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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데스크 시각] 합성니코틴 전자담배 실험실 된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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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투데이

석유선 생활경제부장


결국 시장에 나와버렸다. 다국적 담배회사 브리티시아메리칸토바코(BAT)그룹의 한국 계열사인 BAT로스만스가 25일 출시한 합성니코틴 액상형 전자담배 ‘노마드 싱크 5000(노마드)‘ 이야기다.

놀랍게도 노마드는 BAT가 전 세계 최초이자 유일하게 우리나라에서 출시한 신제품이다. 액상 용량 10㎖(니코틴 함량 0.9%) 제품으로 최대 5000회 흡입 가능한 액상형 담배다.

문제는 노마드가 한국 시장에서 담배로써 아직은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허술한 존재라는 점이다. 담배업계 일각에서는 BAT가 한국 담배규제의 허점을 노리고 국내 시장을 일종의 ‘테스트베드’로 활용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그 이유는 국내 담배사업법에서 비롯된다. 해당 법상 담배는 흔히 우리가 담뱃잎으로 부르는 ‘연초(煙草)의 잎’을 원료로 포함한 것만 인정한다. 화학물질로 만든 합성니코틴 담배는 법적으로 담배가 아닌 셈이다. 그러니 당연히 담배업상 규제 대상에도 포함되지 않는다.

이는 대기업 담배사업자로선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규제의 허점인 것이다. 합성니코틴 담배엔 세금이나 부담금이 부과되지 않아, 연초나 궐련형 전자담배보다 저렴하게 판매할 수 있다. 온라인몰 판매뿐 아니라 유통사별 할인이나 '1+1' 등 판촉 행사도 가능하다. 또 보건당국이 규정하는 경고문구와 그림을 일반담배 포장재처럼 붙이지 않아도 된다.

무엇보다 우려되는 점은 청소년에 유해한 흡연 환경을 손쉽게 조성할 수 있다는 점이다. 담배업상 담배 규제에 포함되지 않으니 노마드는 청소년에게 판매해도 처벌할 수 없다. 보건당국 조사에 따르면 청소년 흡연의 30%가량이 가향 액상형 전자담배에서 시작된다고 한다. 청소년들이 노마드와 같은 합성니코틴 담배를 접하는 환경이 조성되면 보다 쉽게 흡연을 시작할 확률이 커지는 셈이다.

담배사업법에서 규정하는 담배는 아니지만, 합성니코틴 담배의 유행성은 이미 여러 방면에서 지적되고 있다. 최근 정부가 진행한 연구용역을 봐도, 합성니코틴 담배에서도 일반 연초처럼 발암성, 생식 독성 등 다양한 유해 성분이 검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국내외 연구에 따르면 합성니코틴 전자담배는 발암물질을 포함하고 있고, 청소년의 뇌 발달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는 결과도 상당하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이런 위험성을 인지하고 각국에 청소년의 전자담배를 막는 법적 제재 마련을 강력히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합성니코틴에 대한 규제가 불분명한 터라 보건당국과 과세당국 등이 서로 책임을 미루며 합성니코틴 담배에 대한 규제 마련에 사실상 뒷짐을 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담배 시장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하루 빨리 편편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거세다. 연초 기반의 담배사업자는 규제의 틀 안에서 영업을 하며 세금을 성실히 납부하는 반면 규제 사각지대로 인해 특정 기업만 혜택을 봐서는 안된다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 전자담배 제조·수입·유통사와 소매점 등으로 구성된 전자담배협회총연합회는 17일 "액상형 전자담배에 대한 투명한 관리 체계가 필요하다"며 "규제 사각지대 해소, 유통 질서 확립, 담배유형별 과세 체계 정립을 간절히 바란다"고 밝혔다.

한국이 건강기능식품도 아닌 유해성이 여러모로 입증된 합성니코틴 전자담배의 실험실을 자처해서 국민이나 정부나 얻을 게 없다. 이런 허점을 파고든 기업에게 돌을 던질 자격은 사실 그누구도 없다. BAT로스만스 관계자도 “합성니코틴 액상 담배와 천연 니코틴 액상 담배에 서로 다른 법을 적용하는 국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한국이 유일하기 때문“이라고 규제의 허점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천연니코틴 담배처럼 경고 그림과 문구를 표시하는 등 한국 정부의 관련 규제를 자율적으로 준수해 나갈 계획“이라며 법 테두리안에 들어가겠다는 의사도 밝혔다.

지금이라도 정부당국과 국회는 조속히 합성니코틴 담배의 사각지대를 해소할 담배사업법 개정안을 마련, 입법화 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현행법상 가짜담배로 인한 시장의 교란과 청소년의 건강권 침해란 난제를 하루빨리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이투데이/석유선 기자 (heystone@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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