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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9 (금)

[ET시론] 세계 경제 지평이 흔들릴수록 우리 기술력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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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신문

2017년 트럼프 1기는 파리기후협정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탈퇴하며 출범했다. 규범 중심의 경제질서를 강조한 세계화 시대에서 자국 이익을 앞세우는 패권주의 시대로의 역행을 우려했던 당시의 기억이 생생하다. 2025년 새해는 대선 압승은 물론 의회 과반까지 차지해 매우 강력해진 트럼프 대통령 시대가 다시 펼쳐진다.

선거 공약과 최근 장관 지명자 성향을 보며 트럼프 2기 경제정책을 가늠해 볼 수 있다. 과감한 규제철폐와 세제감면, 강화된 국내산업 보호조치를 예고하고 있다. 생산과 고용을 촉진하며 물가안정과 경제성장을 도모하기 위해 파격적인 정책 도입이 예상된다.

1기 때 보여줬던 규제 완화 기조는 2기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기후변화와 화석연료 관련 규제를 철폐해 일자리 창출과 물가 안정을 도모한다. 인공지능(AI), 자율주행, 우주, 바이오 등에서 리스크를 감수하고 안전 및 사회적 규제도 풀어버린다. 또, 획기적인 세제감면으로 기업활동을 지원하고 실물투자를 촉진한다. 2017년 법인세를 21%로 인하했는데, 이번에는 15%까지 낮추겠다고 한다. 재정 부담을 초래하는 보조금을 폐지해 정부효율은 높이면서 한편으론 연구개발(R&D) 세액공제는 확대한다. 모든 수입품에 10% 이상 의 보편적 관세를 도입하되, 중국에 대해선 최혜국(MFN) 대우를 철회하고 60%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한다. 자국우선주의 관점에서 불공정한 교역투자 관행은 개선하고 대외장벽은 높여 나간다.

요약하면 철저한 미국우선주의를 표방하며 자국의 일자리 창출과 안정적인 경제성장에 집중할 것이다. 미국의 자국중심주의는 세계경제에 역풍으로 작용할 수 있다. 보호무역주의는 대외지향형 산업구조에 심각한 도전이 될 수 있다. 세계경제의 질서와 기업활동의 지평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위기를 기회로 전환시킬 지혜가 필요하다. 한국산업의 경쟁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며, 그 원천은 초격차 혁신기술에서 나온다. 향후 산업에 미칠 영향을 전망하며 혁신적 기술개발과제를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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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반도체는 변함없는 미국의 핵심전략자산으로 대외 통제와 자국 육성을 가속화 할 것이다. 우리는 완제품 뿐만 아니라 소재부품의 공급망 변화를 주시해야 한다. 산업현장의 지능화 요구에 대응한 시스템반도체 경쟁력을 확보하고, 시장수요에 탄력적인 메모리 칩을 개발해야 하며, 패키징은 공정초미세화와 비용한계돌파를 달성해야 한다. 화합물반도체 고도화, 현장맞춤형 온디바이스 AI반도체, 첨단패키징 선도 기술개발의 차질없는 진행이 필요하다.

둘째는 규제철폐, 보조금축소 및 관세부과의 모든 영향이 자동차산업에 다가온다. 전기차는 다소 위축되겠지만, 자율주행 기술은 급진전 될 수 있다. 교역·투자 왜곡, 경쟁적 보복조치나 글로벌 밸류체인의 변화를 빠르게 살펴야 한다. 전기·수소차는 충전편의, 주행성능, 안전개선을 위한 차세대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 차량용 반도체, 고신뢰 연산, 초고속 통신, 인지융합 센서 등 자율주행 필수 기술개발도 시급하다. 그린카 기술, 급속 무전충전기술, 스마트카 기술, 소프트웨어기반차량(SDV)용 초고속 통신 및 AI 가속기 반도체 기술개발을 가속화해야 한다.

셋째, 배터리 산업은 화석연료 친화 정책의 영향이 우려된다. 원료광물에 대한 특정국 편향 논란도 심화될 수 있다. 광물 수입선 다변화와 소재기술 내재화 및 공급망 안정을 도모해야 한다. 웨어러블, 로봇, 우주항공 등 다양한 수요처 발굴도 시급하다. 가격경쟁력을 갖춘 리튬인산철(LFP) 배터리와 리튬 대체용 나트륨이온배터리의 시장선점이 요구된다. 배터리 안전기술과 전고체 배터리기술의 조기 성과창출도 필요하다.

넷째, 바이오 분야는 필수의약품의 자국생산과 혁신적인 신약개발이 확대될 전망이다. 약가 인하를 위해 제네릭이나 바이오시밀러 사용을 확대하면 우리에게 기회가 열릴 수 있다. 이에 맞춰 글로벌제약 생산기지와 디지털융합 첨단바이오 기반 구축이 시급하다. 즉, AI기반 의약품제조공정 고도화, 핵심 원부자재 개발, 위탁개발생산(CDMO) 선도, 맞춤형 진단치료기술, 바이오파운드리 구축, 디지털헬스케어 및 의료데이터 융합 기술개발이 중요하다.

다섯째, 로봇 산업은 첨단화와 더불어 이중 용도(dual use) 기술의 해외 유출이 엄격히 제한될 전망이다. AI 자율제조 공정의 고도화와 차세대 8대 로봇기술 및 인체모사 로보틱스 기술개발이 시급하다. 한편, 디스플레이 산업은 미국에 생산기반이 없으나 증강현실(AR), 확장현실(XR) 등 전방산업의 활성화에 따른 시장수요 확대가 예상된다. 실감형 3차원 디스플레이 등 새로운 폼팩터를 강화하고, 무기발광 시장 선점과 동시에 공급망 안정화를 위한 기술개발에 적극 나서야 한다.

마지막으로 세계적인 공급과잉과 탄소중립 화두의 핵심에 있는 철강·화학 산업은 변화의 기로에 있다. 자국산업 보호를 위한 관세 인상이나 기후규제 완화가 있을 수 있다. 대내외 환경변화는 감안하되, 우리는 탄소중립 기술개발과 함께 첨단 소재 개발 및 공급망 다변화에 흔들림없이 주력해야 한다. 철강·화학 소재부품기술, 탄소저감 산업기술, 고부가 정밀화학 소재 개발도 지속해야 한다.

주요 산업별 분석에 살펴보듯이 미국 새 정부는 자국 우선주의를 기치로 전략기술과 첨단산업을 주도해 나갈 것이다. 우리는 향후 규범-원칙 보다는 패권-협상 중심으로 세계질서가 움직일 위험에 대비해야 한다. 주요 국가와 글로벌 기업의 동향을 빠르게 파악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혁신적이고 도전적인 기술개발로 전략산업 육성과 공급망 안정화를 도모해야 할 때다.

전윤종 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KEIT) 원장 art@keit.re.kr

〈필자〉 정책·경제·통상 분야에 능통한 관료 출신 기관장이다. 군산제일고, 서울대 경제학과, 영국 리즈대 경영대학을 졸업했다. 행정고시 36회에 합격해 1993년 상공자원부 사무관으로 공직 생활을 시작했다. 지식경제부 투자유치과장, 산업통상자원부 정책기획관·통상협력국장·통상교섭실장 등을 거쳤다. 주유럽연합(EU)·벨기에 대사관 상무관, KOTRA 교역지원센터장, KAIST 과학기술정책센터 연구교수 등 다양한 이력을 쌓았다. 2022년 9월 R&D 전문기관 KEIT 원장으로 취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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