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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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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아시아, 하이브 공개 매수 전 대량 매입…카카오와 공모 혐의 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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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원아시아측 유관 법인을 통해 SM엔터 주식 매입

②원아시아 관계사, 하이브 공개 매수 응모 정황

검찰, 카카오와 원아시아 공모해 시세 조종

카카오측, 원아시아 SM 주식 매수와 관련 없다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카카오(035720)가 SM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사모펀드(PEF)운용사인 원아시아파트너스와 공모해 시세를 조작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가운데, 새로운 사실이 드러났다.

원아시아 측이 ①하이브의 SM엔터 주식 공개 매수 이전에 유관 법인을 통해 SM엔터 주식을 대량으로 매입한 사실과 ②하이브의 공개 매수에 응모하려 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검찰이 주장한 카카오가 하이브의 SM엔터 인수를 방해하기 위해 원아시아와 공모했다는 전제가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이데일리



하이브 공개 매수와 무관하게 시작한 매수


26일 이데일리가 제보자를 통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원아시아파트너스와 관련이 있는 그레이고, 하이헷, 늘봄 제22호 조합은 하이브의 SM엔터 공개 매수 직전 SM엔터 주식을 대량으로 매입했다.

하이브는 지난해 2월 10일부터 28일까지 주당 12만원을 제시하며 SM엔터 공개 매수를 진행했는데, 원아시아측 법인들은 그 이전인 2월 2일부터 7일까지 네 차례에 걸쳐 대규모 주식을 매입했다.

구체적으로, 2023년 ▲2월 2일 하이헷(1만5000주), 늘봄 제22호 조합(3만4000주) ▲2월 3일 하이헷(9700주), 늘봄 제22호 조합(1만9600주), 그레이고(6만5000주) ▲2월 6일 그레이고(2만2000주) ▲2월 7일 하이헷(1800주), 그레이고(12만3000주) 등이다.

이들 법인이 하이브 공개 매수 직전에 사들인 주식은 총 28만8300주로, 이 기간 동안 SM엔터의 주가는 8만9100원에서 9만100원으로 상승했다. 약 260억원 규모의 주식을 하이브 공개 매수 직전 사들인 셈이다. 그레이고는 또한 하이브의 공개 매수 기간인 지난해 2월 27일 SM엔터 주식 7만5000주를 추가로 매입하기도 했다.

원아시아파트너스와 무슨 관계인가

그레이고, 하이헷, 늘봄 제22호 조합은 원아시아파트너스와 관계가 밀접하다.

그레이고의 지난해 말 기준 최대 주주는 원아시아파트너스가 운용하는 PEF(사모펀드) ‘가젤 제1호 유한회사’로, 지분 42.53%를 보유하고 있다.그레이고는 원아시아파트너스가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지식재산권(IP) 커머스 및 마케팅 기업이다.

종합 엔터테인먼트 기업 하이헷과 원아시아파트너스의 연결고리는 콘텐츠 제작사 아크미디어다. 드라마 ‘연모’, ‘카지노’ 등을 제작한 아크미디어는 하이헷 출범 초기인 2022년 3월부터 오리지널사운드트랙(OST) 제작 위탁 계약을 체결하고 사업 관계를 유지해왔다. 아크미디어의 최대 주주는 원아시아파트너스가 운용하는 PEF ‘코리아그로쓰 제1호 사모투자합자회사’로, 지난해 말 기준 보유 지분은 52.21%다. 지창배 원아시아파트너스 대표는 아크미디어 회장직도 겸임하고 있다. 늘봄 제22호 조합은 하이헷의 주요 주주이자 관계 회사로 알려져 있다.

검찰, 카카오와 원아시아 공모해 시세 조종

검찰은 카카오의 SM엔터 시세 조종 혐의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원아시아측(그레이고, 하이헷, 늘봄 제22호 조합)이 하이브의 공개 매수 이전에 SM엔터 주식을 매수한 것에 대해선 문제 삼지 않고 있다.

대신, 하이브의 공개 매수 기간(2023년 2월 10일~28일) 중 원아시아측이 주식을 매수한 시점(2023년 2월 16일~27일)을 시세 조종으로 판단한다. 검찰은 이 시점에 카카오와 공모했다고 보고, 주가를 12만원 이상으로 인위적으로 형성해 하이브의 공개 매수를 방해하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검찰은 김범수 창업자의 지시로 카카오그룹이 원아시아파트너스를 동원해 하이브의 공개 매수를 저지할 목적으로 약 2400억원을 투입해 SM엔터 주가를 조종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카카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원아시아파트너스 법인 3곳과 김범수 창업자, 지창배 원아시아파트너스 대표, 배재현 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 홍은택 전 카카오 대표, 김성수 전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 강호중 카카오 투자전략실장이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

SM엔터 시세 조종 관련 공소장에 “카카오가 원아시아파트너스를 동원해 SM엔터 주가를 조종했다”는 내용을 공소사실 중 하나로 명시했다.

카카오측, 원아시아의 SM 주식 매수와 관련 없다

그러나 카카오 측 변호인단은 원아시아측이 하이브의 공개 매수와는 무관하게 SM엔터 주식을 매수한 점과, 공개 매수 기간에 이뤄진 주식 매수 역시 카카오와 무관하게 진행된 사안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카카오는 원아시아측이 2월 초(2023년 2월 7일~8일) SM엔터 주식을 매수할 당시, 투자심사위원회를 아직 개최하지 않았으며(2023년 2월 10일투심위 개최), 당시 카카오는 SM엔터와 사업 협력 계약을 체결하는 등 협력을 강화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또한 카카오 변호인단은 지창배 대표가 늘봄 제22호 조합을 통해 하이브의 공개 매수에 응하려 했다는 정황이 드러났다면서, 만약 지 대표가 카카오와 공모했다면, 당시 카카오와 SM엔터 인수합병(M&A)을 두고 경쟁 관계에 있던 하이브에 주식을 매도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고 반박했다.

이와 관련해 2023년 2월 23일자 한국투자증권 계좌 잔고 증명서에는 “SM 공개 매수 접수 건으로 계좌 개설을 요청하시어 증빙 청부함”이라는 메모가 기재돼 있으며, 김종탁 원아시아파트너스 고문은 참고인 진술에서 “당시 늘봄 제22호가 SM엔터 주식 공개 매수에 응모할 준비를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지창배 원아시아파트너스 회장이 지시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답했다.

카카오 변호인단은 원아시아파트너스 측의 사전 매집 정황과 핵심 인물들의 녹취록 등을 근거로 “검찰의 공소사실에 오류가 있다”는 취지로 변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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