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학관과문화 대표, 공학박사 권기균 |
1859년 11월24일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이 출간됐다. 이 책은 단순한 과학서적이 아니었다. 생명이 고정된 형태로 창조되었다는 믿음에 도전장을 던진 혁명적 이론이었다. 자연선택이라는 개념은 생물이 환경에 적응하며 진화한다는 사실을 설명했다. 거대하면서도 단순했다. 출간 전날, 책 원고를 미리 읽은 토머스 헉슬리가 "나는 왜 이걸 생각하지 못했을까? 바보같으니라고!"라며 감탄했다는 일화도 있다. 초판 1,500부는 출간되자마자 매진되었고, 곧바로 찬반 논쟁이 일어났다.
2009년, 전 세계는 다윈 탄생 200주년과 '종의 기원' 출간 150주년을 맞아 다윈의 업적을 기념했다. 흥미롭게도 우리나라에서도 1930년대에 이미 다윈의 이름이 과학 역사에 등장했다. 1934년 당시 일제 강점기의 암울한 상황 속에서 김용관을 비롯한 당시 과학운동 및 사회 지도자들이 모여 4월19일을 '과학데이'로 지정하며 선포했다. 이것이 한국 최초의 '과학의 날'이다. 그런데 그 날짜를 4월19일로 정한 이유가 다윈 사망 50주기를 기념한다는 것이었다.
한편 2005년에는 우리나라의 진화론 연구학자들이 다윈 포럼을 결성했다. 그들은 다윈의 저서 번역과 저술작업을 추진해 왔다. 이들의 노력으로 '종의 기원'은 물론, '인간의 유래와 성 선택' '인간과 동물의 감정 표현' 등 다윈 책의 신뢰도 높은 번역본을 읽을 수 있게 되었다.
다윈과 월리스의 연구는 생물지리학의 초석이 되었다. 월리스는 특히 아시아와 호주 동물군의 뚜렷한 경계를 '월리스선'(Wallace Line)으로 정리하며 생물의 분포와 진화를 설명했다. 이 생물지리학적 관점은 오늘날의 자연사박물관 전시관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2004년 문을 연 스미소니언 자연사박물관의 포유류 전시관은 다윈의 이론을 기반으로 전시를 구성했다. 특히 동물들을 생물지리학적 관점에서 아프리카, 북아메리카와 툰드라 지역, 남아메리카와 오스트레일리아의 동물군으로 나누어 전시한다. 입구에는 많은 포유동물들의 사진과 함께 "환영합니다. 우리는 모두 친척입니다. 함께 만나요."라는 문구가 걸려 있다. 그리고 안으로 들어가면, 특히 포유류의 공통 조상으로 여겨지는 '모르가누코돈'의 모형을 중심으로, 포유류가 환경에 적응하며 다양하게 진화한 모습을 보여주는 전시물도 있다. 이것은 다윈이 제안한 생명의 공통 조상 개념을 생생히 체감하게 한다. 모르가누코돈은 약 2억1천만 년 전 판게아 대륙 시기에 살았던 동물로, 현재의 모든 포유류의 조상으로 여겨진다.
다윈은 말했다.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그의 이론은 생명을 바라보는 방식을 바꿨다. 지금도 자연선택은 생명의 기원 이해에 강력한 도구이다. 그리고 사회학적으로, 경제학에서도 계속 확장 중이다. 1859년 11월24일, 과학의 역사는 그때부터 이미 영향력을 발휘해 왔다.
우리는 한 가족-포유동물의 진화-스미소니언 자연사박물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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