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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ESG 나우]HLB, 지속가능성 대폭 개선…신약 도전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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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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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유수인 기자]

HLB가 간암 신약 '리보세라닙'의 미국 시장 진입에 앞서 기업의 지속가능경영 수준을 대폭 개선했다. 기업 가치를 판단하는 주요 지표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활용하는 글로벌 추세에 맞추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HLB는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 전 최대 관문인 생산공정·품질관리(CMC) 평가만을 남겨두고 있어 시장 진출에 성공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26일 한국ESG기준원에 따르면, HLB는 올해 ESG 통합등급에서 B+를 받으며 전년보다 두 단계 상향했다. 지배구조 부문이 지난해 '매우 취약'(D)에서 올해 보통(B) 수준으로 개선된 것이 영향을 줬다.

회사는 등기이사 중 이사회 불참률이 높았던 외국인 이사 선임을 해제하고 설치 의무가 없는 감사위원회를 선제 도입한 점이 긍정적 평가에 도움이 됐다고 판단하고 있다.

앞서 회사는 지난 2021년 그룹 직속 조직을 신설하고 ESG경영체계를 본격 도입했으며, 상장 이후 주주의 권익보호와 투명한 경영활동을 위해 지난해 3월 이사회 산하에 감사위원회를 설치했다. HLB 지분에서 소액주주가 차지하는 비중은 90%가 넘는다. 올 9월 말 기준 진양곤 회장 등 최대 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보유 지분은 9.59%다.

현재 감사위원회 위원은 주주총회 결의로 선임한 최규준·신동기·설인배 사외이사로 구성됐다. 이사회 산하에 설치한 ESG위원회도 최규준 이사가 위원장으로 있으며, 신동기 사외이사, 설인배 사외이사, 김도연 부사장 등이 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HLB 이사회는 매 분기 1회 이상 정기 이사회 개최 원칙하에 운영되고 있으며, 이외에도 필요에 따라 임시 이사회를 수시로 개최해 주요 안건에 대한 의사결정을 진행하고 있다. 또 이사진이 안건을 충분히 검토할 수 있도록 이사회 개최 5일 전 소집을 통지하고 있다.

이 밖에도 회사는 환경과 사회 부문에서 양호 단계인 'B+'를 유지하며 2022년 대비 개선된 모습을 보여줬다. HLB는 인권 경영 고도화, 컴플라이언스 시스템 구축, 사회공헌 확대 등을 통해 사회 부문을 개선했다. 지난 한 해 통한 기부한 금액은 약 4000만원 정도다.

또 재생에너지 사용 비율을 확대하며 환경경영을 강화했다. HLB는 생산단계에서의 탄소배출을 절감하고 신재생에너지의 사용 비율을 높이기 위해 지난해 2공장 옥상 부지를 활용, 약 200평 규모의 태양광 발전설비를 구축하고 이를 통해 연간 전체 에너지 사용량의 약 4%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했다. 그 결과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4%를 절감할 수 있게 됐으며, 2025년까지는 신재생에너지 사용 비율을 약 20% 수준으로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ESG경영을 강화한 배경에는 '리보세라닙'에 대한 기대감이 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HLB는 인수합병(M&A)을 통해 외형을 확장해 온 기업이다. 현재 HLB그룹 계열사만 50곳에 달한다.

진양곤 회장이 리보세라닙과 연이 닿았던 시기는 지난 2009년이다. 당시 구명정 기업인 현대라이프보트를 이끌던 진 회장은 바이오 분야와 거리가 멀었으나 우연히 만난 리보세라닙을 통해 신약 개발에 뛰어들게 됐다.

리보세라닙 물질 자체는 미국 어드밴첸 연구소로부터 개발됐다. 중국계 미국인 연구자인 폴 첸 박사가 지난 2004년 물질 특허를 받고 후보물질 개발을 시작했으며, 2005년 중국 항서제약이 중국지역에 대한 사업권을 사들였다. 특허권은 연구소가 유지했다. 이후 2007년 한국계 미국인이 경영진으로 있는 미국 LSKB(현 엘레바)가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사업권을 확보해 자체 개발에 나섰다.

진 회장은 코스닥 상장사인 이노지디엔을 인수하면서 출자회사였던 미국 기반의 항암제 개발업체 LSKB와 연을 맺었다.

진 회장은 LSKB가 신약 개발에 필요한 지원 요청을 하기 전까지 표적항암제를 포함, 바이오 전반에 대한 전문적 식견이 전혀 없었지만, LSKB 경영진의 열정을 보고 투자를 결심한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본업인 조선업이 불황에다 신규사업 운영자금 때문에 재정이 빠듯한 상황이라 임원들의 반대가 있었음에도 투자를 결심했다는 전언이다.

이를 바탕으로 리보세라닙은 글로벌 임상을 시작할 수 있게 됐고, 지난 2011년 허가를 받아 이듬해 임상 1상에 진입했다.

이후 2014년 중국 사업권을 가져간 항서제약이 위암을 적응증으로 현지에서 '리보세라닙'의 품목허가를 받자 진 회장은 글로벌 상용화 가능성을 보고 투자를 확대하기 시작했다. 특히 국내에서 시도되지 않았던 M&A 기법인 '삼각합병'을 통해 미국 회사였던 LSKB를 100% 자회사로 인수했고, 사명을 엘레바 테라퓨틱스로 변경했다.

2020년에는 어드밴첸연구소로부터 중국을 포함한 글로벌 특허권을 모두 가져왔다.

미국에서는 간암 1차 치료제로 품목허가를 노리고 있다. 면역관문억제제 '캄렐리주맙'(항서제약 보유)과 병용하는 방식이다.

리보세라닙은 혈관 내피 성장인자 수용체(VEGFR-2)를 억제해 암의 성장에 필수적인 산소와 영양분의 공급을 차단, 암을 효과적으로 사멸하는 TKI 계열 경구용 약물인데, 현재까지 신생혈관억제 기전의 TKI 항암제와 면역항암제의 병용요법으로 허가된 간암 1차 치료제가 없다는 점은 두 약물의 허가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하지만 미국 NDA(품목허가) 제출까지 모든 과정이 순탄대로 흘러가진 않았다. 지난 2019년에는 위암 3·4차 치료제 글로벌 임상에서 차질을 빚으면서 일명 '6.27 사태'를 맞게 됐고, 이후 글로벌 임상3상을 끝낸 간암 NDA를 우선 접수했지만 지난 5월 보완요구서한(CRL)을 수령하며 결국 허가에 실패했다. ▲캄렐리주맙 CMC ▲BIMO(임상사이트) 실사 등이 문제가 됐다.

CRL을 수령했다고 해서 임상 실패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FDA가 지적한 사안을 수정·보완한 후 다시 신약 허가를 신청해야 한다. CMC 관련 이슈로 CRL를 수령한 회사가 최종 허가를 받는 데까지 걸리는 기간은 평균 6.7개월이다.

다행히 회사는 최근 FDA가 진행한 BIMO 실사에서 'NAI(보완할 사항 없음)' 판정을 받으며 다시금 허가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BIMO는 FDA가 신약 승인 과정에서 수행하는 실사 절차다. FDA 심사관이 직접 임상 스폰서와 임상병원, 임상시험수탁기관(CRO)을 방문해 임상시험 데이터의 신뢰성과 규제 준수 여부를 확인한다. FDA의 실사 결과는 크게 ▲공식적 조치 필요(OAI) ▲자발적 조치 권고(VAI) ▲추가 조치 불필요(NAI) 등 3가지 등급으로 나뉜다.

HLB 미국 자회사 엘레바와 항서제약은 CMC 현장실사 후 제기됐던 지적 사항에 대해 보완자료를 제출하고 허가 재개에 나섰다. 양사는 지난 7월 FDA 미팅을 진행한 데 이어 9월 재심사 신청서 제출을 완료했다.

FDA는 Class1과 Class2 둘 중 하나로 분류해 재심사를 진행한다. Class1은 최종 허가에 2개월이 소요되고, 클래스2일 경우엔 6개월 내 허가 여부를 결정한다. FDA는 리보세라닙·캄렐리주맙 병용요법에 대한 심사 진행을 'Class2'로 분류됐는데, 지난달 초 BIMO 실사 일정이 확정되는 등 예상보다 빠르게 심사 절차가 진행됐다.

남은 과제는 CMC 실사다. FDA가 CRL를 발급한 주요 사유가 CMC 문제였던 만큼 최대 관문이 될 수 있다.

CMC 평가는 일관성 있는 치료 효과와 안전성을 보장하기 위한 제품 개발·제조 및 품질 관리의 책임이 개발사에 있다는 점을 확인하기 위해 필요한 절차다.

FDA는 지난 7월 진행한 미팅에서 캄렐리주맙 CMC 관련 보완 서류에 대해 추가 요청을 하지 않았다. 회사 측은 이미 항서제약이 CMC 현장실사 후 제기됐던 지적 사항에 대해 충실하게 보완자료를 제출했기 때문에 추가적인 요청이 없었던 것이라고 보고 있다.

또 엘레바 내부에 CMC 전문 인력을 영입하는 등 대응 준비도 철저히 해왔다. 항서제약도 지난 7월 FDA 출신의 CMC 전문 인력을 부사장으로 영입한 것으로 알려진다.

회사는 늦어도 3월20일 내 신약 허가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지만 심사 절차가 빠르게 진행되는 만큼 보다 이른 시기에 승인 여부가 날 수도 있을 전망이다.

유수인 기자 su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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