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대표 이력논란·'강제성 누락' 추도사 등에 대응 자제 모습
한일관계 관리 위한 고육책인듯…전문가 "타협적 자세보단 단호한 입장 필요"
사도광산 내부로 들어가는 한국인 희생자 유족들 |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일본이 사도광산 추도식을 진정성 없게 치른 것을 넘어 이 때문에 한국 정부가 불참했음에도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다는 식으로 나오고 있지만 우리 외교부의 대응이 미온적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본 정부는 추도식 당일이던 24일 주한일본대사관, 25일 일본 정부 대변인인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의 입을 통해 사도광산 추도식에 한국이 불참한 데 대해 "유감"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한국의 불참이 '아쉽다'는 의미인지, '불만이다'는 것인지 불분명하지만 후자에 가깝다는 것이 곧 확인된다.
하야시 장관은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한국 측이 자체 추도식을 연 것과 관련해 "한국 측이 (일본) 현지 관계자가 정중하게 준비해 개최한 행사에 참가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열기로 한 경위에 비춰볼 때 행사 대응이나 그 내용에 대해 신중한 검토와 대응을 요구하는 취지로 한국 측에 요청했다"고 말했다.
한국이 입장을 바꿔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일본이 지난 7월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위해 한국에 약속한 노동자 추도식이 취지대로 치러지지 않아 한국이 불참했는데도 이처럼 적반하장으로 나올 뿐 반성하는 분위기는 전혀 느껴지지 않고 있다.
일본은 추도식장에 놓인 빈 좌석을 치워달라는 한국의 요청에도 불참을 부각하려는 듯 이에 응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한국은 대외적으로 대응을 극히 자제하는 모습이다.
대일 저자세로도 읽힐 수 있는 외교부의 이런 신중한 대응은 사도광산 추도식을 둘러싼 한일 간 이견 전반에서 나타났다.
일측 정부 대표인 이쿠이나 아키코 정무관의 극우 성향 등이 불거졌을 때도, 일본 추도사에 강제성이 결여됐을 때도 외교부는 한 번도 직접적으로 이를 지적하지 않았다.
추도식 불참을 결정했을 때도 그 이유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은 채 "추도식 관련 제반 사정을 고려했다"고만 밝혔다.
이쿠이나 정무관은 당초 추도식 참석자로 발표된 직후 참의원 취임 후인 2022년 8월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했다는 논란이 있었지만, 이를 보도했던 교도통신은 이날 오보라며 정정보도를 냈다.
이에 대해 외교부 당국자는 "우리 정부가 이미 밝힌 바와 같이 추도식 불참 결정은 제반 사정을 고려한 것"이라고 했다.
이쿠이나 정무관이 야스쿠니신사 참배 여부를 떠나 강제징용과 위안부 등 한일이 대립하는 과거사 문제에서 "한국 정부가 더 양보해야 한다"고 말하는 등 한국 입장을 고려하지 않는 인물이고, 한국 입장이 관철되지 않은 추도사 등 전반적인 협의 과정에서 일본이 진정성을 보이지 않았다는 판단에서 기인했다는 취지다.
외교부는 외교경로를 통해 일본에 대해 추도식 관련 사안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공개적인 입장 표명은 최대한 자제하고 있다.
이는 추도식 논란이 한일 간 외교 갈등으로 비화하지 않도록 관리하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다.
'반쪽' 사도광산 추도식 개최 |
정부는 전날 사도광산 추도식을 별도로 여는 데 대해 "과거사에 대해 일측과 타협하지 않겠다는 우리 정부의 확고한 의지의 표현"이라면서도 "이러한 원칙을 바탕으로 한일 양국 모두의 이익에 부합하는 양국 관계 발전을 위해 계속 노력하고자 한다"는 입장을 냈다.
역사문제에 타협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내세웠지만 일본의 잘못에 대한 지적은 없었고 한일관계 발전에 대한 의지만 재확인한 것이다.
작년 3월 강제징용 해법을 제시하며 어렵게 물꼬를 튼 한일관계가 북핵 위협과 내년 미 행정부 교체를 앞두고 균열이 생기지 않도록 관리하려는 고육책이겠지만, 건강한 한일관계를 위해선 할 말은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원덕 국민대 교수는 "역사인식과 관련해 일본에 타협적 자세보단 단호한 입장 표현이 필요하다고 본다"며 "앞으로 역사문제 관련해서 한국이 양보하기 어려운 포지션이라는 걸 강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 고베 총영사를 지낸 양기호 성공회대 교수도 "대일외교는 과거사나 영토 쟁점 등을 무시할 수 없다"며 "과거사 문제에서 우리의 원칙을 견지하면서 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kit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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