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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최준호의 사이언스&] “한국도 재사용 발사체 도전”…KAI·로템, 스타트업과 손잡고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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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최준호 과학전문기자, 논설위원


“거대한 발사대의 로봇손 안에 내려앉은 거대 추진체를 지켜보면서 전율을 느꼈습니다. 우리도 빨리 움직이지 않으면 안 된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지난 10월 미국 우주기업 스페이스X는 초대형 우주발사체 스타십의 1단 로켓 ‘슈퍼헤비’의 회수에 성공했다. 차세대 우주 발사체의 재사용 가능성을 확인한 쾌거라는 평가다.

‘한국판 스페이스X’가 등장할 수 있을까. 국내 대기업들이 스타트업들과 손잡고 재사용 우주발사체에 도전한다. 강구영(65)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대표이사 사장은 최근 서울 강남 사옥에서 진행한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우주기업 스페이스X의 팔콘9 및 스타십 같은 재사용 발사체는 물론 재사용 우주 비행체 개발에도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사내 미래융합기술원에 우주모빌리티팀을 만들어 개념 연구를 시작했다. KAI의 재사용 발사체 개발 도전에는 현대차그룹 계열 로템과 우주발사체 스타트업 이노스페이스,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가 함께 한다.



강구영 KAI 대표이사 청사진

국내 첫 재사용 발사체 시도

“일회용 우주발사체는 무의미

대기업·스타트업 힘 합칠 것”





우주상업화로 가는 고속도로

중앙일보

강구영 KAI 사장이 서울 강남사옥에서 ‘우주 모빌리티 비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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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왜 재사용 발사체인가.

A : “재사용 발사체는 우주상업화로 가는 고속도로다. 이젠 전 세계가 재사용 발사체를 통해 우주로 가려고 하고 있다. 재사용 발사 기술과 초소형 위성 개발이 이끄는 뉴스페이스(New Space) 산업은 우주 공간 사용마저도 대중화하고 있다. 가령 스페이스X의 발사체 재사용 기술은 발사 비용을 급격히 낮추고 있다. 스타십의 경우 ㎏당 발사 비용 목표가 10달러에 불과하다. 이렇게 될 경우 일반인도 수천 달러만 있으면 우주로 나갈 수 있게 된다. 지난 3월 차세대발사체 사업 입찰에 참여하지 않은 것도 그 이유 때문이다. 재사용 기술이 발전할 텐데, 앞으로 10년 뒤 일회용 발사체를 내놓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나.”

(차세대발사체는 한국형발사체(KSLV-2) 누리호의 후속사업이다. 누리호가 75t 엔진 기반 3단형 발사체라면, 차세대 발사체는 100t 엔진 기반 2단형 발사체다. KSLV-3라는 이름의 이 계획에는 2032년까지 총 2조132억원이 투입된다. 2032년으로 계획된 달착륙선을 차세대발사체가 담당한다. 지난 3월 입찰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단독으로 참여해 사업자로 선정됐다.)

Q : 이제 갓 누리호를 개발한 한국에서 재사용 발사체가 가능한 일인가.

A : “당장 단기적으로 선두주자와 비교할 수는 없다. 하지만 늦었지만 이제라도 가지 않으면 안 될 길이다. 다행히 로템이 (재사용 발사체에 유리한) 메탄 기반 로켓엔진을 개발해 온 게 있다. KAI는 그간 누리호 사업 개발에 참여해 노하우를 쌓았고, 전투기 개발 등을 통해 비행제어 기술도 확보하고 있다. 스타트업이긴 하지만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와 이노스페이스도 기술력을 보탠다. 대기업과 스타트업이 힘을 합쳐 최고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구도를 만들 계획이다.”

Q : 4개 회사가 역할 구분을 어떻게 하나.

A : “아직 구체화한 건 아니지만 로템이 우주발사체 엔진 개발을 맡고, KAI는 총조립과 제어계통을 담당한다. 이노스페이스는 단 분리와 페이링 시스템을,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는 구조와 연료탱크 쪽을 맡기로 했다. 계속 의논 중이다.”

(로템은 현대중공업의 철도차량 사업부에서 분사한 철도차량 전문기업이지만, 정주영 회장 시절 국내 기업 최초로 시도했던 우주발사체와 인공위성 기업이기도 하다. 한국 우주발사체 개발 역사 속에 있는 KSR-3(한국형 과학로켓·2002년)를 현대우주항공의 후신인 당시 모비스가 만들었다. 이후 관련 사업이 로템으로 이관됐다. 로템은 지난 5월 그간 개발을 중단했던 추력 13t의 메탄엔진 연소시험을 재개하는 등 우주기업으로의 변신을 꿈꾸고 있다.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와 이노스페이스 역시 소형 우주로켓이긴 하지만 최근 재사용 발사체 기술 확보를 위한 R&D를 하고 있다.)

우주청도 재사용 발사체 연구 시작

Q : 재원을 감당할 수 있나.

A : “2조5000억~3조원 정도 투자하면 2030년대 중반엔 재사용 발사체 기술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 우리도 투자를 해야 하지만, 이런 거대사업은 정부 지원이 굉장히 중요하다. 스페이스X 역시 다르지 않았다. 만약 차세대 발사체 개발 때문에 정부가 더는 지원을 할 수 없다고 판단하면, 우리 4개 기업은 소형 재사용 로켓 개발이라도 우선 출발할 계획이다.”

Q : 개발 로드맵이 있나.

A : “현재 개발 로드맵을 구체화하고 있는 단계다. 다만 KAI 입장에선 재사용 발사체를 확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수송기를 이용한 공중발사체와 재사용 우주비행체, 행성착륙선까지 구상한 ‘우주 모빌리티 비전’(버전 0.1)도 가지고 있다.”

아직 태동에 불과하지만, 그래도 국내에서도 재사용 발사체 개발의 깃발은 올랐다. 지난 5월 출범한 우주항공청도 지난달 말 경남 사천에서 국내 민간 우주발사체 기업들과 함께 ‘혁신형 재사용 발사체 핵심기술 선행연구 사업’란 이름의 공청회를 열었다. 우주청은 ‘혁신형 재사용 발사체 선행기술 개발’이란 이름으로 50억원 규모의 내년 예산안을 마련했다. 올해 5월 개청 초기부터 재사용 우주발사체 기술 확보를 중점 정책으로 선정해 국가우주위원회에 보고했다. 우주항공임무본부 내에 ‘재사용발사체 프로그램’이란 이름의 부서도 만들었다. 박순영 우주청 재사용발사체프로그램장은 “이번 사업은 스타십과 같은 메탄 추진제 기반의 엔진 개발을 민간기업 주도로 추진하는 것”이라며 “한국판 스페이스X를 육성하기 위한 경쟁형 R&D 방식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구영=1959년생. 공군사관학교 30기로 임관했다. 3000시간 비행 경력을 가진 베테랑 조종사 출신으로, 주기종은 F-4E 팬텀. 공군 제5전술공수비행단 단장과 남부전투사령부 사령관, 공군참모차장(중장)·합동참모본부 군사지원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2022년 9월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대표이사 사장에 취임했다.

최준호 과학전문기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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