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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스트레이트] 선생님이 또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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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사가 또 숨졌다

◀ VCR ▶

[서제하/고 김동욱 씨 동료 교사]
"괴로워하는 선생님에게 그저 '병가를 써라, 학교에서 도망치라'는 말밖에 하지 못했습니다. 고통을 토로할 때마다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답답했습니다. 선생님을 지키지 못해 정말 죄송합니다."

[고 김동욱 씨 어머니 편지 (대독)]
"결혼해 5년 동안 기다려 낳은 내 새끼. 나도 그 학부모들처럼 애지중지 키웠는데 이렇게 허망하게 보내야 하는 현실이 믿기지 않는구나. 다음 생에서도 꼭 엄마 아들로 태어나서 엄마에게 많은 기쁨과 사랑을 주길 바란다."

'선생님, 부디 천국에서는 아이들 마음껏 사랑하며 행복하게 보내세요.'

지난 10월, 또 한 명의 교사가 숨졌습니다.

인천의 한 초등학교에서 장애 학생을 가르치던 4년 차 특수교사.

28살 김동욱 씨입니다.

■ "선생님 어디 갔어?"

◀ 이휘준 ▶

특수학급이란 장애가 있는 학생들도 차별 없이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초·중·고등학교에 설치된 학급을 말합니다.

관련된 전공을 마쳐야 특수교사가 될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한 젊은 교사의 죽음으로 드러난 특수교육 현장의 문제점을 취재했습니다.

최경재 기자 나와 있습니다.

최 기자, "고 김동욱 교사가 특히 올해부터 주변에 많은 고충을 호소했다"고 들었습니다.

◀ 최경재 ▶

네, <스트레이트>는 특수교사가 겪는 어려움에 공감한 유가족의 동의를 얻어 동욱 씨의 이름을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김 교사는 자신이 맡은 학급이 과밀 학급이 되면서 지난 3월부터 격무에 시달려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VCR ▶

지난 2021년, 특수교사로 학산초등학교에 부임하며 교직생활을 시작한 고 김동욱 씨.

성대모사를 즐겨하며 동료들에게 웃음을 주고,

[고 김동욱 특수교사]
"워따 재미있다. 아이 그래도 진천인디"

특수 학생들을 위해 노래를 부르는 영상을 찍던 막내교사였습니다.

[고 김동욱 특수교사]
"아쉬워하다 너를~ 연락했다 할까~ 자, 안녕~ 아 '삑사리' 났다. 하하하."

[서제하/고 김동욱 씨 동료교사]
"정말 밝고, 붙임성 있는 친구였고. 같이 있으면 정말 주변이 환해지는 사람이었어요. 누구 하나 진짜 좋아하지 않는 교사 동료들이 없었고. 그게 아이들한테도 그런 태도였고. 매사에 그랬던 것 같아요."

"집 앞까지 와서 등교 지도를 해달라"는 학부모의 부탁을 난감해하면서도 거절하지 못했던, 그만큼 장애 학생들이 따르던 선생님이기도 했습니다.

[특수학급 학부모 A]
"그 아이의 장애 특성상 한 곳에 이렇게 있으면 절대 움직이지 않아요. 안 가. 1시간을 버텨요. 늘 가르쳤던 선생님이니까 한 번만 얘기해도 걔는 움직여요. 밖에 나와서 걔를 데리고 갔던 거 2번 봤어요."

그러던 그가 지난 10월 24일, 학교 인근 자취방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동욱 씨에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지난해까지, 학산초등학교에는 7명의 특수교육대상 학생이 다니고 있었습니다.

법에 명시된 특수학급의 정원은 6명, 교사 1명당 학생 수는 4명입니다.

그래서 2명의 특수교사가 한 반씩 맡아, 모두 2학급을 운영했습니다.

그런데 올해 초 졸업과 입학 등으로 학생이 6명이 되자, 인천시교육청은 특수학급을 한 반으로 줄여버렸습니다.

3월과 5월에 전학 등으로 특수교육 대상 학생이 오히려 8명으로 늘어났지만, 분반을 해주지 않았습니다.

학생 수는 늘어났는데 김 교사 혼자 특수교사 2명이 하던 일 이상을 떠맡게 된 겁니다.

특히 학생 8명 중 4명은 자해나 해코지를 할 우려가 있는 중증 장애를 겪고 있었습니다.

[이주연/인천교사노조 위원장]
"특수교육법에 의하면 한 학급당 학생이 6명이어야 되는데 김 선생님 같은 경우는 중도 중복장애죠, 중증인 아이들이 무려 4명이나 있었고요. 그런데 이런 아이들이 1명만 교실에 있어도 수업이 불가능해요. 불가능한데, 이 선생님 4명이나 맡고 계셨고."

당시 수업 장면을 보면, 학생이 수업 시간 내내 알 수 없는 소리를 지르거나 책상 모서리를 물어뜯는 등 통제가 쉽지 않은 상황들이 발생하고 있었습니다.

김 교사의 학교 보건실 진료 기록.

지난 9월엔 "돌발행동하는 학생의 팔을 잡다가 허리가 꺾여 복대를 착용했고, 얼굴을 발로 맞았다"는 기록도 있습니다.

과밀학급을 맡게 된 올해 들어서만 외상과 근육통 등으로 52차례나 치료를 받았습니다.

2년 전보다 2배 늘었습니다.

[김성희/10년 차 특수교사·인천교사노조 교권보호국장]
"아이가 이제 교실을 이제 나가서 선생님이 아이가 다칠까 봐. 교실을 이탈하면 안 되니까. 데리고 오면서 허리를 또 다쳐서 선생님이. 그 허리에 보조기구를 차고 근무를 하셨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이런 상황에서도 1주일에 29교시의 수업을 소화해야 했습니다.

초등학교 교사의 주당 평균 시수보다 무려 8시간이 더 많았습니다.

[이동원/고 김동욱 씨 동료 교사]
"처음 듣는 주당 시수인데요. 29시수라고 하면 보통 초등학교가 월화수목금 중에 수요일을 보통 5교시로 하고. 월화목금을 6교시로 운영을 하거든요. 그러니까 한 번도 안 쉬게 되면 그 29시수가 나오는 거예요. 일과 중에는 아이들 수업으로 꽉 차 있던 거죠. 일주일 내내."

통제하기 힘든 특수교육 학생들을 상대로 매일 혼자 거의 6교시씩 수업을 했다는 뜻입니다.

여기에 일반 수업을 들으러 가는 특수학생들도 챙겨야 했습니다.

이른 아침, 한 특수학생 학부모가 김 교사에게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

"자녀가 체육 수업이 있다"면서 "가방에 조끼를 넣었으니 활동할 때 입을 수 있도록 말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학교에 자녀와 의사소통할 수 있는 선생님은 특수교사인 동욱 씨밖에 없었던 겁니다.

[특수학급 학부모 A]
"얘네들이 어떻게 컨트롤 해야 되는지 저는 엄마는 많이 키워봤으니까 알잖아요. 근데 그걸 아는 선생님이 동욱 선생님이었어요. <사실 소통할 수 있는 창구가 김동욱 선생님하고...> 네. (선생님)밖에 없어요. 진짜 없어요."

수업 앞뒤로는 쌓여있는 행정 업무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올해 들어 김 교사가 작성한 공문은 147건.

학산초등학교 교사 중 가장 많았습니다.

김 씨는 동료들에게 "학교에 일찍 출근해서 기안 2개 올리고 계획서 썼다"며 "아직도 눈물 난다" "계획서 언제 다 쓰지"라며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습니다.

[서제하/고 김동욱 씨 동료 교사]
"점심시간에 급식실에서 이제 학생들이 식사를 할 때 김 선생님이 맡은 아이들이 식사하는 거를 지켜봐요. 본인 식사도 제대로 못하면서 아이들을 그렇게 관리하는데 도저히 산 사람의 얼굴이라고 하기 어려웠어요."

신체적, 정신적 한계에 육박했던 업무.

보다 못해 병가라도 내라던 동료들의 권유에도 꿋꿋하게 교실을 지켜오던 동욱 씨는 결국 주검으로 발견됐습니다.

[이주연/인천교사노조 위원장]
"‘너 이러다 병나겠다. 병가 좀 써라’ 했는데, 그때마다 하셨던 선생님의 말씀은 ‘그럼 우리 애들 어떡해’ 그 말씀이었다고 하시더라고요."

없는 시간에도 짬을 내 학교 옥상에 가꾸던 텃밭은 주인을 잃었고,

[이동원/고 김동욱 씨 동료 교사]
"아이들의 어떤 정서나 이런 것에 도움이 많이 된다고 해서 그 텃밭을 되게 많이 가꾸었거든요. '너무 더운데 이렇게 혼자 땡볕에 나가서 너무 힘들지 않냐, 땀 삐질삐질 흘려가면서' 그랬더니 ‘형님, 저 이게 지금 유일한 낙이에요. 이것 때문에 살아요’ 그렇게 얘기를 했던 게 기억이 납니다."

학생들은 자신들을 이해해 주는 선생님을 잃었습니다.

[특수학급 학부모 B]
"많이 찾아요. '보고 싶어. 김동욱 선생님 어디 갔어?' 그런 얘기를 집에서 가끔가다 혼잣말을 이렇게 하더라고요."

■ 예견된 비극

◀ 이휘준 ▶

<스트레이트>가 이 문제를 취재한 이유, 특정 교육 공무원이나 학부모, 학생을 탓하려는 게 절대 아니라는 점을 말씀드립니다.

구조적인 문제를 봐야 할 것 같습니다.

◀ 최경재 ▶

네, 이 사건을 두고 특수교육계에선 '예견된 비극'이고 '사회적 죽음'이란 말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특수교육 현장의 구조적인 문제점을 살펴봤습니다.

◀ VCR ▶

지난 2월 말, 지인들이 있는 카카오톡 채팅방에 동욱 씨가 올린 메시지입니다.

법정 정원 6명을 이유로 학급을 하나로 줄였다가 교육청이 다시 특수학생 1명을 추가로 배정하자 "학급 배치를 왜 이렇게 하지"라며 답답해합니다.

동욱 씨는 교육청 관계자로부터 "알아서 살아가라", "다른 학교는 특수학생이 33명이니까 조용히 하라"는 말을 들었다고도 하소연했습니다.

학부모들과 함께 교육청 쪽에 "특수학급을 두 반으로 원상 복귀시켜 달라"고 요청했다가 "신청 기한이 지났다"는 답변을 들은 적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특수학급 학부모 A]
"장학사님이 하시는 말씀이 '벌써 결정이 다 끝났기 때문에 중간에 반이 더 늘어나거나 선생님 투입은 안 된다' 거절을 하셨고."

3월엔 "기간제 특수교사를 한시적으로라도 배치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거절당했습니다.

'법정 기준인 6명보다 3명 이상 많은 특수학급에만 기간제 교사를 배정한다'는 자체 기준 때문이었습니다.

인천 지역에는 최근에도 곧바로 발령이 가능한 기간제 특수교사가 90여 명 있었습니다.

[이상훈/인천시교육청 대변인]
"1명, 2명 초과한 학교에도 당연히 과밀 학급이기 때문에 지원이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 맞고, 인천의 어떤 과밀 학급의 수준과 형평을 찾다 보니까 3명 정도에 지원했을 때 좀 우리가 지원을 즉각적으로 할 수 있다고 판단을 하지 않았나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대신 교육청은 장애학생 지원 인력을 고용할 수 있는 예산을 보냈습니다.

채용 공고부터 서류 확인까지, 의도와 달리 행정업무가 늘어났습니다.

[이주연/인천교사노조 위원장]
"한 예닐곱 가지의 그 서류를 내야 되고, 또 그분들 면접까지 봐야 되고. 근태로 확인을 한다거나, 급여를 줘야 된다거나 이런 것들이 오히려 선생님이 일에서 더 늘어났다고 하는 거죠. 그러니까 가장 좋은 것은 그런 인력 3명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교사 1명을 보내줬으면 되는 거예요."

동욱 씨가 숨진 뒤에야, 인천시교육청은 학산초 특수학급을 두 반으로 나누고 특수교사도 추가로 배정했습니다.

특수학급 증설 신청을 연 1회에서 2회로 늘리고, 과밀학급에는 법정 기준에 따라 기간제 교사를 배치하는 방안도 검토하기 시작했습니다.

격무에 시달리는 특수교사, 학산초등학교와 인천시교육청만의 특수한 문제가 아닙니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일하는 10년 차 특수교사 김태정 씨.

역시 법정 정원을 넘겨 중증 학생 7명으로만 구성된 학급을 맡고 있습니다.

[김태정/10년 차 특수교사·전국특수교사노조 정책1팀장]
"과밀이거나 아니면 학생들이 중증 아이들이 많다거나 이런 어려움들이 한두 개씩은 꼭 있는데 저 같은 경우도 아이들이 2시간, 3시간씩 이렇게 연달아서 수업을 하는데 그 시간에 화장실을 전혀 가지 못하거든요. 아마 그 선생님께서는 화장실도 거의 못 가지 않으셨을까 싶어요."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 특수교사였던 정원화 씨는 시각 장애인을 위한 점자 블럭 설치, 노인과 임산부를 위한 경사로 설치 업무도 담당한 적이 있습니다.

"'특수'나 '장애'같은 단어가 들어가면 성격을 따지지 않고 특수 교사의 업무가 되고 있다"고 했습니다.

[정원화/10년 차 특수교사·전국특수교사노조 정책실장]
"학교 내에서 아이들 수업 시간에 출장을 가야 되는 경우도 있었고요. 그리고 줄자랑 각도기를 들고 '여기 있는 경사로가 이게 법적 기준인 각도에 맞나? 이 법적 기준은 크기에 맞나?'라는 거를 정말 들고 학교 전체 5층 건물을 다 순회하는 경험도 저도 해봤어요. <수업 준비는 언제 하나요?> 수업 준비를 할 시간이 없어서 저는 항상 9시 넘어서 퇴근했습니다."

올해 특수교육 대상 학생은 4년 전보다 21% 늘어난 11만 5천 610명입니다.

그 사이 과밀 특수학급은 17% 가까이 증가했습니다.

특수학급 10반 중 1반은 이제 정원 초과상태입니다.

하지만 평가에선 늘 불리한 위치에 서 있습니다.

<스트레이트>가 전국특수교사노조를 통해 입수한 전국 46개 학교의 교사 '다면 평가' 기준표.

한 학교는 생활지도 곤란도에서 특수교사에게, 일반교사나 보건·사서 교사보다 낮은 가산점을 적용했습니다.

또 담당업무 추진실적 항목에서도 특수교사에겐 최저 가산점이 적용됐습니다.

특수교사의 다학년 지도와 담임 업무를 성과로 인정하지 않는 학교도 많았습니다.

다면 평가 세부 기준을 교사들끼리 협의해 만들게 돼 있다 보니, 학교 안에서 소수인 특수교사들이 불이익을 받고 있는 겁니다.

[김정희/24년 차 특수교사]
"이제 제일 낮은 등급을 항상 받았었고. 그리고 딱 유일하게 제가 이제 일반 학교 안에서 최고 등급을 받았던 거는 13명의 (특수교육 대상) 아이들을 데리고 있을 때 그때 저의 수고를 잘 알아주셔서 그렇게 해 주셨는데 대부분 많은 교사들이 불이익을 겪고 있습니다. 현재도."

최근 3년 간 교단을 떠난 특수교사는 88명에서 159명으로 급증했습니다.

"법에서 정한 정원만이라도 지켜달라."

"정당한 평가를 받으며 일하고 싶다."

이런 목소리는 '천사'라는 칭찬 아래 무시당하기 일쑤였습니다.

[정원화/10년 차 특수교사·전국특수교사노조 정책실장]
"특수교사들이 가장 싫어하는 말 중에 하나가 ‘천사’라는 말이에요. '이야. 그런 일을 하네. 너 진짜 착하다. 너 천사다.' 그것 자체가 사실 차별적인 접근이라고 생각을 하시거든요. 장애 학생도 동등한 학생이에요."

학생에 대한 애정을 인질로 교사의 희생을 요구하는 특수교육 시스템은 이제 한계에 다다랐습니다.

최경재 기자(economy@m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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