘멋있다’고 말했으니, 그 의미 그대로 받아들여야 할까요? 비아냥거리며 비난하는 의도라고 판단함이 맞을 것입니다.

자, 기억나지 않는다는 사람에게 “기억을 되살려” 있는 대로 얘기해달라고 말하는 상황을 상정해 봅시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건 ‘그런 사실이 없다’는 의미일 수도 있습니다. 이를 알면서도 “기억을 되살려” 얘기해 달라고 말하면, 거짓말을 해달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는 것입니다. 검찰이 기소한 건 이런 취지가 아닐까 싶습니다. 법원의 판단은 지켜봐야겠지요.

Q. 유죄 판결이 난다면, 여당 주장처럼 실형이 선고될 수도 있는 걸까요? 위증교사 사건은 어떤 경우에 실형이 선고되나요?

A. 죄질이 불량하면 실형이 선고됩니다. 구체적으로 보면 ▲혐의를 부인하는지 (거짓말을 사주하고, 이를 거짓말로 또다시 은폐하는 것이어서 죄질 불량) ▲위증으로 인해 사건의 유‧무죄 결론이 바뀔 수 있었는지 (사법 방해를 실현하는 것이어서 죄질 불량) ▲위증 교사로 회피하려던 책임의 정도는 어떠한지 (위증으로 중형 선고를 피했다면 죄질 불량) ▲위증을 교사하는 방법 (위협‧강요했거나 경제적 이익으로 회유했다면 죄질 불량) 등을 살핍니다.

아울러 위증교사 사건에서는 혐의를 부인하는 경우, 통상적으로 징역 4월 등 단기 실형이라도 선고합니다. 물론, 중대한 위증을 교사했다면 형량은 더 올라갈 것입니다. 법원이 끝없는 거짓말을 참아주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Q. 그러면 재판부는 이 대표 사건에 대해 어떻게 판결할 것 같나요?

A. 유·무죄를 예단할 수 없지만 우선 이 대표가 위증교사 혐의를 부인하고, 민주당이 정치 탄압 프레임을 내세워 수사기관을 공격한다면 법원이 이를 좋지 않게 볼 가능성이 있습니다.

또한, 검찰의 기소 내용으로 살펴보자면, 이 대표는 KBS 측과 성남시 측에서 이 대표에게 검사 사칭 책임을 돌리려 했다는 취지로 주장하면서 후보 토론회에서 한 ‘누명 발언’의 의미를 풀어가려고 했습니다. 당시 성남시장의 수행비서였던 김진성씨의 증언을 통해 이를 뒷받침하려고 했다는 것이죠. 이렇게 되면, 일단 재판부는 이 사건이 재판 결과에 영향을 미칠 만한 중요한 사안이었다고 판단할 여지가 있습니다.

위증 교사의 방법을 보자면, 검찰은 “현직 도지사라는 우월적 권력을 악용해 매우 계획적이고 집요한 방법으로 김진성씨를 회유하고 위증을 교사했다”는 입장입니다. 이 대표가 김씨를 여러 번 접촉해서 회유했다는 취지입니다.

다만, 여당 의원들 말대로 실형이 선고된다고 해도 법원이 법정 구속을 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럴 경우 ▲제1야당의 대표이자 현직 국회의원이어서 도망할 우려가 없고 ▲충분한 증거가 수집돼 추가로 인멸할 증거도 없으며 ▲정치적 논란이 있는 사건에서 다툴 기회를 보장한다는 취지를 설명할 것으로 보입니다.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 사건에서도 재판부는 실형을 선고하면서 법정구속은 하지 않았습니다.

조선일보

김우석 법무법인 명진 대표 변호사. /조선일보DB


[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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