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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사실상 과점’ 술병 뚜껑 제조 규제 푼다… ‘지정제→등록제’로 완화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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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과점’ 체제인 술병 뚜껑 제조시장의 빗장이 10여년 만에 대폭 풀릴 전망이다. 정부가 일정 요건을 검토한 뒤 허가·고시하는 ‘지정제’에서, 요건만 갖춘다면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하는 ‘등록제’로의 규제 완화를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술병 뚜껑은 세금을 냈다는 것을 증명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그동안 과세당국이 엄격하게 다뤘다.

26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국무총리 산하 규제혁신추진단은 현행 납세병마개 제조 시장의 ‘지정제’를 ‘등록제’로 바꾸는 것을 골자로 하는 ‘주류 면허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조선비즈

시중에 팔리는 소주의 병뚜껑. 세금을 납부했다는 뜻의 '주세납세필'이란 문구가 적혀 있다. /박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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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병의 뚜껑을 만드는 ‘납세병마개 제조자’는 아무나 될 수 없다. 1972년 제정된 관련 법에 따라 국세청이 ‘지정제’로 운영하고 있다. 삼화왕관·세왕금속 두 업체가 수십년간 사실상 이 시장을 독식하는 제조업체로 군림하고 있다.

정부는 2010년 사업 영위·시설 등 신청 요건을 대폭 완화했다. 이후 납세병마개 제조업체가 7곳으로 늘어났지만 ‘원년 멤버’를 제외한 나머지 5곳은 사용 비중이 현저하게 작은 ‘플라스틱 뚜껑’ 제조업체들이다. 맥주·소주 뚜껑 시장에서 금속과 플라스틱이 차지하는 비중은 90%대 10% 정도로 알려져있다.

한 차례 규제 완화에도 금속 술병 뚜껑 시장에 새 사업자가 진입하지 못한 것은 ‘지정제’ 자체가 가진 불확실성 때문이다. 쇠나 알루미늄 뚜껑에 ‘납세’ 표시를 하기 위해선 일반 플라스틱 병마개에 표시를 할 때보다 훨씬 더 많은 시설 투자가 필요하다고 한다. 희망 업체 입장에서는 국세청으로부터 지정이 될지 확신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대규모 투자를 하는 것이 부담스러운 상황이었다.

여기에 기존 과점 업체들과의 경쟁에 뛰어드는 것도 잠정 신규 사업자에겐 일종의 ‘모험’으로 인식됐다고 한다. 이런 이유로 1998년 한 병마개 제조업체는 ‘국세청장의 병마개 제조업자 지정 행위가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청구하기도 했다.

정부가 수십년간 납세병마개 업체를 지정해 엄격하게 관리한 것은 술병 뚜껑이 ‘주류 납세증명 수단’으로 쓰이고 있기 때문이다. 술병 뚜껑은 국가에 주세·교육세 등 관련 세금을 납부했다는 일종의 증명서다. 세정당국은 주세 보전을 위한 안전장치로 탈세 목적의 위·변조 방지, 안정적 공급 등을 위해 정부의 철저한 관리 통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 이 때문에 술병 뚜껑 제조업체는 한때 국세청 출신들이 퇴임 후 보장받는 자리로 변질돼 비판이 일기도 했다.

정부는 이번 규제 완화를 통해, 플라스틱뿐 아니라 알루미늄 등 ‘금속’ 술병 뚜껑 시장에도 더 다양한 업체들이 신규 진입할 수 있길 기대하고 있다. 정부가 이번 규제 완화를 추진하는 데에는, 현행 규제가 세금 관리를 쉽게 하기 위한 ‘행정 편의주의’에서 비롯된 측면이 있다는 시각도 깔려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10여년 전 시설 규제 완화 당시에도 등록제로의 전환이 일부 논의된 바 있었다. 하지만 국세청의 반대로 무산됐다. 지금은 국세청이나 기획재정부의 시각도 전향적으로 변화했다는 전언이다.

이번 규제 완화가 술값 인하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겠지만, 천편일률적인 술병 뚜껑 모습에서 벗어나 더 나은 품질의 뚜껑들이 탄생하는 데 도움 될 것이란 것이 정부 시각이다. 추진단 관계자는 “술병 뚜껑 시장이 진정한 경쟁 체제로 자리 잡게 되면, 소비자에게도 편의성을 제고하고 또 외관상으로도 좀 더 개선될 여지가 있지 않을까 한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런 내용을 포함해 현재 각종 주류 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전통주 주세 감면 확대 등 지난 7월 세법 개정안을 계기로 이미 발표한 내용 외에도 주류업계와 관련한 여러 개선 사항을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박소정 기자(soj@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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