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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정부-이통사 '알맹이 없는' 협의: 알뜰폰 도매대가가 뭐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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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서영 기자]

정부가 도매대가 인하 협의를 연내에 마무리한다. 알뜰폰 업체들이 이통3사에 내는 '통신망 사용료'를 낮추기 위한 절차다. 그런데 정작 알뜰폰 업계는 이번 협의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정부와 이통사가 '알맹이를 빼놓고'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무슨 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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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올해 안으로 도매대가 인하 협의를 마칠 계획이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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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도매대가 인하'를 위한 협의 테이블을 차렸다. 대상은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다. 도매대가 인하란 알뜰폰 업체가 이동통신3사에 지불하는 망 사용료인 '도매대가'를 낮추는 걸 말한다. '도매대가'를 인하하면 소비자의 통신요금이 줄어들 여지가 생기기 때문에 이 협의는 중요한 함의를 갖고 있다.[※참고: 통신 인프라가 없는 알뜰폰 업체는 이통3사의 통신망을 빌려 쓰는데, 여기에 지불하는 돈이 바로 도매대가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10월 18일 개최한 제17차 정보통신전략위원회에서 이통3사와 도매대가 인하를 협의해 내년 초엔 더 낮은 알뜰폰 요금제를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3일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통신사 CEO 간담회'에서 유상임 과기정통부 장관이 도매대가 인하를 언급했고, 이통3사 CEO들은 여기에 협조하겠다고 전했다. 표면적으론 협의가 잘 진행될 듯한데, 정작 알뜰폰 업계에선 다른 목소리가 나온다. "알맹이가 빠진 협의"란 거다. 이유가 뭘까.

■ 상생책 왜 필요해? = 우선 알뜰폰 상생책의 필요성부터 알아보자. 알뜰폰은 통신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이통3사의 대항마 역할을 한다. '저가 요금제'를 내세운 알뜰폰이 경쟁력을 갖추면 이통3사 역시 합리적인 요금제를 선보일 수밖에 없어서다. 실제로 알뜰폰은 가계통신비 인하에 앞장서고 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발표한 '이용자 후생 분석을 통한 알뜰폰 시장의 활성화 정책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알뜰폰으로 발생한 소비자 후생 규모는 1조4275억원, 5년 뒤엔 여기서 13.8% 더 늘어난 1조6239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알뜰폰의 경쟁력이 커지면 소비자에게 가는 이득도 커진다는 뜻이다. '가계통신비 인하'를 정책 목표로 내건 정부가 이통3사와 알뜰폰 업체 사이에서 '균형추' 역할을 하고 있는 이유다.

■ 그런데 왜 반발해? = 그렇다면 알뜰폰 사업자들이 정부와 이통3사의 협의 과정에 불만을 내비치는 이유는 뭘까. 도매대가 인하 협의의 세부사항을 살펴보면 그 이유를 엿볼 수 있다. 정부는 이통3사의 도매대가 인하를 '종량제 요금제'에 한정해 추진하고 있는데, 대부분의 알뜰폰 업체는 '정액형 요금제'를 판매하고 있다. 알뜰폰 업체 입장에선 종량제 요금제의 수익성이 너무 약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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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액형은 이통3사와 같은 구성의 상품을 좀 더 저렴한 가격에 재판매하는 요금제다. 알뜰폰 사업자는 그 대가로 가입자의 월 요금 일정 비율을 이통3사에 지급한다. 반면 종량제는 알뜰폰 업체가 자체적으로 구성한 요금제를 말한다. 가입자가 사용한 음성·문자·데이터의 양을 계산해 이통3사에 사후에 지불한다.

정액형 방식은 계약 당시 정해진 도매대가만 지급하면 되지만, 종량제 방식은 가입자가 데이터를 많이 쓸수록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 늘어난다.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현재 90% 이상의 요금제가 정액형을 택하고 있다"며 "이용자들의 평균 데이터 사용량이 많이 증가해 종량제 방식의 요금제로는 수익을 내기 어렵다"고 말했다.

문제는 정부와 이통3사가 협의 대상을 정액형이 아닌 '종량제'에 맞춰 왔다는 점이다. 직전 도매대가 협상은 2022년 12월에 이뤄졌는데, 이때도 정부와 이통3사는 종량제 요금제를 주로 낮췄다. 음성은 1분당 6.85원으로 전년 대비 14.6% 떨어뜨렸고, 데이터는 4G·5G 관계없이 1MB당 1.29원으로 19.8% 인하했다. 반면, 정액형 요금제는 기존 수익 배분 비율 62.0%에서 60.0%로 2%포인트 낮추는 데 그쳤다.

이용자 선호도가 가장 높은 '11GB(11GB+일2GB) LTE' 요금제의 도매대가는 5년째 50%에 머물러 있다. 가장 많이 사용하는 정액형 요금제는 빼놓고 거의 사용하지 않는 종량제 요금제만 인하해온 셈이다. 알뜰폰 업체들이 정부와 이통3사의 협의를 두고 '생색내기'라고 비판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남아 있는 더 큰 문제 = 이 지점에서 주목해야 할 건 또 있다. 정부가 나서 이통3사와 도매단가를 협의하는 건 이번이 마지막이다. 올해를 끝으로 알뜰폰 업계 대신 정부가 도매대가를 협상해주는 제도가 끝난다. 전기통신사업법을 개정해 '도매제공 의무제도'를 상설화했지만 정부는 앞으로 '사후규제'로만 개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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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부터 알뜰폰 업체들은 정부의 도움 없이 개별로 도매대가를 협의해야 한다. 사진은 유상임 과기정통부 장관.[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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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내년 4월 이후엔 알뜰폰 업체들이 이통3사의 개별적으로 도매단가 협상을 진행해야 한다. 알뜰폰 업체들이 "도매대가를 인하할 수 있는 길 자체가 사라졌다"며 우려하는 건 이런 배경에서다.[※참고: 도매제공 의무제도란 이동통신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이 알뜰폰 사업자에 반드시 망을 제공해야 한다는 의무를 부여하는 제도다.] 문제는 이통3사가 거머쥔 시장에서 그들의 망을 빌려쓰는 알뜰폰이 '협상력'을 가질 수 있느냐다.

안정상 중앙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겸임교수는 "알뜰폰이 근본적으로 자생할 수 있는 경쟁력을 키워야 할 시점이 온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정부의 역할을 강조했다. "알뜰폰 업체는 앞으로 소비자들의 지속적인 선택을 받기 위한 서비스를 내놓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정부 역시 그런 알뜰폰 업체들이 올바르게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 이번 협의에서 이통3사의 도매단가는 얼마나 인하될까. 정부의 보호망이 사라진 후 알뜰폰은 명맥을 유지할 수 있을까.

조서영 더스쿠프 기자

syvho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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