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응봉산에서 바라본 압구정 현대아파트 모습.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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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스카이라인 vs 또 하나의 한강 장벽’
최고 높이 70층(290m)으로 추진 중인 서울 강남 압구정 아파트 재건축 사업을 둘러싸고 이런 논쟁이 한창이다. 지난해부터 서울시의 신속통합기획으로 추진하고 있는 2~5구역의 사업이 본격화되면서다.
24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25일 도시계획위원회 수권소위원회를 열고 압구정 2구역의 정비계획안 심의를 할 예정이다. 이번에 가결되면 층수를 비롯한 정비계획의 큰 그림이 확정된다.
사업 속도가 가장 빠른 2구역의 심의 결과가 다른 구역에 미칠 파급력은 클 전망이다. 압구정 조합 측은 초고층 건립안을 놓고 “100년을 바라보고 만드는 새로운 스카이라인”이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서울시와 정비업계 안팎에서는 “한강변에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높이로 한강 경관의 사유화가 우려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압구정 2~5구역 재건축조합의 정비계획 주민공람안과 서울시의 신속통합기획안을 비교ㆍ분석해 쟁점사항을 세 가지로 정리했다.
김경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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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빌딩(249m)보다 높은 290m 아파트 단지
2~5구역 주민공람안은 최고 층수를 69~70층으로 계획했다. 3구역의 경우 77층으로 계획했다가, 지난 13일부터 70층으로 변경한 정비계획안을 주민공람 중이다. 그런데 층수는 낮췄지만 높이는 290m 높이로 같다. 서울시가 지난해 신속통합기획안을 통해 제안한 것은 최고 높이 50층이었다. 오세훈 시장이 ‘35층 룰’을 폐지하면서 그나마 높이를 높였다.
현재 한강변에서 가장 높은 아파트 높이는 200m다. 용산구 이촌동 래미안 첼리투스(최고 56층), 성동구 성수동 아크로포레스트(최고 49층) 등이다. 이들 단지는 랜드마크 타워 컨셉트로 2~3개 동 중에서 한 개 동만 200m 높이로 지었다. 신속통합기획으로 추진 중인 여의도 시범아파트도 63빌딩 높이에 맞춰 최고 200m로 지어진다. 강남구 테헤란로변 초고층 건물 높이도 200m가 기준이다.
김경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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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한강변 압구정 구역 전체 단지의 초고층화를 우려하고 있다. 3구역의 경우 총 22개 동 중에서 70층짜리 4개 동을 포함해 50층이 넘는 동이 17개에 달한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압구정 한강변 290m 건물 높이는 지금껏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높이이고, 지역적인 경관의 문제를 넘어서서 광역적인 경관의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서울시민 전체의, 넓은 합의의 과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조합은 한강변 스카이라인의 다양성을 위해 필요한 높이라고 강조한다. 안중근 압구정 3구역 재건축조합장은 “과거 잠실 ‘엘리트(엘스ㆍ리센츠ㆍ트리지움)’ 재건축의 경우 35층으로 획일적으로 규제해 스카이라인이 장벽처럼 실패했다”며 “100년을 바라보고 지역 특성에 맞게 스카이라인 허용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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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층에 8가구 사는 뚱뚱한 초고층 타워
서울시에서는 압구정의 초고층 동이 일반 초고층 건물보다 두 배 이상 뚱뚱하다는 점도 주목하고 있다. 통상 초고층 동의 경우 높은 대신 가늘어서 동 사이 경관확보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압구정 2구역의 경우 마치 판상형 아파트처럼 한 층에 최대 8가구까지 배치했다. 한 층에 4가구를 배치한 이촌동 래미안 첼리투스의 경우 동 면적이 약 840㎡이지만 압구정 2구역은 면적이 2000㎡가 넘는 한강변 동도 있다. 정비업계에서는 더 많은 세대의 한강뷰 확보를 위해 이런 평면을 개발한 것으로 본다.
김경진 기자 |
조합마다 한강변 첫 주동 높이를 저층으로 제한하는 규정을 제대로 적용하지 않은 것도 논쟁거리다. 서울시는 한강변 관리 기본계획을 통해 한강변에 붙은 동의 최고 높이를 15~20층으로 제한하고 있다. 한강변에 붙은 동이 너무 위압적이지 않도록 저층 동을 먼저 두고 차츰 고층으로 올리게 한다.
하지만 압구정 구역들은 한강변의 저층 동을 뒤의 고층 동에 붙여 마치 한 동처럼 계획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정비사업 대상지가 너무 좁아 동을 띄워 배치하기 어려울 때 이런 계획을 하기도 하지만, 압구정의 경우 초고층 동의 한강뷰를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 이렇게 설계한 것 같다”고 말했다. 남진 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ㆍ스마트시티학과 교수는 “주민 안대로 가면 올림픽대로나 강변북로에서 바라보는 압구정 주동이 굉장히 위압적일 수밖에 없다”라며 “장벽 아파트를 만들지 말라고 35층 룰을 뚫어줬는데 또 다른 초고층 장벽이 될까 우려스럽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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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구정-성수 잇는 보행교 삭제도 입장 엇갈려
네 구역 중 가장 대단지인 3구역의 경우 한강 보행교와 공공보행통로 건립을 놓고 시와 조합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서울시는 신통기획안에서 보행교 건립을 명시했지만, 조합은 최근 주민공람안에서 보행교를 제외했다. 조합 측은 “보행교 설치 시 향후 실시설계 및 공사 단계에서 막대한 사업비 지출 및 사업추진 지연 등이 예상됨에 따라 정비계획안에서 삭제했다”고 밝혔다. 이와 더불어 지하철 3호선 압구정 역에서 시작해 단지를 가로지르도록 계획한 공공보행통로도 삭제했다. 서울시의 한 도시계획위원은 “기존에 있는 폭 12m의 압구정로29길을 살려 8m 너비의 공공보행통로를 계획하게 했는데 안건이 상정되면 꼼꼼히 살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조합 측은 “단지 내 보차혼용도로가 있어 중복되는 동선을 최소화했다”고 했다.
한은화 기자 on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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