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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9 (금)

[이런말저런글] 김치와 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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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김장하는 가정
[연합뉴스 자료사진]


- 김장댁 : 그 집은 김장 언제 해?

- 그집댁 : 왜∼ 올해도 같이 담을까(×, 담글까 ○)? 힘들어 죽겠잖아. 같이 하면 좀 낫지 않겠어. 안 그래?

김치를 사다 먹은 지 오래된 저 건너 새댁네에게는 옛날이야기도 이런 옛날이야기가 없습니다. 어디 새댁네뿐이겠습니까. "요즘, 누가 김치를 그렇게 담가 먹냐" 하는 반문이 여기저기서 들려옵니다.

이웃이나 가족이 모여서 소맷자락 걷어붙이고 함께 김치를 담그는 게 흔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더는 그렇지 않기에 그 시절 그 모습이 정겹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그것은 사람마다 다를 일이 아닐까 합니다.

두 달 전쯤 포기당 1만원가량 했던 배춧값이 약 3천원으로 떨어졌다고 합니다. 고물가에 신음하는 이들에게 희소식이 아닐 수 없습니다. 늘 먹는 음식이지만 순우리말로 쓰는 김치의 어원을 모릅니다. 그거 모른다고 김치맛이 달라질 리 없고, 사는 덴 더더욱 지장이 없겠지만 한자어 침채(沈菜)에서 왔다는 것을 알아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가라앉을 침 또는 잠길 침(沈)과 나물 채(菜)로 된 말입니다. 절인 채소의 뜻을 지녔으니, 그것이 말의 뿌리인 것이 쉽게 이해되는 면이 있습니다. 한자 사전은 여기에 침저(沈菹)를 동의어인 양 기록해뒀습니다. 채소 절임 저(菹)입니다.

겨우내 먹기 위하여 김치를 한꺼번에 많이 담그는 일, 또는 그렇게 담근 김치를 뜻하는 김장은 침장(沈藏)이 뿌리입니다. 감추고 간직하고 품고 저장한다는 뜻의 藏이 들어가 있으니 말뜻이 짐작됩니다. 김치는 절인 배춧잎 사이에 소를 집어넣어 만듭니다. 어릴 적 입말로 속이라고 부르곤 했지만, 소가 맞습니다. 만두 속에 들어가는 재료는 만두소, 송편 속에 넣는 것은 송편소 하듯 말입니다.

김치나 김장에 으레 따르는 동사 '담그다'의 활용도 챙겨야 합니다. [담가요/담가 먹어요/담그고 있어요/담갔습니다]이지 [담궈요/담궈 먹어요/담고 있어요/담궜습니다]가 아닙니다. 이 활용은 '잠그다'과 같습니다. "문을 잠궈 두세요"가 아니라 "문을 잠가 두세요"라고 합니다. 두 동사 모두 어간 끝의 모음이 'ㅡ'임을 유의해야 합니다. 저 위 그집댁처럼 방심하면 틀리기 십상입니다.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uni@yna.co.kr)

※ 이 글은 다음의 자료를 참고하여 작성했습니다.

1. KBS한국어진흥원, 한국어 필수 어휘 해설, 형설출판사, 2008

2. 글 손진호 그림 허남문, 지금 우리말글, 진선출판사, 2018

3.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온라인)

4. 동아 백년옥편 전면개정판(2021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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