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페르니쿠스가 16세기에 지동설을 주장한 뒤에, 지구는 태양을 도는 행성이 되었다. 지동설이 옳다면, 춘분과 추분의 지구 위치에서 별을 볼 때 연주시차(stellar parallax)라고 하는 작은 각도가 관찰돼야 했다. 그렇지만 망원경이 나온 뒤에도 이 각도는 관찰되지 않았다. 별이 상당히 멀리 있다는 의미였고, 과거에 비해 우주의 크기는 적어도 수천 배 이상 증가했다. 19세기 초에 이 각도가 관찰되고 별까지 거리를 추정해 보니 10광년(94조km)이 넘었다. 기술이 더 발전한 20세기 초에 우리 은하계의 길이가 10만광년으로 늘어났다. 이 은하계에 태양과 같은 별이 천억 개가 넘게 있었다.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었다.
1924년, 미국 천문학자 에드윈 허블은 우리 은하계에 있다고 믿던 안드로메다 성운을 관찰하다가 여기서 세페이드 변광성을 발견했다. 주기적으로 밝기가 변하는 세페이드 변광성의 속성을 이용하면 지구에서 별까지 거리를 정확하게 알 수 있는데, 허블은 이에 근거해서 안드로메다까지 거리가 90만광년임을 알아냈다. 안드로메다는 우리 은하계에 있는 성운이 아니라, 은하 밖에 있는 또 다른 은하임이 밝혀졌다. 이 발견은 당시 천문학의 패러다임과 정면으로 충돌하는 것이었고, 허블은 이를 학회에서 발표하기 전인 1924년 11월 22일에 ‘뉴욕타임스’에 알려 기사화했다. 현대 우주가 탄생한 순간이었다.
20세기 말까지만 해도 우주에 은하가 1000억~2000억개 있다고 추정했다. 지금은 은하의 수가 1조개로 늘었다. 1조개 중 하나가 우리 은하고, 이 속의 천억 개가 넘는 별 중 하나가 태양이며, 태양의 행성 중 하나가 우리가 바둥거리며 살아가는 지구다. 천문학자 칼 세이건은 “우주에 대해 알수록 겸손해진다”는 얘기를 즐겨 했는데, 현대 우주 탄생 100주년을 맞아 이 경구의 의미를 되새겨봐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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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욱 서울대 과학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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