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날여우박쥐. 호주의 박쥐들이 폭염으로 인한 열 스트레스, 열 쇼크로 떼죽음당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위키피디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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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1월 26일 호주 동북부 퀸즐랜드주 케언즈의 안경날여우박쥐(spectacled flying fox)가 떼죽음을 당했다. 27일까지 이틀 사이 호주에 서식하던 종의 약 3분의 1인 2만3,000여 마리가 더위를 못 견뎌 죽은 거였다. 웨스턴시드니대 환경생태학자 저스틴 웰버겐(Justin Welbergen) 박사는 “성서적 규모(biblical scale)의 생태학적 재앙”이라며 “파악되지 않은 서식지까지 감안하면 피해 규모는 3만 마리에 이를 수도 있다”고 전했다.
호주 기상당국에 따르면 케언즈 지역 여름 기온은 평균 23.6~31.4도 수준이다. 12월 우기가 끝나고 본격 더위가 시작되는 1월 최고 기온도 31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유난히 더웠던 2018년 11월엔 최고 기온이 35도를 넘나드는 날들이 이어지다 26, 27일 41도에 달했고 일부 지역은 42도까지 치솟았다. 갑작스러운 폭염으로 인한 열 스트레스에 기진한 박쥐들은 집마당과 거리, 수영장 등으로 마른 잎처럼 우수수 떨어져 내렸고 일부는 둥지에서 그대로 부패해 도시 전역에 악취를 풍겼다고 당시 외신은 전했다.
안경날여우박쥐는 호주 북동부와 뉴기니 등지에 주로 서식하는 몸길이 22~25cm 크기의 큰 박쥐과 종으로 커다란 눈 주위에 안경을 쓴 것처럼 연노란색 털을 둘러 저 이름을 얻었다. 호주 환경보호 및 생물다양성 보존 조례에 멸종위기종으로 등재돼 있고, 2009년 국제자연보전연맹(IUCN)도 ‘관심대상종’으로 분류한 종이다.
하지만 박쥐는 외모 때문에 대중적으로 그리 사랑받는 종이 아닌 데다 전염병 매개체라는 오명 때문에 각별한 관심과 보호를 받지는 못한다고 한다. 한 과학자는 “만일 코알라가 그렇게 당했다면 어땠을까”라며 “안경날여우박쥐는 탄광의 카나리아”라고 기후 위기의 미래를 경고했다.
최윤필 기자 proos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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