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취임을 앞두고 협상 주도권 위한 신경전”
2018년 7월 영국 런던 남서쪽에서 열린 에어쇼에서 한 군인이 전시된 스톰섀도(프랑스명 스칼프) 미사일 앞을 지나고 있다. 영국은 스톰섀도 장거리 미사일을 우크라이나에 지원했다.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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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미사일 공격을 주고받으면서, 무력 충돌은 끝이 보이지 않는 악순환으로 치닫고 있다. 러시아는 추가 미사일 시험 발사를 예고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양측의 팽팽한 미사일 응수가 군사적 효과보다는 정치적 계산을 노린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23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국영통신 우크르인폼에 따르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내년에 전쟁이 끝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식량안보 관련 회의에 참석한 그는 외신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러시아가 전쟁을 끝내기로 하면 (전쟁이) 끝날 것”이라며 “미국이 더 강력한 입장을 취할 때, 글로벌사우스(주로 남반구에 있는 신흥국과 개도국)가 우크라이나 편에 서고 전쟁 종식을 지지할 때 (그렇게 될 수 있다)”라고 했다. 그는 “어려운 길이 되겠지만, 내년에는 이를 달성할 충분한 가능성이 있다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발언은 양측이 미사일 공방을 벌인 직후에 나왔다. 우크라이나는 지난 19일과 20일 각각 미국산 에이태큼스(ATACMS)와 영국산 스톰섀도 미사일을 이용해 러시아 본토를 처음 타격했다. 미국과 영국이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에 대한 대응으로 미사일 제한을 해제하자 바로 실행에 나선 것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21일 신형 극초음속 중거리 탄도미사일 ‘오레시니크’를 우크라이나 공격에 사용하며 응수했다. 푸틴 대통령은 “전투에서 신형 미사일 시험을 계속할 것”이라며 위협 수위를 높였다.
서방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추가 지원 가능성에 불을 지피고 있다. 장노엘 바로 프랑스 외무장관은 23일 공개된 BBC 인터뷰에서 “서방 동맹국들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에 레드라인을 설정하거나 제시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는 프랑스군이 전투에 참여할 수도 있다는 뜻이냐는 추가 질문에 “우리는 어떤 옵션도 배제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긴장 수위는 고조되고 있지만, 미사일 공격이 군사적 효용보다는 종전 협상에서 유리한 입지를 다지기 위한 정치적 움직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23일 “지상전에서 미사일을 앞세운 냉전 시대 스타일의 ‘벼랑 끝 전술’로 초점을 옮겨갔다”면서도 “지상 전선에서 눈에 띄는 영향력을 나타내지 못한 점으로 볼 때 군사적 목적보다는 정치적 목적에 부합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의회 국방정보위원장인 로만 코스텐코 의원도 한 인터뷰에서 러시아의 이번 공습으로 생긴 구덩이는 약 1.5m에 불과하고 주변에 다른 피해도 없었다고 했다. 우크라이나가 보유한 서방의 미사일도 전황을 바꿀 ‘킬 체인저’가 되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빠른 종전을 공약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을 앞두고 협상 주도권을 차지하기 위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미사일을 앞세워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는 분석에 힘이 실리는 배경이다.
현재 전황은 우크라이나에 불리하게 전개되고 있다. 23일 로이터통신은 우크라이나가 지난 8월 기습 공격으로 장악한 러시아 접경지 쿠르스크 영토의 약 40%를 러시아에 다시 내줬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는 8월 쿠르스크 공습으로 러시아의 진격 속도를 늦추고 추후 정전 협상에서 유리한 조건을 확보하려고 했으나 실패한 셈이다.
미국 정부는 쿠르스크에 북한군 1만여 명이 배치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지난 20일 우크라이나의 스톰섀도 공격으로 북한군 3명이 부상당했다고 RBC 우크라이나가 23일 보도했다. 미국의 군사 전문 매체 글로벌 디펜스 코퍼레이션는 북한군 500명이 사망했다고 보도했으나 근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북한군은 향후 전황 변화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CNN은 북한군이 러시아 본토인 쿠르스크뿐 아니라 우크라이나 마리우폴·하르키우에도 최근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이중 마리우폴은 돈바스와 크림반도를 잇는 요충지로 꼽힌다.
<박은경 기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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