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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인터뷰] “트럼프 재선 비결은 유권자 직접 접촉에 주력한 전략적 승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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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는 달랐습니다. 과거의 실패를 교훈 삼아 유권자들을 철저히 분석하고, 전략적이고 정교한 캠페인으로 돌아왔습니다. ‘공중전’에 집중한 카멀라 해리스와는 달리, 직접 유권자와 맞닿는 ‘지상전’ 전략을 통해 경합주(州)를 공략하며 승리를 거머쥐었습니다.


미주한인유권자연대(KAGC)를 이끄는 김동석 대표(66)는 조선비즈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의 제47대 미국 대통령 당선 비결을 이렇게 분석했다. 1992년 로스앤젤레스 흑인 폭동에서 한인 커뮤니티의 피해를 목격한 후 유권자 운동에 뛰어든 그는, 지난 30여 년간 한인 정치력 강화를 위해 힘써온 전문가다. 2000년 이후 모든 미국 대선 경선 현장을 누비며 쌓아온 풍부한 경험과 인맥을 바탕으로 김 대표는 트럼프 캠페인의 전략을 진단했다. 다음은 김 대표와의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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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석 미주한인유권자연대(KAGC) 대표.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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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선거 캠페인은 과거와 어떤 점이 달랐나.

“2016년 트럼프는 대선에서 승리하기는 했지만, 선거운동이 체계적이지 않았고, 즉흥적 요소나 감정적 접근에 의존한 경향이 있었다. 당시 대선은 트럼프가 이겼다기보다 민주당 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이 진 선거였다. 힐러리 클린턴은 트럼프의 정치적 가능성을 과소평가했고, 경합 지역에서 적극적인 유세를 펼치지 않았었다.

2020년 대선에서 트럼프가 진 이유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을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점이 부각됐다. 또 당시 미네소타주에서 플로이드가 사망한 후 전국적으로 번진 흑인 인권 시위 ‘BLM(Black Lives Matter·흑인 목숨은 소중하다)’을 계기로 젊은 층과 소수 인종 커뮤니티가 바이든을 지지했었다. 미국 역사상 현직 대통령이 재선에 실패하는 경우는 드물지만, 트럼프는 그 사례 중 하나로 기록됐었다.

이번 캠페인은 과거의 실패와 혼란을 교훈 삼아 조직적으로 준비된 캠페인이었다. 수지 와일스라는 뛰어난 전략가가 철저한 유권자 분석을 토대로 안정적이고 정교한 전략을 펼쳤기 때문에 승리할 수 있었다. 과거에는 스티브 배넌, 로저 스톤 같은 범죄자들이 트럼프 캠프의 전략가들이었는데, 수지 와일스는 이번에 논란이 될 만한 사람들을 다 숨겼다.”

-정확히 어떤 전략이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나.

“트럼프는 이민과 경제 문제에 초점을 맞추었다. 이민자 증가로 인한 사회적 혼란과 경제적 어려움을 강조하면서 경합 주에서 백인 노동 계급의 불만을 끌어냈다.

트럼프의 ‘마가(MAGA, Make America Great Again)’ 운동은 트럼프 개인을 넘어선 우파 사회 운동으로 발전했다. 이는 미국 내 백인 노동 계급이 ‘잃어버린 미국의 주인 자리를 되찾겠다’는 정체성을 강화하게 했다. 이 운동은 트럼프를 정치적 지도자라기보다 운동의 상징으로 만들었다.”

-트럼프가 경합주를 싹쓸이할 수 있었던 이유는 뭔가.

“광고 위주의 ‘공중전’에 집중했던 해리스와 달리 트럼프는 ‘지상전’을 통해 유권자와의 직접 접촉을 확대했다. 뒤돌아보면 결국 선거는 일대일로 만나는 ‘지상전’이 제일 중요하다. 4년 전 바이든이 조지아에서 28년 만의 민주당 승리를 가져간 것도 천문학적 금액을 써가며 지상전을 펼친 덕분이다. 그런데 해리스는 공중전에만 집중했다.

트럼프 캠프는 경합주에서 반복적으로 유세를 벌이며 부동층(浮動層)을 설득했다. 특히 각 경합주에 맞는 세부 메시지를 만들어 유권자들에게 집중적으로 전달한 것이 유권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예를 들어 펜실베이니아 같은 지역에서는 노동자 계층의 실직과 민주당의 글로벌화 정책에 대한 불만을 자극했다. 슈퍼팩(super PAC·정치자금 모금 단체)이라는 거대 자금을 동원해 각 지역의 맞춤형 선거운동도 조직했다.

그리고 이번에도 ‘샤이 트럼프’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여론조사에는 잡히지 않지만, 투표장에서 트럼프를 찍는 숨은 지지자인 샤이 트럼프가 여전히 많았다. 대선을 세 차례 거치는 동안 트럼프의 득표율이 계속 늘어나면서 샤이 트럼프 비율도 함께 늘어났다고 볼 수밖에 없다.”

-민주당의 재건 과제는.

“민주당은 고령 리더십에서 벗어나 30~40대 정치인으로 세대교체를 할 필요성이 있다. 민주당은 현재 낸시 펠로시, 조 바이든, 힐러리 클린턴 등 고령의 정치인들이 당의 주요 리더십을 유지하고 있다. 낸시 펠로시는 2년 전 중간선거 직후 당내 리더 자리에서 물러났으나, 여전히 민주당은 젊은 정치인들의 발언권이 제한적이다. 민주당의 고인 물 문제는 당의 세대교체와 정책적 전환을 가로막는다. 이런 상황을 깨고 올라온 인물이 이번에 상원의원으로 당선된 앤디 김이다. 기존 지지층을 다시 민주당으로 끌어들이는 정책적 변화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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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디 김 미국 연방 상원의원 당선인(왼쪽)과 김동석 대표. /김동석 대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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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큼 앤디 김의 당선이 미국 정치에도 큰 의미가 있다는 말인가.

“앤디 김은 2018년 하원 도전부터가 단호함과 배짱의 산물이었다. 그가 출마한 뉴저지 지역구는 오랜 기간 공화당 텃밭이어서 민주당이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앤디는 두 발로 유권자를 찾아다니며 현안을 파악하고 지지를 호소했다. 선거 당일 개표에서는 아슬아슬하게 졌지만, 일주일 뒤 부재자 투표까지 개표한 결과 박빙의 차로 뒤집기에 성공했다.

상원 입성 과정은 더 극적이었다. 뉴저지에서 선출직에 도전하려면 민주당 간부들의 허락을 받아야만 하는 선거제도가 있다. 당 간부들의 인정을 받으면 예비경선에서 투표용지에 민주당이라 적힌 칸에 이름을 올려 주고, 그렇지 못한 후보자는 ‘시베리아 투표란’으로 불릴 정도로 눈에 띄지 않는 구석 자리에 표기하는 방식이다. 앤디는 이런 투표용지가 자신의 헌법상 권리를 침해했다고 주장하며 뉴저지주 각 카운티의 서기를 연방법원에 고소해 승소했다.

앤디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연설을 한 바 있다. 민주당의 정치 거물 중 연방상원의원으로 첫 도전을 했을 때 전당대회장에서 연설을 한 사람은 오바마 전 대통령과 엘리자베스 워렌 상원의원밖에 없다. 오바마는 그로부터 4년 후에 대통령이 됐고, 워렌은 그로부터 4년 뒤인 2016년엔 민주당 대권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2028년 민주당 대권후보 명단에 ‘KIM’(앤디 김)이란 이름이 올라가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것이다.”

뉴저지주(州) 3선 연방 하원의원인 앤디 김은 한국계로는 사상 처음으로 연방 상원 의원으로 선출됐다. 의석수가 50주에 2석씩 배정돼 총 100석인 상원은 대통령이 지명한 공직자에 대한 인준 권한과 외국과의 조약을 승인하는 권한을 지니고 있다.

-미주 한인의 정치적 영향력은 어떻게 변화하고 있나.

“미주 한인의 정치적 위상은 과거와 비교하면 상당히 성장했다. 연방 하원과 상원에 한국계 정치인이 늘어나면서 정치적 존재감을 확립하고 있다. 상원에 진출한 앤디 김의 사례는 이를 대표적으로 보여준다.”

-미국 내 한인이 미국 주류 정치에 깊이 참여하기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는 무엇인가.

“미주 한인 커뮤니티의 정치 참여가 최근 몇 년간 빠르게 성장했지만, 여전히 영어 소통 능력 부족과 정치적 경험 부족이라는 한계가 있다. 선출직 한인 정치인이 점점 증가하고 있으나, 이들을 지원하거나 한인 커뮤니티 전체를 정치적으로 결속시키는 체계적 기반은 약하다.

한인 유권자들은 다른 아시아계에 비해 영어 숙련도가 낮아 정치적 정보 접근이 어렵고, 투표율이 낮은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투표소에서 사용되는 전문 용어나 복잡한 절차가 익숙하지 않아 투표 참여를 꺼리는 경우가 많다.

한인 유권자들의 정치적 인식을 높이고, 투표 참여를 확대하는 캠페인이 필요하다. 한인 커뮤니티는 과거 1992년 LA 폭동 이후 정치적 중요성을 깨닫고 참여를 확대했지만, 여전히 조직화된 영향력은 부족하다. 지역사회 내에서 정치 교육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이민자 권익을 옹호하는 활동가 그룹을 강화해야 한다.”

-미국 내 한인은 정치적으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나.

“미국 내 한인은 단순히 한국과 미국을 연결하는 중간 다리가 아닌, 미국 시민으로서 미국 사회에 기여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 한인이 미국 내에서 제 역할을 다하고 신뢰를 얻는다면, 시부모(미국)가 친정(한국)을 더 긍정적으로 바라볼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며느리가 시부모를 무시하고 친정만 챙긴다면, 시부모와의 관계는 불안정해지고 전체 관계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

한국과 관련된 이슈에서 미국 내 한인이 지나치게 한국 중심적으로 행동하면 양국 관계에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의미다. 한인의 정치적 활동은 미국 사회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이를 통해 한인 커뮤니티의 위상을 높이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한국도 동포들이 건강한 미국 시민이 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한국 정부는 그간 특정 정책이나 진영 논리 강화를 위해 동포들에게 접근해 왔다. 그러나 그래서는 안 된다는 게 수미 테리 연구원 기소 사건으로 드러났다.”

김효선 기자(hyosu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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