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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3월 새집으로 이사한 문효정 씨(32)는 8월 백화점에서 이탈리아 럭셔리 조명 브랜드인 ‘플로스’ 펜던트(등) 조명을 약 80만 원에 구입했다. 남편과 상의해 이삿집 인테리어 공사는 벽지와 매립조명을 교체하는 등 최소한으로만 했다. 문 씨는 “큰돈을 들여 인테리어를 하더라도 다른 집으로 이사가면 그뿐이지만, 조명이나 가구는 이사를 가더라도 쓸 수 있으니 차라리 소품에 좀더 투자를 하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자재값, 인건비 상승으로 공사 비용이 늘어나면서 집안을 수리하는 대신 고가의 조명·러그 등 소품을 구입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불경기에 나타나는 이른바 ‘립스틱 효과’가 확산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26일 현대백화점에 따르면 올 들어 이달 20일까지 조명 상품 매출이 전년 같은기간보다 120% 올랐다. 러그·카펫 상품 매출도 30% 늘었다. 롯데백화점도 올해 1~10월 조명·홈데코 상품군의 매출이 25%, 러그·카펫류는 40% 증가했다. 신세계백화점에선 1월 1일~이달 19일 수입 조명을 포함한 프리미엄 가구 매출이 36% 늘었다. 프리미엄 러그 등 인테리어 패브릭 상품 매출은 31% 올랐다.
고물가로 소비심리가 위축되는 가운데 리빙 상품의 매출이 오르는 것은 이례적이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일종의 ‘립스틱 효과’”라고 설명한다. 립스틱 효과란 경기 불황기에 기분 전환용 소비로 인해 소비자 만족도가 높은 소비재 판매가 늘어나는 것을 말한다. 백화점업계 관계자는 “대규모 인테리어 공사를 진행하는 대신 소품을 활용해 집안에 변화를 주고자 하는 고객들이 늘었다”며 “특히 조명, 러그 등은 비용 부담이 비교적 적지만 분위기 전환 효과가 커 인기를 끌고 있다”고 했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인테리어 비용은 3.3㎡당 200만 원 내외로, 전용면적 59㎡ 아파트를 ‘올수리’ 한다면 5000만 원 이상의 지출도 각오해야 하는 상황이다.
인테리어 소품이 인기를 끌면서 젊은 세대 사이에서는 보다 합리적인 소비를 위해 ‘노르딕 네스트’, ‘로열 디자인’ 등 해외 사이트를 통해 조명과 소가구를 ‘직구’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러자 명품 조명을 그대로 본뜬 모조 상품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한 오픈마켓 사이트에서는 덴마크 프리미엄 조명 브랜드 ‘루이스 폴센’의 디자인을 그대로 베낀 상품 수십 개가 판매되고 있다.
백화점들은 소품에 신경을 쓰는 소비자 수요를 사로잡기 위해 관련 매장 규모를 늘리거나 신규 브랜드를 소개하는 팝업 행사를 잇따라 진행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이달 12일 판교점에서 포르투갈 대표 테이블웨어 브랜드인 ‘비스타알레그레’를 유통사 최초로 선보였다. 롯데백화점 잠실점은 지난달 조명, 소가구 등을 판매하는 라이프스타일 편집숍 ‘루밍’ 매장을 신규로 열었다. 신세계백화점은 대구점에서서 이달 1일부터 놀, 까시나, 디사모빌리 등 하이엔드 가구 팝업스토어를 진행하고 있다. 갤러리아백화점도 서울 명품관에서 루이스폴센 팝업 스토어를 지난달부터 이달 17일까지 한 달간 진행했다.
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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