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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사설] 애써 키운 핵심 기술 유출, 처벌 수위 더 높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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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국내 핵심기술이 해외로 유출되는 문제가 끊이질 않고 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에 따르면 올해에만 25건의 기술유출 사건이 적발됐다. 2021년 국수본 출범 이래 최다라고 한다. 이 중 국가핵심기술이 포함된 사례가 10건에 달한다. 주로 우리와 기술경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으로 새나갔다. 국가 경제와 안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다.

우려스러운 것은 유출기술 중 디스플레이(8건)와 반도체(7건) 등 전략기술이 가장 많다는 점이다. 특히 국가핵심기술이 포함된 것은 심각하다. 국가핵심기술은 국가 안보와 경제에 직결된 중요도가 높은 기술을 뜻한다. 정부는 반도체, 자동차, 이차전지, 철강, 원자력 분야에서 70여 건을 국가핵심기술로 지정 관리하고 있다. 그런데 2021년 단 1건이었던 핵심기술 유출이 올해 10건으로 늘었다. 우리 수출과 경제를 떠받치는 주요 기술이 줄줄이 새나가고 있는 것이다.

첨단기술의 해외 유출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 6년간(2018~2023년) 유출 건수가 149건에 이른다. 이로 인한 국내 기업의 피해액이 무려 30조원에 달한다. 기술 유출이 빈발하는 원인 중 하나는 처벌이 약한 데 있다. 현재 산업기술보호법 위반으로 기소된 사건의 대다수가 무죄 또는 집행유예로 끝난다. 지난 국회에서 자동 폐기됐다 다시 발의된 개정안이 최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통과됐지만 형량은 달라지지 않았다. 이번 개정안은 국가핵심기술을 유출할 경우 벌금을 현행 15억원 이하에서 65억원 이하로 수위를 높게 조정했지만 형량은 기존 ‘3년 이상’으로 그대로다. 이 정도로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다.

한번 기술이 유출되고 나면 사실상 되찾기가 어렵고, 해당 기술은 경쟁국의 성장 발판으로 이용되기 때문에 유출을 사전에 막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주요국들은 핵심기술의 유출을 국가 안보 차원에서 관리하고 강력하게 처벌하고 있다. 미국은 국가안보위원회(NSC)같은 기관과 국가안보법을 통해 민감 기술을 보호하고 있다. 기술이 빠져나갈 통로를 막을 겹겹의 장치를 갖추고 민·형사 처벌도 강화하는 추세다. 중국마저 최근엔 기술 유출을 차단하겠다며 반도체 기술 유출혐의를 둔 한국인에 간첩죄를 적용해 구속하기도 했다. 국가생존과 직결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첨단기술 개발은 막대한 자원과 시간이 투입된다. 허술한 관리와 법 때문에 그간의 노력이 물거품이 돼선 안된다. 기술을 빼돌리려는 마음을 아예 먹지 못하도록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 기술유출 기법이 고도화하고 있는 만큼 사전 포착 기술 개발도 필요하다. 기술보호가 곧 국가의 미래라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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