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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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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떼기시장 만들 바엔 타이트한 ‘뮤지컬 관람 예절’이 낫다[SS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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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지난 22일 뮤지컬 ‘스윙데이즈: 암호명 A’ 공연이 열린 충무아트센터는 최악의 관람객들로 인해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공연이 이어졌다. 사진 | 표권향 기자 gioi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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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표권향 기자] 문화·예술공간에서의 관람 예절은 문화인으로서 당연히 지켜야 하는 도리이자 의무다. 행정안전부의 재난대비 국민행동요령에도 공연장·미술관·박물관 안전수칙이 명시돼있다. 그런데 일부 관람객으로 인한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아이보다 못한 어른들의 책임이 크다.

뮤지컬 ‘스윙데이즈: 암호명 A’ 공연이 열린 지난 22일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는 회사·학교 등 단체 관람객들로 인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대다수 관람객은 무식하다 못해 몰상식한 행동을 보여 공연장을 도떼기시장으로 만들었다.

◇ 분위기 파악 못 하는 저렴한 관람 태도, 한 공연을 망쳤다

충무아트센터는 공연 전 안내요원들이 방송과 육성으로 관람수칙에 대해 여러 차례 설명했다. 그러나 공연의 흐름을 끊는 저렴한 태도들을 보였다.

작품은 일제강점기 독립작전을 펼친 위대한 인물들의 이야기로, 다소 무겁고 진중한 분위기에서 프로젝트를 풀어나간다. 아픈 역사를 다루고 있어 관객들의 몰입도가 높다.

문제는 공연 시작과 동시에 일어났다. 공연의 막이 오른 암전 속에서 옆 사람과 대화하는 소리가 들렸다. 주인공 ‘유일형’ 역을 맡은 신성록이 등장했을 땐 “잘 생겼다”, “다리 길다” 등의 저급한 환호를 보냈다.

이건 약과에 불과했다. 공연 중 여기저기에서 ‘폰딧불(공연 중 휴대폰 사용)’이 출현했다. 대놓고 휴대폰을 보거나 카카오톡 메신저를 사용하기도 했다. 민폐 관객 주변인들이 여러 차례 주의를 줬지만, 어떠한 이유였는지 끝까지 꿋꿋하게 지키지 않았다.

결국 인터미션 때 컴플레인이 쏟아졌다. 충무아트센터 관계자들도 “오늘 많은 단체 관람객이 공연장을 찾았다. 그래도 이 정도로 어수선했던 적은 없었다. 오늘따라 유독 심하다. 안내요원들이 그들의 객석을 찾아 자제해줄 것을 요청하겠다”며 한숨 쉬었다.

2막 시작 전 안내요원들이 목이 터져라 당부하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들 목소리만 낭비했다. 폰딧불은 여전했고 휴대폰 벨소리까지 울렸다. 몸을 가만히 두지 못하고 좌석 동서남북으로 움직였다. 묵직한 물건을 떨어뜨리는가 하면 음식물도 섭취했다. 최악이었다.

공연장 로비에서는 질서라는 것을 찾아볼 수 없었다. 포토존은 물론 입장 시 새치기는 비일비재했다. 사진 촬영을 위해 줄을 섰던 이들은 헛고생만 한 셈이었다. 내 순서가 돼도 어디선가 튀어나온 새치기범에 의해 사진도 감정도 망쳤다. 포토존에 앉아있는데도 셔터를 눌렀다. 아무리 일반인이지만, 이들에게도 초상권이 있는데 말이다.

민폐 관객들은 대다수가 어른이었다. 학생들도 있었는데 이를 제지하는 지도자가 없었다. 오히려 선생님이 학생들과 같이 희희덕거렸다.

공연 후에는 관객이 한꺼번에 쏟아져 공연장 밖으로 나가는 것이 어려웠다. 차라리 관객들이 빠질 때까지 구석에서 기다렸다가 퇴장하는 것이 나았다.

스포츠서울

뮤지컬 ‘알라딘’ 한국 초연이 열린 23일 샤롯데 씨어터를 찾은 관람객들은 안내 요원의 지시 또는 스스로 질서를 지켰다. 사진 | gioi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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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이보다 못한 어른들의 민낯, 예절 공부 좀 하세요!

다음날인 23일 뮤지컬 ‘알라딘’ 한국 초연이 열린 서울 송파구 샤롯데 씨어터는 정반대의 모습을 보였다. 공연장을 찾은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 연인, 친구들로 1~3층까지 관객들로 붐볐지만, 모두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활짝 폈다. 아무리 긴 줄에도 불평 없이 차례를 기다렸다. ‘알라딘’의 메인 포토존인 ‘매직 램프존’, 물품 보관소, 굿즈샵 등에서도 서로 양보해 정도된 분위기였다.

모든 공연장에서 발생하는 최대 문제점인 화장실에서도 질서를 지켰다. 내부에는 직원이 빈칸을 안내해 빠르게 순환했다. 평소 인터미션 20분이 짧게 느껴졌는데, 이날만큼은 줄이 금세 줄었다. 일을 처리한 후엔 여유 있게 주변 포토존까지 구경할 수 있었다. 어떤 이들은 내부 카페에서 간단하게 요기를 채웠다.

뛰어다니거나 소리를 지르는 어린이는 단 한 명도 없었다. 공연장 안팎에서 예의를 지켰다. 공연 내내 집중했고, 배우의 유도에 따라 박수 치며 온전히 작품 속에 스며들었다.

공연 후에는 안내요원의 안내에 따라 에스컬레이터와 계단을 이용했다. 관객들은 이들의 지시를 군말 없이 따랐다. 기다리는 동안 작품 소감을 나누며 여운을 간직하는 모습이었다.

뮤지컬 관람 예절에 대해 너무 과한 행동을 요구하는 것 아니냐는 말들이 많다. 작은 움직임에도 눈총을 받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뮤지컬이 대중적으로 인기를 끌면서 많이 유해졌다는 분위기다. 자신만의 공연이 아닌 공연장을 찾은 모든 이들의 작품이라는 것을 인지했기 때문이다. 이젠 서로 배려하고 이해하려는 태도를 보인다.

지극히 개인주의적 성향이 한 공연을 망친다. 이러한 잘못된 행동이 다른 관객들에게는 민폐고, 배우들을 기만한 행위라는 것을 정작 당사자는 모른다. 기본 상식과 예의조차 모르는 어린이보다 못한 어른들의 민낯이다. gioi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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