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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정부, 사도광산 추도식 불참…추도사 등 합의 불발, ‘외교 실패’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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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 대표 야스쿠니 신사 참배 이력

한국인 희생자 유가족 ‘들러리’ 우려 판단

일본, 추도사에 ‘자축’ 넣으려 했을 가능성

경향신문

조선인 강제 노역 현장인 일본 사도광산 내부 모습. 연합뉴스


정부가 24일로 예정된 일본 사도광산 추도식을 하루 앞두고 전격 불참을 결정했다. 일본 정부 대표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전력 논란, 추도사 내용 등이 문제가 된 것으로 보인다. 한국 정부 참여시 윤석열 정부 국정 위기를 가중할 수 있다는 고려도 작용한 것으로 읽힌다. 정부가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이미 찬성해 협상카드를 잃은 상황에서 공동 추도식이 불발되면서 ‘외교 실패’ 비판이 일 수 있다.

외교부는 지난 23일 오후 언론 공지에서 “정부는 사도광산 추도식 관련 제반 사정을 고려해 24일 예정된 추도식에 불참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일본은 이날 오후 1시 사도시 아이카와 개발종합센터에서 예정대로 사도광산 추도식을 개최할 예정이다.

외교부는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은 추도식을 둘러싼 양국 외교당국 간 이견 조정에 필요한 시간이 충분치 않아 추도식 이전에 양국이 수용 가능한 합의에 이르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한·일이 추도식을 하루 앞둔 시점까지 최종 합의를 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외교부는 외교 채널을 통해 일본 측에 불참을 통보했다.

외교부는 구체적인 협상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추도식에 참석하는 일본 정부 대표와 추도사 내용의 적합성 결여가 결정적인 불참 배경으로 꼽힌다.

앞서 일본 외무성은 지난 22일 추도식에 이쿠이나 아키코 정무관(차관급)이 참석한다고 발표했다. 정무관 이상 참석을 주장한 한국 정부 요구를 받아들인 것이지만, 이쿠이나 정무관이 참의원 당선 직후인 2022년 8월15일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미가 퇴색했다.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는 과거 침략전쟁의 책임을 부정하는 행보이기 때문이다. 이쿠이나 정무관은 참의원 선거 전에 강제동원과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두고 “한국 정부가 더 양보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외교부는 ‘일본 참석자에 대한 입장’을 밝히며 이쿠이나 정무관이 추도사를 낭독할 것이라고 ‘일단 수용’하는 모습을 취했지만, 결국 최종 불참으로 가닥을 잡는 데 이 논란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한·일 정부 대표가 추도식에서 낭독하려한 추도사 내용을 두고도 양측이 접점을 찾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유가족의 방일 비용을 일본이 아닌 한국 정부가 모두 부담하고, 추도사 명칭이 누구를 기리는 것인지 모호한 ‘사도광산 추도식’으로 정해진 것도 일본의 진정성을 의심케하는 대목이었다. 이 때문에 일본 측의 추도사 내용은 정부 참석자와 더불어 일본의 성의를 최종 평가할 수 있는 핵심 요소로 꼽혀왔다.

일본 측이 제시한 추도사는 ‘한국인 노동자’를 명확히 언급하지 않거나, 이들을 대상으로 한 반성과 추도의 내용을 담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추도사에 사도광산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자축하는 내용을 넣으려 했을 수도 있다. 앞서 일본은 한국과 협상 과정에서 추도사 명칭에 ‘감사’라는 단어를 포함하려고 시도했다. 하나즈미 히데요 일본 니가타현 지사도 지난 20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추도식은) ‘사도광산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이 됐다’는 것을 관련된 분들에게 보고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경우 추도식에 참석하는 강제동원 한국인 노동자의 유가족 9명은 ‘들러리’에 그칠 수 있다. 외교부 당국자도 지난 21일 “추도식 현장에 참석하는 분들의 마음이 다치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하면 안 된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주한 일본대사관은 이날 한국의 추도식 불참 등과 관련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주최자인 현지 관계자와 협력하면서 일·한 정부 간에서도 정중한 의사소통을 실시해왔다”라며 “이런 가운데 한국 측이 불참한다면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일본대사관은 또 “‘사도금산’이 올해 세계유산으로 등재돼 추도식이 개최되는 것을 감안해 정부 차원에서 종합적인 판단으로 외무성에서 홍보문화 및 아시아대양주 정세를 담당하는 이쿠이나 정무관의 참석을 결정한 것”이라며 “이쿠이나 정무관은 참의원 취임 후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사실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7월 말 일본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반대하지 않기로 일본과 합의했다. 대신 일본은 한국인 노동자의 역사를 알리는 전시물을 설치하고, 한국인 노동자 등을 위한 추도식을 매년 개최키로 약속했다.

강유정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윤석열 정부의 굴욕적 대일외교를 더 이상 좌시하지 않겠다”며 “매국 정부에게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등재를 막기는커녕 국민의 자긍심과 자존심마저 뭉개버린 책임을 반드시 묻겠다”고 밝혔다.

정희완 기자 ros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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