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도 높이기 위해 은행 보증 카드 사용
은행 쪽에 담보로 '롯데월드타워' 제공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전경. 롯데물산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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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이 롯데케미칼의 공모 회사채에 대해 대출금을 채권자에게 조기 지급해야 할 상황에 처하자 '롯데월드타워'를 담보로 제공한다고 27일 밝혔다. 롯데그룹 유동성 위기설의 진원지인 롯데케미칼의 재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 그룹 상징물이자 창업주 신격호 명예회장이 생전 평생의 꿈이라고 했던 곳까지 꺼낸 것이다.
이번 담보 제공은 롯데케미칼이 21일 일부 공모 회사채의 사채 관리 계약 조항 내 재무 특약을 지키지 못해 기한이익상실(EOD) 사유가 발생했다고 공고한 데서 비롯한다. EOD는 특정 상황에서 채권자가 채무자에게 빌려준 대출금을 만기일 전에 회수할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회사채 발행 당시 EOD 사유가 발동할 수 있는 조건으로는 ①3개년 평균 이자비용 대비 상각전영업이익(EBITDA) 다섯 배 이상 ②연결재무제표 기준 부채비율 200% 이하가 달렸다. 롯데케미칼이 재무 지표를 건전하게 관리하도록 한 내용이었다.
하지만 롯데케미칼이 석유화학 업황 악화에 따른 적자로 이 수치를 지키지 못하면서 2조 원의 회사채를 두고 EOD 사유가 생겼다. 2021년만 해도 연결기준 약 1조5,000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던 롯데케미칼은 2022년 7,626억 원, 2023년 3,477억 원의 손실을 봤다. 올해도 1~3분기 누적 적자 6,600억 원을 내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EOD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2월 19일 회사채권자 대상 집회를 열 계획인데 이를 앞두고 채권자와 해당 특약을 조정하기로 했다. 롯데케미칼이 특약 조정을 요청하기 위해 제시한 카드는 은행 보증이다. 은행이 보증을 선다면 롯데케미칼 회사채의 신용도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알짜 롯데렌탈 매각설도 솔솔
롯데케미칼 기업이미지(CI). 롯데케미칼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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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과정에서 롯데케미칼이 은행에 제공해야 할 담보로 선택한 게 롯데월드타워다. 롯데그룹은 강력한 시장 안정화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그룹 핵심 자산인 롯데월드타워를 담보로 활용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일각에선 롯데그룹이 롯데월드타워까지 꺼낸 건 그만큼 사정이 좋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해석도 나온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롯데월드타워 자산 가치는 기한이익상실 사유가 발생한 회사채 2조 원을 훨씬 웃돈다"며 "롯데는 최근 불거진 위기설에 대해 그룹이 직접 나서 책임지고 해결하겠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롯데그룹은 계열사 구조조정도 착수했다. 화학과 함께 그룹 양대 축인 유통 부문에서 롯데백화점은 부산 센텀시티점 등 비효율 점포 매각에 들어갔다. 아울러 알짜 계열사로 꼽히는 롯데렌탈에 대해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사모펀드 등이 눈독을 들이고 있다. 롯데그룹이 롯데렌탈 매각 주관사를 선정하고 M&A 작업에 시동을 걸었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롯데그룹이 보유하고 있는 롯데렌탈 지분 60.63%의 가치는 1조 원대로 평가된다.
한 재계 관계자는 "롯데그룹 계열사 매각설이 나오는 건 그만큼 체력이 튼튼하지 않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박경담 기자 wall@hankookilbo.com
강희경 기자 kst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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