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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사설] 경기 비관론 28개월 만에 최대, 더 긴요해진 내수 진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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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하면서 한국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점차 커지는 형국이다. 26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4년 11월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11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00.7로 전월보다 1.0포인트(p) 하락했다. CCSI는 소비자의 경제상황에 대한 심리를 종합적으로 나타내는 심리지표로, 현재생활형편·생활형편전망·가계수입전망·소비지출전망·현재경기판단·향후경기전망 6개 지표를 이용해 산출한다. 이 중 향후경기전망(74)이 7p 떨어지며 지난 2023년 11월(72)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하락폭으로만 보면 2022년 7월(19p) 이후 최대 하락폭이다. 트럼프 당선 이후 원·달러 환율이 오르고 국내 주가가 하락한 영향이 컸다. 특히 수출 증가세가 둔화할 수 있고 향후 보호무역기조 강화될 경우 경기 하방 우려가 커질 수 있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이날 한국경제인협회가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기업경기실사지수(BSI)를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는데 2022년 4월부터 33개월 연속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가장 낮았다. 경제의 양대축인 소비자와 기업 모두 한국경제에 먹구름이 일고 있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한국 경제는 고물가와 내수 침체, 가계 부채 증가 등 국내 여건이 취약한 상태에서 ‘트럼프 리스크’라는 대외적 충격을 맞고 있다. 가장 우려스러운 점은 트럼프의 관세정책이다. 중국에 60%의 관세를, 나머지 국가에는 10~20%의 보편관세를 예고하면서 환율을 높여 미국의 관세 정책에 대응하는 국가에 대해서는 한층 강력한 경고를 했다. 환율을 높인 만큼 추가적으로 관세를 높이겠다는 것이다. 또 대미 수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자동차는 미국 내 생산으로 대체하려고 한다. 여기에 중국 반도체 산업에 대한 규제 강화로 한국의 대중 수출까지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수출이 위축돼 성장률이 낮아지면 내수는 더욱 침체할 수 밖에 없다.

윤석열 대통령은 집권 후반기를 트럼프 2기와 마주해야 한다. 양극화 타개와 두꺼운 중산층을 새 국정 목표로 내세웠는데 자칫 ‘트럼프노믹스’에 가로막힐 형국이다. 민간 주도 시장 중심 기조에서 경기 부양과 민생 지원 쪽으로 정책 우선순위가 바뀌었으면 이를 달성하기 위한 재정 정책도 긴축에서 적극 재정으로 전환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고환율과 가계빚으로 한은의 적극적 금리 인하가 어려운 가운데 성장률 둔화로 내수가 흔들릴 경우 민생의 어려움과 고통은 더 가중될 수 있다. 정부는 효율적이되 적극적 재정정책으로 내수 경기 진작의 마중물이 되고 트럼프 파고를 넘는 서핑보드 역할을 해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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