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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백세시대] 때로는 '관심'만으로 병이 좋아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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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T·MRI 찍어도 증상 없는 경우 많아
심리적 문제가 원인…따듯한 관심 필요
한국일보

분당서울대병원 노인병내과 김광일 교수. 분당서울대병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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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래에서 진료하다 보면 환자는 걱정에 가득 차 있지만 같이 온 자녀는 대수롭지 않은 일처럼 여기며 지치고 무심한 표정을 짓는 경우를 종종 본다. 환자가 흉통이나 호흡곤란 등의 증상을 호소해도 심장질환에 의한 증상은 아닐 것 같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실제로 다양한 검사를 해도 별 다른 이상 소견이 발견되지 않는다.

시골에 거주하는 부모가 상경한 자녀에게 몸 어딘가가 아프고 불편하다는 전화를 하면 처음 한두 번은 깜짝 놀라 큰 병원에 모시고 간다. 하지만 반복되는 검사에도 불구하고 큰 문제가 발견되지 않으면 보호자들도 서서히 환자의 호소에 무감각해지게 된다.

많은 노인 환자들이 자녀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다는 마음과, 그래도 가끔 자녀가 챙겨주었으면 하는 상반된 감정이 복잡하게 작용하면서 연락이 닿을 때마다 몸이 불편하다는 호소를 한다. 자녀 입장에서는 부모님이 몸이 불편하다고 연락을 하는데 마냥 무시할 수도 없지만, 병원에서는 계속 특별한 문제가 없다고 하니 무척이나 답답할 것이다. 부모 입장에서도 몸은 계속 불편한데 원인을 찾지 못하고 자식들로부터 괜한 핀잔을 받게 되니 기분이 편하지는 않을 것이다.

의사들 역시 이런 상황이 참 난감하다. 이미 검사를 여러 차례 받고 와서 문제가 없다는 이야기를 들은 상태라면 컴퓨터단층촬영(CT)과 자기공명영상(MRI) 등 환자가 가장 정확하다고 믿을 수 있는 검사를 반복해도 환자를 설득하기가 쉽지 않다. 이런 과정은 많은 비용과 시간을 소요하게 돼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일이다. 물론 가끔씩 계속 검사를 하고 원인을 찾다 보면 숨겨져 있는 원인 질환을 찾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환자의 증상을 무시할 수만은 없다. 하지만 실제로 추가적인 검사를 통해 이러한 증상에 대한 원인이 정확히 발견되는 경우는 생각보다 드물다.

이런 상황에서 원인을 찾다 보면 특정한 질환이 있어서라기보다는 심리적인 문제로 인해 시작되는 경우가 흔하다. 혼자 있기 때문에 느끼는 불안감과 우울감으로 인해 몸에 이상은 없지만 불편함이나 통증 등 신체 증상을 호소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자녀들과 함께 지내는 동안에는 불편한 곳이 없다가 다시 홀로 지내면 비슷한 증상이 또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최근에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영상통화 등 직접 만나지 않아도 대화를 주고받는 것이 가능해졌지만 자식들이 부모님의 모든 어려움과 외로움을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을 것이다. 발달된 기술로도 해결하지 못하는 인간적인 만남과 직접적인 관심에 대한 아쉬움은 분명히 존재하며, 자신도 모르는 사이 불안감, 외로움, 우울감 등으로 인해 신체 증상을 겪는 노인 환자들이 상당히 많다.

이러한 증상은 심리적인 문제로 시작되기 때문에 병원에서 무수히 많은 검사를 받는 것보다 가족의 따뜻한 관심이 문제 해결의 열쇠가 될 수 있다. 자주 찾아뵙고 연락하는 것만으로도 노인 환자들이 호소하는 증상들이 해결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원인을 알 수 없는 통증 등 신체 증상이 발생하고, 이것이 심해지지 않고 지속된다면 신체적인 문제가 아니라 심리적인 문제를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이 경우 관심을 기울이는 것만으로도 환자의 증상이 해결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분당서울대병원 노인병내과 김광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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