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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트럼프 경제 '투톱' 모두 월가 출신…'관세' 시동 걸면 한국도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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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2기 행정부의 경제 '투톱'은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 지명자와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지명자다. 두 사람 모두 대(對)중국 압박을 내세워온 재계의 매파이자, ‘월가’에서 잔뼈가 굵은 금융계 출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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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8월 14일 노스캐롤라이나 유세에서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 지명자으ㅏㅣ 연설을 유심히 듣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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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의 발탁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말”이라며 강조해온 관세 드라이브를 예고한 인사로 풀이된다. 또한 금융 현장을 이해하는 인사에게 경제를 맡겨 시장을 안심시키는 동시에 대대적인 규제 철폐 등 친(親)기업 정책을 펴겠다는 시그널을 발신한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수퍼 상무장관’…“中엔 60% 이상 관세 부과할 수도”



이 가운데 관세 문제는 러트닉 상무장관 지명자가 주도권을 쥘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가 그에게 “미국 무역대표부(USTR)에 대한 직접적 책임”까지 부여했기 때문이다. 아직 별개의 조직을 어떻게 총괄할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무역 협상과 국내 산업 보호를 총괄하는 ‘관세 차르’가 될 가능성이 크다. 러트닉은 “소득세가 없고 관세만 있던 20세기 초에 미국이 가장 번성했다”며 고관세 정책을 예고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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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상무장관으로 지명한 미국 투자은행 ‘캔터 피츠제럴드’의 하워드 러트닉 최고경영자가 지난달 27일 뉴욕 집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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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공언해온 관세 정책은 모든 수입품에 대한 10~20% 보편 관세와 중국산 물품에 대한 60% 이상의 고율 관세로 요약된다. 수입품에 높은 관세를 부과해 국내 제조업을 부흥시킨다는 구상이다.

트럼프는 1기 때도 중국과 ‘무역 전쟁’을 벌이며 수십억 달러의 관세를 부과했지만, 이번엔 “그 이상 일 수 있다”고 말해왔다. 멕시코를 통한 중국의 우회 수출을 막기 위해 멕시코에서 수입되는 자동차에 100~20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했고, 1기 때 쓰지 않았던 ‘대중국 최혜국 대우 폐지’ 카드를 사용할 가능성도 있다.



‘월가’ 출신 약진…“주식·시장과의 절충점 찾은 것”



트럼프 2기 경제 투톱은 모두 월가 출신이다. 관세 정책을 주도할 러트닉과 달리 경제의 큰 그림을 그려야 할 베센트 재무장관 지명자는 관세와 물가, 주식시장 등의 균형을 감안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는 대선 직후 CNBC 인터뷰에서 “관세를 점진적으로 쌓아 올리는 방안을 제언하겠다”며 “트럼프가 가장 피하고 싶은 것이 바로 인플레이션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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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지난달 27일 뉴욕 유세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상무장관으로 지명된 하워드 러트닉. 머스크는 러트닉을 재무장관으로 지지했지만, 트럼프는 그를 상무장관으로 지명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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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문에 한층 강경한 관세론자로 분류되던 러트닉이 발탁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됐던 재무장관에 결국 베센트가 지명되자 월가에선 공개적 환영 메시지는 내는 등 ‘안도의 함숨’이 나왔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전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베센트의 발탁이 관세 확대를 지지하는 트럼프 추종 세력과 자본 사이에서 절충점을 찾은 것”이라고 풀이했다.

이와 관련, 트럼프의 강력한 관세 공약을 설계한 것으로 알려진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전 USTR 대표는 이날까지 나온 인사에 포함되지 않았다. 그는 중국과의 관계를 과감히 단절하는 ‘디커플링’(탈동조화)도 불사해야 한다는 초강경 관세론자다.

재무장관 지명 과정이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공동 대통령’으로 불리던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영향력이 줄어들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지적도 나왔다. 당초 머스크는 러트닉을 재무장관 적임자라며 공개적으로 지원했지만, 트럼프는 재검토 끝에 머스크가 반대한 베센트를 경제수장으로 지명했다.



원유 채굴…에너지 분야 장악한 석유회사



트럼프는 선거 내내 “드릴, 베이비, 드릴(Drill, baby, drill)”이란 구호를 반복해왔다. 원유와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를 생산해 에너지 비용을 중심으로 물가상승을 잡겠다는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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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2월 라스베이거스 유세에서 더그 버검 노스다코타 주지사가 연설하는 것을 듣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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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인사에서도 이러한 정책 목표가 고스란히 반영됐다. 국가에너지회의 의장엔 노스다코타의 더그 버검 주지사, 에너지부 장관엔 ‘화석연료 전도사’로 불리는 크리스 라이트 리버티에너지 CEO가 각각 지명됐다. 노스다코타는 미국에서 3번째로 원유 생산량이 많은 주(州)이고, 리버티에너지는 환경오염 논란을 빚은 셰일가스 추출법인 프래킹(fracking) 업체다.

아울러 트럼프는 환경보호청장에 환경 이슈와는 무관한 경력인 측근 리 젤딘 전 하원의원을 지명했다. 한편 한국과의 협력 가능성이 제기되는 원자력 발전에 대해선 구체적인 입장이 나오지 않았고, 이번 인사에서도 원전과 관련해 눈에 띄는 인사는 포함되지 않았다.



한국도 비상…IRA·칩스법 보조금 기업 부담



만약 트럼프가 보편관세를 도입할 경우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한국과는 당장 협정 위반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정부는 유사시 미국과 FTA를 체결한 나라들과 공동 대응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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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옥 기자


현대경제연구원은 트럼프가 공약한 관세 인상이 현실화될 경우 한국의 수출이 142억 6000만~347억 4000만 달러 줄어들 거라고 추정했다. 특히 트럼프가 반도체지원법(칩스법)과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없앨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해당 제도의 혜택으로 대규모 대미 투자를 진행하고 있는 국내 기업의 고민이 커졌다.

워싱턴=강태화 특파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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