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서는 외국계 증권사를 중심으로 금리 인하 가능성에 베팅하는 곳이 나오면서 매수세를 부추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제통화기금(IMF)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을 낮추는 등 경기둔화가 가시화되면서 인하 확률이 높아졌다는 판단이다. 당장 금리를 내리지 않더라도 내년 1월 중에는 인하 가능성이 있어 미리 선물을 매수했다는 의견도 있다. 다만 아직은 시장의 기대감이 너무 앞서나갔다는 판단이 주를 이룬다.
◇ 외국인, 10월 3만9841계약 순매도 후 순매수 전환
27일 한국거래소(KRX) 정보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25일까지 외국인은 3년 만기 국채 선물을 3만3412계약을 순매수했다. 지난달 3만9841계약을 순매도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거래대금으로 보면 지난달 4조2127억원을 순매도한 뒤 이달 3조5544억원을 순매수했다.
외국인은 지난 6월부터 9월까지 순매수세를 이어왔었다. 월별로 보면 ▲6월 14만6698계약(15조4063억원) ▲7월 8만8771계약(9조3575억원) ▲8월 1만6501계약(1조7516억원) ▲9월 4만1841계약(4조5289억원) 등이었다. 그러나 지난달 금리 인하 이후 11월 연속 인하 기대감이 작아지자 순매도로 돌아섰다. 하지만 이달 다시 순매수로 전환됐다.
그래픽=정서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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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 금리가 반영되는 10년만기 국채선물도 순매수 추세다. 25일까지 외국인은 2만1178계약(2조5075억원)을 순매수했다. 지난 9월부터 10월까지 각각 2만4148계약(2조7635억원), 3만9790계약(4조6063억원) 순매도를 기록한 뒤 순매수로 돌아선 것이다.
국채선물은 장래의 일정한 시기에 국채를 매도하거나 매수하기로 사전에 계약한 거래를 말한다. 금리가 더 내려갈 것으로 예상하면(가격은 상승) 국채선물을 매수하고, 금리가 올라갈 것으로 판단하면(가격은 하락) 국채선물을 매도한다. 외국인이 국채선물을 순매수했다는 것은 금리 하락을 예상한 투자자가 더 많았다는 뜻이다.
이는 오는 28일 열리는 11월 한국은행 금통위에서 금리 동결을 예상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인 가운데 나온 현상이라 주목을 받는다. 금리 동결을 예상한다면 국채선물을 순매도해야 하는데 정반대였기 때문이다.
조선비즈가 지난 24일 국내 증권사 거시경제·채권 전문가 1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전원은 금통위에서 금리가 동결될 것으로 봤다. <조선비즈 11월 24일 오전 6시 [금통위폴] 전문가 전원 “한은, 11월 금리 동결”… 내년 성장률 전망은 2% ‘간당’ 기사 참고> 금융투자협회도 최근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100명 중 83명이 금리 동결을 전망했다고 밝혔다.
◇ 일부 외국계 IB, 11월 금통위 ‘깜짝 인하’ 가능성 주목
시장에서는 일부 투자은행(IB)을 중심으로 11월 금통위에서 ‘깜짝 인하’가 단행될 것이라는 시각이 퍼져나간 것이 외국인 매수세를 부추겼다는 시각이 나온다. 채권시장에 따르면 노무라증권은 지난주 후반 11월 금통위 관련 전망을 동결에서 인하로 변경하면서 인하 가능성을 55%로 평가했다. 바클레이즈도 지난 22일 연합인포맥스와의 인터뷰에서 10월에 이어 11월에도 금리 인하가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금리 인하 기대감과 관련해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에서 우리나라의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을 2.0%로 낮추면서 경기둔화 가능성이 커진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금리 인하를 막고있는 원·달러 환율 변동성에 대해서도 IMF가 ‘거시·금융적인 도전 요인이 아니다’라고 평가하면서 인하 기대감이 커졌다고 봤다.
10월 금통위 개회 장면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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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결정과 무관하게 11월 금통위에서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적인 신호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면서 매수세가 거세졌다는 해석도 있다. 금통위가 당장 금리를 내리지 않더라도 금통위원들의 향후 3개월 뒤 금리 전망을 취합하는 ‘포워드 가이던스’에서 ‘인하’ 의견을 낸 위원들이 늘어나면 다음번 회의(내년 1월)에서는 금리 인하에 나설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조용구 연구원은 “단기채를 매수하는 딜러들은 1년 미만의 금리 흐름이 중요하므로 기준금리의 향방에 민감하다”면서 “늦어도 금리 인하가 1월에 단행된다고 판단했다면 향후 2개월 안에는 국채금리가 내려갈 것이 분명하므로 미리 매수에 나선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아직은 시장의 기대감이 너무 앞서나가고 있다는 판단이 우세하다. 안재균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실제 금리 결정과 다르게 인하 기대감이 커졌던 7월 시장의 흐름과 현재의 상황이 유사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당시에도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완화 전환 신호 속 7월 금통위 기대를 높이면서 채권시장에서 현선물 동반 강세가 전개된 바 있다”면서 실제 금리 흐름을 시장이 제대로 읽지 못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최온정 기자(warmheart@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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