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방한한 루스템 우메로우(왼쪽) 우크라이나 국방 장관이 김용현 국방 장관과 면담하기 위해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에 도착해 차에서 내리고 있다. 우크라이나 특사단 단장 자격으로 방한한 우메로우 장관은 이날 윤석열 대통령, 신원식 국가안보실장도 접견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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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27일 방한한 우크라이나 국방 장관 등 특사단을 만나 북한군의 우크라이나 전쟁 파병과 관련한 정보를 공유했다. 우크라이나 특사단은 한국 정부에 무기 지원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은 이날 “미국의 바이든 행정부와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 측이 우크라이나 사태에 관해 원 팀(one team)으로 대응하는 만큼, 미국과 긴밀히 소통하면서 공조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당선인이 공개적으로 우크라이나 종전 의지를 밝힌 만큼, 무기 지원 문제에 신중한 태도를 취한 것으로 해석됐다.

윤 대통령은 27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루스템 우메로우 국방 장관을 단장으로 한 우크라이나 특사단을 접견했다. 윤 대통령은 특사단에 “북한의 러시아 파병 등 러·북 군사 협력으로 인한 안보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양국이 실효적인 대응 방안을 강구해 나가길 바란다”고 했다. 우메로우 장관은 “러·북 군사 협력 고도화에 대응하기 위한 한국과의 협력 방안을 적극 모색하라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국방부, 외교부, 경제부 등으로 구성된 범정부 대표단을 이끌고 한국을 방문했다”며 “최근 다양한 채널을 통해 양국 간 긴밀한 소통과 협력이 이루어지고 있어 기쁘게 생각한다”고 했다. 우메로우 장관은 최근 우크라이나 전황과 북한 파병군 동향에 대해 설명하고 “우크라이나는 전례 없는 위기에 대응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을 비롯한 전 세계 주요국들과 안보 협력을 확대하고 있으며, 앞으로 한국과 제반 협력을 강화해 나가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고 한다.

그래픽=이철원

대통령실은 우크라이나 특사단이 무기 지원 요청을 했는지 등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특사단은 ‘천궁’ 등 방공 무기 체계, 155㎜ 자주포탄, 대(對) 드론 병기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우리 대표단이 곧 한국을 방문하고, 무기에 대해 이야기할 것”이라며 “포·방공 무기 체계 등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했다. 한국 정부도 북한의 러시아 파병에 대응해 우크라이나에 공격용 무기까지 지원할 수 있다고 밝힌 적이 있다.

천궁은 수출 계약으로 생산이 밀려 수 년 내 공급이 어려운 상황이다. 방산 업계 관계자는 “우크라이나는 155㎜ 자주포탄 등 화력전 무기를 요구했을 가능성이 크고 폴란드에 수출된 다연장로켓 천무 등의 우회 지원을 요청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러시아가 최근 공격용 무인기(드론) 188대를 동원해 공습을 감행한 만큼 드론 대응용 장비를 우크라이나 측이 요청했을 가능성도 있다.

다만 한국 정부는 최근 들어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이 조기 종전을 공언하는 등 국제 정세 변화를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때문에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하기보다 인도적·경제적 지원 패키지를 확대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지난달 22일 “북한의 전투 병력 파병에 따른 러·북 군사 협력의 진전 추이에 따라 단계적 대응 조치를 실행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김 차장은 그러다 지난 5일 미 대선에서 트럼프 당선인이 승리하자 “러·북 군사 협력의 진전 추이에 따라 단계별로 국제사회와 함께 필요한 조치를 취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국제사회와 함께’라는 표현이 추가된 점 때문에 트럼프 신행정부와 협의를 염두에 두고 무기 지원에 신중을 기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양승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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