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사옥 전경./각 사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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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보험사들이 단기납 종신보험의 판매 규모를 줄이고 있다. 금융 당국이 회계제도(IFRS17) 개선안을 제시하면서, 상품의 수익성이 저축보험 수준으로 쪼그라들었기 때문이다. 의료개혁으로 금융·보건 당국의 규제가 강해져 새로운 시장 개척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결국 건강보험 등 제3보험 시장의 경쟁만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단기납 종신보험은 고객이 보험료를 5년 또는 7년 동안 납부하고, 가입한 지 10년째에 계약을 해지하면 낸 보험료의 120~130%를 돌려받는 상품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5개 생명보험사(삼성·한화·교보·신한·NH농협)의 종신보험 신계약 건수는 올해 6월 말 누적 기준 71만1822건으로 전년 동기(51만784건)보다 28.2% 증가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2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7년납 상품의 해지환급률을 122.3%에서 119.2%로 인하했다. 고객이 미래에 받게 될 해지환급금이 줄어들었단 뜻이다. 한화생명은 7년납·10년납 상품 판매를 중단했고, 교보생명은 7년납의 환급률을 122%에서 110% 수준으로 인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그밖에 동양생명·ABL생명·iM라이프 등 중소형 생명보험사도 환급률을 110% 후반대까지 인하할 예정이다.
보험사들이 단기납 종신보험의 판매를 축소하는 것은 금융 당국이 IFRS17의 새로운 원칙을 내놓으며 수익성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앞서 금융 당국은 단기납 종신보험의 10년 시점 해지율을 30% 이상으로 설정하라고 요구했다. 기준대로 해지율이 높아지면, 미래 보험사가 지급해야 할 해지환급금이 많아질 것으로 예상돼 책임준비금을 지금보다 더 쌓아야 한다. 보험부채가 증가하고, 핵심 수익성 지표인 보험계약마진(CSM)이 줄어드는 결과로 이어진다.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에서 한 환자가 휠체어를 타고 오르막길을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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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가입 문의가 폭주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던 단기납 종신보험이 폐장 분위기로 접어들면서 생명보험사 고유 영역인 종신·변액·저축 모두 성장 동력을 잃게 됐다. 변액보험은 납부한 보험료로 각종 펀드에 투자해 수익을 내는 상품인데, 증시 부진으로 외면을 받은 지 오래다. 저축보험은 IFRS17 도입으로 적극적으로 판매할 이유가 사라진 상품으로 전락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들은 생명보험사들도 제3보험 시장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업계 1위인 삼성생명이 지난 5~7월 신청한 배타적사용권 3개 중 2개가 제3보험일 정도다. 제3보험은 질병·상해를 보장하는 상품으로 암보험, 질병보험, 간병보험 등 다양하다. 애초 생명보험사만 판매할 수 있었는데, 2004년 손해보험사 겸업이 허용됐다. 이후 손해보험사 점유율이 70% 이상을 차지하면서 우세를 보이고 있다.
제3보험 시장을 둘러싼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과당경쟁, 이에 따른 금융 당국의 규제, 절판 마케팅이 반복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 당국은 최근 의료개혁의 하나로 가입자와 의료기관의 도덕적 해이를 부추기는 상품에 대해 강력 조치하고 있다. 최근 판매가 금지된 3대(암·뇌·심장질환) 주요치료비의 비례형 담보도 제3보험 상품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금융 당국이 예의주시하고, (회계제도)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면서 단기납 종신보험의 판매 추세가 꺾였다”라며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려 해도 규제 완화가 따라와 주지 못하는 상황이다”라고 했다.
이학준 기자(hakju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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