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고등법원에서 열린 삼성 합병·승계 의혹 2심 결심 공판에 출석하던 중 잠시 눈을 감고 있다. 사진=강민석 기자 kms@newsway.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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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김현호 기자]
"삼성의 미래에 대한 우려가 매우 크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25일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문제로 열린 항소심 결심 공판에서 "삼성의 위기 극복을 위해 기회를 달라"며 이같이 말했다. 대외적인 메시지는 지난 5월 유럽 출장 귀국길에서 "봄이 왔네요"라고 언급한 이후 6개월 만에 내놓은 것이다. 이 회장은 고(故)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의 4주기(10월 25일), 삼성전자 창립 55주년 기념일(11월 1일) 등 특별한 일정에서도 침묵으로 일관했다.
최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 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선 지 10년 만에 가장 혹독한 시험(the most severe test)을 치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FT는 "고대역폭 메모리(HBM) 분야에서는 SK하이닉스에 뒤처졌고 대만 반도체 제조회사(TSMC)를 추월한다는 야망은 거의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며 "디스플레이와 스마트폰 분야에서도 중국 경쟁사에 시장 점유율을 빼앗기고 있다"고 꼬집었다.
AI(인공지능) 경쟁에서 밀린 삼성전자는 올해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이 SK하이닉스에 추월당할 위기에 놓였다. SK하이닉스가 연간 영업이익에서 삼성전자를 앞서는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지난 2019년 133조원을 투자해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도 1위를 차지하겠다고 공언한 이 회장의 약속은 진전이 없다. TSMC와의 격차는 오히려 확대됐고 AP(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 사업은 역성장 중이다.
삼성전자를 지탱했던 메모리 분야는 더 이상 '1강(强)' 구도가 아니라는 평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 8월 세계 최초로 10나노미터(㎚·10억분의 1m)급 6세대(1c) 미세공정을 적용한 16Gb(기가비트) DDR5 D램을 개발한 데 이어 최근에는 세계 최고층 321단 4D 낸드플래시 양산을 선언하는 등 삼성전자보다 한발 앞서고 있다. 심지어 업계 3위 기업인 미국 마이크론은 가장 먼저 5세대 HBM인 HBM3E 개발 소식을 알리기도 했다.
이 회장의 사법 리스크가 10년 가까이 이어지면서 삼성전자의 위기를 키웠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연말 임원인사에서 '신상필벌' 원칙이 작용할지 관심이 쏠린다. 이 회장이 직접 '위기'를 언급한 건 올해가 처음인 만큼 주요 경영진들이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평가가 나오면서다.
삼성의 인사는 삼성전자를 비롯해 계열사 사장단 인사를 시작으로 임원인사, 조직개편 순으로 이뤄진다. 사장단 인사는 통상 12월 초에 단행됐으나 지난해에는 일주일가량 앞당겼다. 업계에선 삼성전자가 전날 일부 임원에게 퇴임을 통보했고 이르면 27일 2025년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5월 '구원투수'로 등판한 전영현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장을 제외하고 반도체 사업의 주요 경영진인 이정배(메모리)·최시영(파운드리)·박용인(시스템LSI) 사업부장 거취에 이목이 쏠린다. 이들 모두 사업 경쟁력을 끌어올리지 못한 만큼 문책성 인사를 피하지 못할 전망이다.
이 회장을 보좌하는 사업지원 T/F의 변화도 주목되는 부문이다. 비대해진 조직의 원활한 의사결정을 돕고 사업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신속한 인수합병(M&A)을 위해 그룹 컨트롤타워 재건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나오면서다. 앞서 이찬희 삼성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은 지난달 발간한 '2023년 연간 보고서'를 통해 "경영 판단의 선택과 집중을 위한 컨트롤타워 재건 등이 있어야 한다"고 전했다.
김현호 기자 jojolove7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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