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혁 기자(mijeong@pressian.com)]
전국 69개 여성단체가 학교 본부의 남녀공학 전환 논의에 반발해 집단행동을 이어가는 동덕여대 학생들을 비난하는 정치권과 언론 등에 "성차별과 여성혐오에 근거한 혐오 표출을 즉각 중단하라"고 규탄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69개 여성단체는 27일 늦은 오후 입장문을 내고 "현 상황을 '불법', '손해'의 프레임으로 이동시키는 정치권과 언론의 부적절한 행태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며 동덕여대 학생들을 향한 혐오표현 중단을 촉구했다.
여성단체들은 "최근 동덕여대 학생들의 시위를 둘러싸고 '폭력사태', '비문명'을 운운하거나 '이 대학 출신 며느리는 절대 받아들이고 싶지 않다', '여대 출신 채용배제', '54억 시위 피해' 등의 말이 정치인과 기업, 언론,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확산되고 있다"며 "이는 남녀공학 전환을 둘러싼 여러 맥락과 상황을 소거시킨 채 사태의 본질을 왜곡하고 학생을 학교공동체의 동등한 주체로 인정하지 않는 비민주적 학교의 행태를 승인하고 강화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남녀공학 전환을 둘러싸고 학교와 학생 간 대립이 이어지는 동안 학생들을 향한 외부의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 23일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페이스북에 "어떤 경우에도 폭력이 용납될 수는 없다. 재발을 막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원칙에 따라 처리돼야 한다"며 "다른 장소도 아닌 배움의 전당이라 재발 방지를 위해 유야무야 넘어가지 않고 명확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우영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 또한 16일 "블라인드 채용 제도라 할지라도 가능하다면 이 대학 출신은 걸러내고 싶다는 생각"이라며 "아들을 둔 아비 입장에서 이 대학 출신 며느리는 절대 받아들이지 않을 거란 생각을 하게 된다"는 글을 페이스북에 적었으며,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서는 각 회사 인사팀에서 동덕여대를 비롯한 여대 학생들을 채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는 글들이 쏟아지고 있다.
여성단체들은 "동덕여대 학생들을 '악마화'하는 정치권, 언론, 기업의 성차별적 시선과 태도, 이런 담론에 힘 얻은 혐오세력들이 여학생들을 대상으로 협박과 혐오발언을 쏟아내는 현실이 우리 사회에 여성혐오가 여전히 존재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며 "정치권, 언론, 기업이 보여주고 있는 성차별적, 여성혐오적 행태는 당장 중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2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게시한 동덕여대 관련 입장ⓒ한동훈 페이스북 갈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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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이들은 학교가 '불법', '법적 조치'를 운운하며 민주적 절차를 요구하는 학생들을 겁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동덕여대는 지난 25일 총학생회와의 3차 면담에서 본관 점거 해제를 둘러싼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하자 이번 주 중으로 본관을 점거하고 있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공간 점거에 대한 퇴거단행과 업무방해금지 가처분 신청을 서울북부지법에 제출하기로 했다. 면담 직후 김명애 동덕여대 총장은 "대학은 폭력사태, 교육권 침해, 시설훼손 및 불법 점거에 대해 법률적 조치를 포함한 모든 대응을 단호히 실행하겠다"는 입장문을 내기도 했다.
여성단체들은 "학교는 학교공동체의 민주적 운영에 관한 학생들의 정당한 문제제기에 대한 반성과 성찰은커녕 여전히 문제의 본질이 무엇인지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며 학교 측이 손해배상을 언급하거나 학생들의 본관 점거 해제를 위한 가처분 신청을 예고한 것에 대해 "민주주의 교육공동체에서 있어서는 안 되는 일들을 부끄러움 없이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학생 의견수렴이 민주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논의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지금 그 책임은 전적으로 학교에 있다"며 "학교는 학생들의 문제제기와 요구를 겸허히 수용하고 대화에 나서라"고 강조했다.
▲동덕여대가 남녀공학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시작된 학생들의 반대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14일 오전 서울 성북구 동덕여대 모습.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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