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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광화문·뷰] 핵무장을 주장하기 전에 알아야할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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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한·일 핵무장” 발언

앞뒤 맥락 고려해 읽을 필요

“최대 위협은 핵 확산” 더 강조

핵 개발, 희망과 현실 구별해야

조선일보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2019년 6월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과 판문점에서 회동하는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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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폭탄을 개발한 과학자들이 만든 비영리단체 ‘핵과학자 회보’는 ‘종말 시계’를 운영한다. 핵 위협을 가늠해 자정(멸망)까지 남은 시간을 추정한 가상 카운트다운 시계다. 1947년 ‘7분 전’으로 가동을 시작한 이 시계엔 현재 남은 시간이 ‘90초’로 돼 있다. 사상 최단(最短)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나오는 러시아의 핵 위협을 들으면 경고가 과장 같지 않다. 러시아·중국·북한 등 문제 있는 핵보유국에 둘러싸인 한국에선 핵무장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진다. 여론조사를 하면 60%가 핵무장에 찬성한다고 답하고 일부 정치인도 이런 여론에 가세한다. 정말 가능할까. 북핵 협상에 참여했던 한 전직 외교관은 “어마어마한 결기가 필요한 일”이라고 했다.

간단하지만 간과하는 사실이 있다. 현재 핵 보유 9국의 구성이다. 강력한 핵 비확산 조약인 유엔의 NPT(핵확산금지조약) 발효 시점에 이미 핵무기가 있던 안보리 상임이사국(미국·영국·프랑스·중국·러시아)을 제외하면 인도·파키스탄·이스라엘·북한 4국이 핵무기를 손에 넣었다. 이 중 인도·파키스탄·이스라엘은 애초에 NPT에 가입한 적이 없다. 북한은 NPT 가입국이면서도 핵 개발에 나서 온갖 제재를 받다가 결국 2003년 세계 최초로 NPT를 탈퇴해 ‘세계의 왕따’가 됐다. 이 길을 따라가는 나라가 이란이다. 만약 한국이 핵을 개발한다면, ‘NPT 가입국이지만 핵무장’을 선택한 나라 ‘3호’(상임이사국 제외)에 오른다.

도널드 트럼프가 미 대통령에 재선됨으로써 핵무장 길이 열릴 수 있다고 기대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트럼프가 외교 성과를 위해 북핵을 인정해 주고 한국에 대신 핵무장을 허락할지 모른다는 논리다. 트럼프가 주한 미군을 줄이는 대신 핵무장을 ‘선물’로 준다는 예측도 나온다. 이에 자주 끌어들이는 근거가 2016년 대선 후보 시절 트럼프의 뉴욕타임스 인터뷰다. “일본·한국의 핵무장이 언젠가는 논의되리라고 본다”는 발언이 지금까지 거론된다.

인터뷰 전문(全文)이 홈페이지에 있기에 읽어 보았다. 맥락은 이랬다. “미국이 지금처럼 유약하다면 핵무장 얘기는 계속 나올 겁니다. 우리가 매우 강하고 부유해지지 않는다면 (한국·일본 같은) 동맹국은 그것(핵무장)을 논의하게 되리라고 봅니다.” 오바마 정부가 미국을 기운 빠지게 만들었다고 비난하며 나온 얘기다. 바로 전의 발언은 “세계 최대 위험은 핵 확산”이었다. 지난 9월 유세 때도 트럼프는 지지자가 “가장 큰 위협은 무엇인가”라고 묻자 지체 없이 “문명을 위협하는 유일한 최대 위협은 핵무기 증가”라고 답했다.

트럼프가 대통령에서 물러났던 4년 사이 핵 위협은 훨씬 커졌다. 핵탄두 50기를 이미 보유한다고 추정되는 북한은 러시아와 밀착해 함께 전쟁을 하고 있다. 러시아·북한과 교류 중인 이란은 현재 1~2주 정도면 핵무기 제조가 가능한 수준까지 우라늄 농축을 했다고 미국은 본다. 트럼프는 이 국가들에 대응하는 원칙이 핵 시설 공격을 포함한 ‘최대 압박(maximum pressure)’이라고 여러 차례 밝혀 왔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핵무장을 거론하는 것이 현실적일까.

운(運)만 믿고 무방비로 핵 확산 시대를 버티자는 얘기는 아니다. 그렇다고 NPT를 벗어날 각오로 핵무장을 밀어붙인다면 그 후폭풍은 상상하기 어렵다. 합리적 선택지는 그 사이 어디쯤 아닐까. 미국이 일부 나토 회원국에 시행 중인 전술핵 배치·운용도 한 방법이지만, 더 가까운 대안도 있다. 지난해 한미 정상회담에서 채택한 한미 안보 협정인 ‘워싱턴 선언’의 후속으로 미 핵무기 운용에 한반도를 포함하는 등 구체적 핵 대응 조치가 이미 도출되는 중이다. 미 정권이 바뀐다지만 워싱턴 선언은 이미 공화당이 다수였던 하원도 초당적으로 채택한 것이다. 워싱턴 선언엔 ‘한국은 NPT상 의무를 준수한다’는 약속도 박혀 있다. 침착하고 냉정해져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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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영 국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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