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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이슈 인공지능 시대가 열린다

AI가 '2시간後 비' 알려준다…내년 장마부터 'AI예보 시대' 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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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초단기 강수 예측 대국민 서비스…"강수 유무 정확도 90% 이상"

빅테크들 AI 예보 경쟁 중…한국도 뒤처지지 않지만 '자원'이 문제

연합뉴스

20일 제주 서귀포시 국립기상과학원에서 인공지능(AI) 초단기 강수 예측 모델 시연이 진행 중인 모습. [촬영 이재영]


(서귀포=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내년부터 국내에도 본격적인 '인공지능(AI) 일기예보' 시대가 열린다.

국립기상과학원 이혜숙 인공지능기상연구과장은 지난 20일 제주 서귀포시 과학원에서 열린 언론 설명회에서 "AI 초단기 강수 예측 결과를 내년 여름 방재 기간(5월 15일부터 10월 15일까지)부터 국민에게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과학원은 2019년부터 예보에 AI를 접목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초단기 강수 예측은 국민에게 공개되는 첫 성과물이다.

과학원 초단기 강수 예측 AI 모델은 2014·2016·2017·2018·2019·2021·2022년 등 7년 치 기상레이더 영상과 지상 관측자료를 학습했으며 오픈AI(OpenAI)의 챗GPT 등 생성형 AI 모델이 사용하는 '트랜스포머 기술'로 미래의 영상을 생성하는 방식으로 예측을 제공한다.

트랜스포머는 생성형 AI 모델이 사용자가 입력한 문장의 문맥을 이해하고 이에 맞는 대답을 빠르게 내놓을 수 있게 하는 것으로, 현재 AI 시대를 열어젖힌 기술이다.

초단기 강수 예측 AI 모델은 6시간 후까지 10분 단위 예측을 제공한다.

다만 국민에 공개되는 범위는 '2시간 후까지 예측'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예정대로면 내년 여름부터는 누구나 기상청 홈페이지나 '날씨알리미' 애플리케이션에 접속해 비구름대가 2시간 후 어딜 지날지 알 수 있게 된다.

정확도의 경우 '비가 내리는지 안 내리는지'를 맞히는 강수정확도로는 90% 이상이고, '비가 왔을 때 이를 맞춘 비율'을 뜻하는 임계성공지수는 올해 5∼9월 1천771개 사례에 대해 선행시간별로 1시간은 0.5888, 3시간은 0.4649, 6시간은 0.3605다.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올해 2분기와 3분기 기상청 임계성공지수가 0.5와 0.34, 수치예보모델인 한국형지역예보모델(RDAPS-KIM)의 작년 5∼9월 임계성공지수(6시간 누적 강수에 대한 24시간 예측)가 0.49∼0.62였으니 절대 낮지 않다.

사실 기상예보 AI 모델 최대 장점으로는 정확도보다 예측하는 데 시간과 자원이 매우 적게 드는 점이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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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청 관계자가 인공지능(AI) 초단기 강수 예측 모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기상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과학원 초단기 강수 예측 AI 모델의 경우도 6시간 후까지 10분 단위 예측을 생산할 때 걸리는 시간이 38∼42초에 불과하다.

원래 기상예보는 AI가 넘보기 어려운 영역으로 꼽혔으나 최근 수년 사이 빅테크들이 경쟁을 벌이면서 기상예보 AI 모델이 눈부시게 발전했다.

수치예보모델 중 정확도가 가장 높은 '유럽중기예보센터 통합예측모델'의 단일예측보다 더 정확히 예측한다고 평가되는 모델도 구글 딥마인드 '그래프캐스트'(GraphCast)와 화웨이 클라우드의 '판구-웨더'(Pangu-Weather) 등 이미 다수다.

수치예보모델은 일종의 '날씨 시뮬레이터'로, 현재 기상예보의 근간이다.

과거 자료를 토대로 예측하기에 기후변화로 빈번해질 '전례 없는 기상현상'을 예측하지 못할 수 있다는 점과 예측 과정을 사람이 알 수 없는 블랙박스 문제가 단점으로 꼽히지만, 기상예보 AI 모델이 수치예보모델과 비등한 수준까지 발전해 '보완재'로까지 올라섰다는 데는 사실상 이견이 없다.

우리나라 기상청은 세계 기상 당국 중에 비교적 빠르게 AI 기술을 도입하고 AI 모델 개발에 나선 편이다.

이혜숙 과장은 "구글과 중국 칭화대도 초단기 강수 예측 AI 모델을 개발하고 있는데 우리 모델 성능이 뒤지지 않으며 더 낫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과학원은 앞으로 블랙박스 문제를 개선하는 '설명할 수 있는 AI'를 개발하는 한편 그래프캐스트와 같은 전(全) 지구 기상예보 AI 모델도 만들 계획이다.

문제는 자원이다.

AI 모델 학습에는 다량의 그래픽처리장치(GPU)가 필요한데, 과학원이 보유한 GPU는 엔비디아 A100 8장이 전부다. 현재 주로 사용되는 GPU는 A100 다음 모델인 H100인데 AI 모델 훈련 속도는 H100이 A100보다 최대 9배, 추론 속도는 최대 30배 빠르다.

국립기상과학원은 이달 8일 AI 분야 국가전략기술 특화연구소로 지정, 2028년까지 150억원의 지원을 확보하게 됐다. 이를 활용해 세계 5위권의 기상·기후 AI 파운데이션 모델을 만든다는 게 과학원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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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기상과학원 이혜숙 인공지능기상연구과장이 20일 제주 서귀포시 국립기상과학원에서 개발 중인 인공지능(AI) 기술을 설명하고 있다. [촬영 이재영]


이 과장은 "그래프캐스트 수준의 모델을 개발할 실력은 있다"면서 "빅테크들이 기상·기후 AI 모델 기술을 숨기기 시작한 상황으로, 투자를 통해 자체 모델 개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jylee2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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