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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트럼프 전기차 공약에 반기 든 캘리포니아 주지사, 알고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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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미국에서 제조된 자동차와 배터리를 사용한 전기차를 구매하는 소비자에게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라 최대 7500달러(약 1050만 원)를 세액 공제해준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는 대선 운동 기간 바이든 정부의 ‘전기차 의무화’ 정책을 종료하겠다고 거듭 말했고, 로이터는 지난 14일(이하 현지 시각) 트럼프 정권 인수팀이 전기차 세액 공제 폐지를 계획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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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빈 뉴섬 캘리포니아주 주지사. /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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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트럼프는 지금까지 전기차 세액 공제와 관련한 입장을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주(州) 주지사가 25일 성명을 통해 “트럼프와 공화당이 전기차 세액 공제를 없애면 과거에 시행했던 친환경차 환급 제도를 재도입할 것”이라고 선제공격에 나섰다. 자신을 ‘청정에너지’ 리더로 정의하고 나선 뉴섬 주지사가 트럼프에 도전하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 중 하나로 전기차 세액 공제를 삼은 것이다.

앞서 뉴섬 주지사는 대선이 치러진 지 4일 후인 지난 9일 임신 중절권, 기후 변화와 같은 진보적 정책을 트럼프로부터 보호하겠다며 연말에 주의회가 특별 회기를 열도록 촉구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2028년 민주당 대선 주자로 꼽히는 뉴섬 주지사의 정치적 행보라는 분석도 있다. 트럼프에 맞서면서 정치적 입지를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뉴섬 주지사의 전 부인은 트럼프의 장남인 트럼프 주니어의 약혼자 킴벌리 길포일이다.

뉴섬 주지사는 트럼프가 전기차에 대한 7500달러의 연방 세액 공제를 없앨 경우 캘리포니아가 전기차 또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를 구매하는 이들에게 최대 7500달러의 할인을 제공하겠다고 했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가 연방 세액 공제를 폐지하고 캘리포니아의 깨끗한 공기와 녹색 일자리에 대한 우리의 공약을 두 배로 늘린다면 우리는 개입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캘리포니아주는 2010년부터 2023년까지 전기차 할인 프로그램을 운영했고, 소비자들은 이에 힘입어 59만4000대 이상의 전기차를 구매했다. 캘리포니아주에 따르면 미국 전체 전기차의 37%가 캘리포니아에 있다. 캘리포니아주에 이어 미국에서 전기차가 두 번째로 많은 플로리다주보다 약 6배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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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재임 중이던 2018년 11월 17일 캘리포니아주 파라다이스 산불 피해 지역을 방문하는 동안 개빈 뉴섬 당시 캘리포니아 주지사 당선인(왼쪽)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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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주가 지원할 대상에서 테슬라 전기차는 제외될 수도 있다. 이는 뉴섬 주지사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최근 몇 년 동안 보인 불화에 근거한다. 머스크는 캘리포니아의 엄격한 규제 정책, 자유로운 사회 정책을 비판했고, 테슬라 본사를 텍사스로 이전하겠다고 한 바 있다. 여기다 머스크는 트럼프의 최측근으로 전기차 보조금 폐지를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전기차 세액 공제 폐지 시, 판매량 27% 감소”

바이든 정부는 기후변화를 이유로 전기차 보급 확대에 나섰다. 이를 위해 도입한 것이 IRA에 따른 전기차 세액 공제다. 그러나 전기차 세액 공제가 폐지될 경우 전기차 확산은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캘리포니아대 버클리 캠퍼스의 조셉 샤피로 교수 등이 연구한 바에 따르면 전기차 세액 공제 혜택이 사라질 경우 전기차 판매는 27% 감소할 수 있다. 샤피로 교수 등은 “세액 공제 없이는 연간 약 31만7000대의 전기차가 덜 팔릴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는 전기차 가격이 내연기관 자동차보다 일반적으로 비싸기 때문이다. 10월 기준 미국 전기차 평균 가격은 5만6900달러로, 하이브리드나 내연기관 자동차 평균 가격보다 9000달러 비싸다. NYT는 “세액 공제가 그 격차를 상당히 줄였다”고 했다.

트럼프가 바이든 정부의 전기차 세액 공제 혜택을 폐지하기 위해선 의회의 동의가 필요하다. 다만, 트럼프는 재무부에 세액 공제 대상 자동차 수를 제한하는 방식을 요청해 전기차 보조금을 줄일 수 있다. 물론 2025년에 수조 달러 규모의 감세를 예고한 공화당은 IRA의 일부를 폐지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트럼프가 자신의 임기 초반에 종료될 세금 감면을 연장하는 데 필요한 수조 달러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문제가 쉽지만은 않다. IRA 혜택을 받으려고 미국에 투자한 해외 기업은 미시간, 오하이오, 조지아 등 공화당을 지지하는 러스트벨트 지역에 공장을 건설 중이라 공화당 안에서도 IRA를 지지하는 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가 전기차 세액 공제 혜택을 폐지하면 트럼프의 최측근이 된 머스크의 사업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테슬라는 미국에서 판매되는 전기차의 약 절반을 생산한다. 머스크는 올해 초까지만 해도 전기차 세액 공제를 폐지하면 테슬라에 미치는 영향을 미미하지만, 경쟁 업체들이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 주장한 바 있다. 하지만 로이터는 “머스크는 트럼프의 전기차 세액 공제 혜택 폐지를 지지한다”고 전한 바 있다. NYT는 “전기차 세액 공제가 폐지될 경우 다른 자동차 제조업체보다 테슬라가 입는 타격이 적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정미하 기자(viva@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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