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마약사범 등 6명 상호 석방...최근까지 총 12명 장기구금자 풀어줘
[리마=AP/뉴시스] 조 바이든(왼쪽 두 번재)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각)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린 페루 리마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북한의 우크라이나 전쟁 추가 파병을 막기 위해 북한과 러시아에 영향력을 행사하라고 촉구했고 시 주석은 “중국은 조선반도에서 충돌과 혼란이 발생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2024.11.17.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미국과 중국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2기 개시를 앞두고 구금돼 있던 인원을 무더기로 맞교환했다. 양국관계가 냉각되기 전에 상호 합의됐던 인적 교류를 마무리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바이든 행정부와 중국 정부 간 합의했던 사실상 마지막 유산이 될 전망이다.
28일 로이터 등에 따르면 백악관은 수년간 중국에 구금돼 있던 마크 스위던(Mark Swidan), 카이 리(Kai Li), 존 룽(John Leung) 등 3명의 미국인이 석방돼 미국으로 돌아온다고 밝혔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이번 억류자 반환이 마무리되기까지 수년이 걸렸으며, 그 대가로 억류됐던 다수의 중국인도 석방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상호 석방된 인물들의 면면은 중국 언론을 통해 상세하게 보도됐다.
홍콩 SCMP(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79세의 룽은 홍콩 영주권을 소유한 미국인이다. 수년간 FBI정보원으로 활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1년 구금돼 작년에 쑤저우법원에서 간첩 혐의로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중국 측은 그가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을 틈타 위조서류로 중국에 입국, 중국인들을 포섭하려 한 것으로 보고 있다.
62세의 리는 뉴욕주에 거주하는 항공기 부품 판매업자였는데, 2016년 상하이에서 체포됐다. 본토와 사업적 연결을 통해 중국 국방부문에서 간첩활동을 한 혐의로 기소돼 2018년 10년형을 선고받았다. 함께 풀려난 48세의 스위단은 중국에서 마약밀매 혐의로 재판을 받고, 2019년 사형을 선고받은 상태였다.
미국은 이 세 사람이 모두 부당하게 구금돼 있다는 입장을 유지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풀어준 세 사람은 중국이 풀어준 위 세 사람과 혐의 면에서 묘하게 겹친다. 중국 언론이 미국 법무부와 연방교도소국 데이터베이스 등을 통해 확인한 결과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차오군, 진산린, 쉬얀진 등 3명에 대해 지난 22일 사면을 허가한 것으로 보인다.
20년 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던 올해 44세의 쉬얀진은 미국에서 산업 관련 스파이 활동을 한 혐의로 기소됐다. 올해 33세로 시카고대에서 전기공학을 전공한 대학원생이던 지차오군 역시 중국의 정보기관 요원으로 활동한 혐의로 기소됐다. 텍사스 남부감리교대 학생이던 26세의 진산린은 아동음란물을 소지한 혐의로 기소, 복역 중이었다.
미국과 중국이 각각 두 명의 산업스파이 및 간첩 혐의자와 강력범죄 혐의자 한 명 등 3명씩 6명을 교환했다는 거다.
이번에 석방될 것으로 알려진 중국 장기 구금 미국인 존 룽./사진=홍콩 SCMP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양국의 장기 구금자 교환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미국은 지난 6월 '심각한 범죄 행위'가 의심되는 두 명의 중국인 구금자를 중국으로 돌려보냈다. 그러자 중국은 아동 성범죄 혐의를 받고 미국에서 중국으로 도망친 것으로 알려진 미국인을 7월 추방했다.
이어 9월엔 중국 측이 2006년부터 구금됐던 미국인 목사 데이비드 린을 석방했다. 폴리티코는 미국도 이에 대한 대가로 중국인을 석방했지만 신원은 밝혀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같은 달 미국은 미국 내 민주주의 운동가를 위협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버클리 음대 중국인 유학생 샤오레이우에게 사면을 허가했다.
최근 수 개월에 걸쳐 중국과 미국은 각각 6명씩 총 12명의 장기구금자를 석방했다. 미국은 이와 별도로 지난 6월 이후 불법 체류 중국 이주민을 태운 전세기 세 편을 중국으로 보내기도 했다. 워싱턴 소재 중미연구소 소라브 굽타 수석연구원은 "이번 석방으로 이제 부당구금자 명단은 완전히 지워졌다"며 "다만 상호 출국금지 인원은 여전히 남아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이번 조치는 지난해 11월 샌프란시스코에서 성사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인적교류의 후속조치로 해석된다. 미국은 이와 함께 중국에 대한 여행제한 조치를 기존 3단계 '여행 재고 요구'에서 2단계 '여행에 신중 권고'로 낮췄다. 중국 측이 지속적으로 요구해 온 내용을 수용한 거다.
트럼프 2기 출범과 함께 냉각이 사실상 예정된 양국관계를 감안할 때 바이든 행정부 시기에 최대한 많은 조치를 완성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굽타 연구원은 "중국 측도 이번 조치를 통해 시 주석이 합의를 따르고 있으며 중국이 생산적이고 안정적이며 미래지향적인 관계에 전념하고 있음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중국)=우경희 특파원 cheerup@mt.co.kr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