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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9 (금)

한일 '사도광산' 파열음…한미일 3각 구도에도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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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사도광산 추도식 반쪽행사로 개최

추도식 日대표, 야스쿠니 신사참배 인사

추도사에도 강제성 관련 언급 없어…日진정성 부족에 韓정부 '운신의 폭' 줄어

北파병으로 북중러 구도도 이완조짐…트럼프 출범 후 진영구도 변화여부 주목

노컷뉴스

최원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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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바이든 정부가 중국에 대응하기 위해 구축한 한미일 협력구도를 흔드는 변수가 일본 측에서 나왔다. 북중러의 협력구도 또한 북한의 파병으로 이완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 정부가 내년 1월 공식 출범하면 한미일 대 북중러의 진영구도를 큰 틀에서 유지하겠지만 적지 않은 변화 가능성이 제기된다.

우선 한미일 협력구도는 한일관계에서 '파열음'이 발생했다. 한일관계를 복원하는데 공을 들여온 윤석열 정부는 24일 일본의 사도광산 추도식에 불참했다. 정부는 그동안 사도광산 추도식에 일본 정부의 차관급 고위인사가 참석할 것을 요구해왔는데, 일본이 이쿠이나 아키코 정무관의 참석을 결정하자 전격적으로 불참을 결정한 것이다.

이쿠이나 아키코 정무관이 고위인사인 것은 맞지만 지난 2022년 8월 15일 일본 패전일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에 일본 정부의 진정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이쿠이나 정무관이 참의원 취임 후에는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사실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는 일본 측의 사후 변명은 '군함도'에 이어 '사도광산'에서도 뒤통수를 맞았다는 국내 여론을 오히려 가열시킬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태평양전쟁 A급 전범들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인사를 일제의 강제노역에 동원된 조선인 노동자를 추모하는 행사에 대표로 참석하도록 결정한 일에는 한일관계를 어떤 비중으로 보는가에 대한 일본 외무성의 인식이 잘 드러나 있다.

이쿠이나 정무관이 추도사를 통해 사도광산 조선인노동자에 대해 "전쟁이라는 특수한 사회 상황 하에서라고 해도 고향에서 멀리 떨어진 땅에서 사랑하는 가족을 생각하면서 갱내의 위험하고 가혹한 환경에서 곤란한 노동에 종사했다", 특히 "종전까지 고향에 돌아가지 못하고 유감스럽지만 이 땅에서 돌아가신 분들도 있다"고 위로의 말을 했지만, '반쪽짜리' 행사 앞에서 빛이 바랬다. 이쿠이나 정무관은 결정적으로 조선인 노동자에 대한 언급에서 '강제동원' 등 강제성과 관련된 표현은 하지 않았다.

사도광산 추도식 과정에서 나타난 일본 외무성의 고의적인 '무신경'과 '진정성 부족'은 앞으로 다른 계기에 반복될 공산이 크다. 과거사 문제에서 발생하는 파열음은 언제나 그랬듯 국내 반일 민족주의 여론을 자극해 우리 정부의 운신의 폭을 제한하고 결국 한일, 더 나아가 한미일 협력기조에까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에 대한 공동 대응을 위해 일본군 위안부와 강제징용 문제 등 과거사 갈등에도 불구하고 한일 양국의 협력을 복원하도록 외교적으로 압박한 것이 바로 미국 바이든 정부이다. 그런 바이든 정부 대신에 '국익'을 최우선시하는 트럼프 행정부가 앞으로 출범하고 한일 간에도 과거사 문제가 다시 돌출될 조짐을 보이면서 바이든 시대의 한미일 3각 구도가 그대로 이어질 것으로 단정하기는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북중러의 3각 구도 역시 북한의 파병으로 이완조짐을 보이고 있다. 북한과 러시아가 파병을 고리로 더욱 밀착하면서 중국이 복잡한 속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지난 1일 미국 대선을 앞두고 한국 등 9개국에 대해 비자 면제조치를 발표했다. 한국인에 대한 중국의 비자 면제는 지난 1992년 수교 이후 처음이다. 외교적으로 미묘한 시기에 한국에 유화 제스처를 취한 것이다. 지난 15일 페루 리마에서 열린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윤석열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주석이 만난 것도 이런 흐름을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과 시 주석은 각각 방한과 방중을 제안하기도 했다. 이런 유화 제스처는 중국이 파병을 통해 러시아와 더욱 밀착하는 북한을 견제하는 의도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됐다.

이처럼 한미일 대 북중러의 진영구도에 각각 균열 요소가 있다고 해서 이런 균열의 틈이 진영을 넘어설 정도로 심화될 것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가장 중요한 변수는 역시 트럼프 당선인이다. 미국의 이익을 가장 중시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 전략에 따라 바이든 시대에 공고화된 한미일 협력구도도 변화를 맞을 수 있다. 미러, 미중, 한미, 한중, 북러, 북중, 북미 등 진영을 넘어선 정상들의 '외교전'이 예상된다. 트럼프가 주도하는 우크라이나 종전협상 과정에서 한미일 대 북중러 구도의 재편 방향과 폭이 실마리를 드러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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