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최정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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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적대적 두 국가론’을 선언한 뒤 ‘통일’ ‘민족’ 지우기에 나선(attempt to erase ‘unification and nation’) 북한이 태권도의 ‘통일’ 품새 명칭까지 바꾸려 하고 있다.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이 공개한 북한 주도 국제태권도연맹(ITF) 공문에 따르면, ITF는 8월 평양에서 열린 집행이사회에서 품새 ‘통일’ 이름을 최홍희 초대 총재의 필명(pen name) ‘창훈’으로 변경하기로 하고, 내년 10월 이탈리아 개최 ITF 총회에서 확정하기로(come to a definite decision) 했다.
ITF는 ‘태권도 창시자(founder)’로 알려진 한국 육군 소장(major general) 출신 최 총재가 1966년 서울에서 설립한 단체로, 한국이 주도하고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공인한 세계태권도연맹(WT)과는 다른 단체다. 최 총재가 박정희 정부와 갈등으로 1972년 캐나다로 망명한(seek asylum) 뒤 북한과 교류하면서 북한 주도 단체가 됐다. WT는 태권도를 영어로 Taekwondo로 쓰는 데 비해 ITF는 Taekwon-Do로 중간에 하이픈(hyphen)을 넣어 표기한다. ITF는 2002년 최 총재 사망 후 후계자를 둘러싼 대립으로(due to the schism over his successor) 세 분파로 갈라졌으며(split into three factions), 통일 품새 명칭 변경을 추진하는(push ahead with the name change) 분파는 북한을 배후로 한 오스트리아 빈 소재 ITF다.
품새(pattern)는 기술 연마 수단으로 이용되는(be used as a means to practice technique) 일련의 공격·방어 연속 동작(a sequence of attack and defense maneuvers)으로, 북한에선 ‘틀’이라고 부른다. 북한 태권도는 기본 동작, 틀, 맞서기, 호신술, 단련 등으로 구성돼 있고, 틀은 24종이 있으며, 급수·단수에 따라 배워야 하는 틀이 늘어난다고 한다.
가장 낮은 10급 때는 기본 동작, 9급엔 천지틀, 8급 단군틀, 7급 도산틀, 6급 원효틀, 5급 율곡틀, 4급 중근틀, 3급 퇴계틀, 2급 화랑틀, 1급은 충무틀 등 각 급수마다 1종의 틀을 익힌다. 그리고 1단 때는 광개틀·포운틀·계백틀, 2단은 주체틀·의암틀·충장틀, 3단 삼일틀·유신틀·최영틀, 4단 연개틀·을지틀·문무틀, 5단 서산틀·세종틀, 6단은 통일틀을 수련한다. 유단자 호칭은 1~3단은 부사범, 4~6단은 사범, 7단과 8단은 사현으로 불리고, 9단에겐 사성이라는 칭호가 주어진다.
틀 24종 명칭은 대부분 역사 인물 이름을 따서 붙였는데(name after historical figures), 통일틀 등 3종만 사람 이름이 아니다. 주체틀은 주체사상(self-reliance ideology), 삼일틀은 3·1 운동에서 따왔다.
김정은은 지난해 12월 남한을 적대적 교전국(hostile belligerent state)으로 규정하고, ‘통일’ ‘민족’ 용어를 삭제하도록 지시한(order the removal of the terms) 바 있다. 이후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등 대남 기구들을 폐지하고(abolish), ‘조국통일 3대 헌장 기념탑’을 철거한(demolish) 데 이어 평양의 지하철 ‘통일역’도 ‘모란봉역’으로 개명하는(rename) 등 전방위적으로 통일·민족 지우기 작업을 벌이고 있다.
[영문 참조자료 사이트]
☞ https://www.itf-administration.com/news/?nurn=12090
☞ https://www.rfa.org/english/korea/2024/11/18/north-korea-taekwondo-unification-patter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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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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