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분쟁의 분수령이 될 한미사이언스 임시주주총회가 28일 열렸다. 사진=유수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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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가 28일 열린 임시 주주총회장에 들어가고 있다. 사진=유수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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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가 28일 임시주총이 끝난 직후 취재진에게 발언하고 있다. 사진=유수인 기자 |
[뉴스웨이 유수인 기자]
1년 가까이 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는 한미약품그룹 오너 일가의 갈등이 내년까지도 이어질 전망이다. 분쟁의 분수령이 된 한미사이언스 임시주주총회에서 장녀인 임주현 부회장이 이사회 진입을 시도했으나 끝내 실패했기 때문이다. 다만 임 부회장과 뜻을 같이하고 있는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은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되면서 한미사이언스 이사회는 갈등을 빚고 있는 형제 측 인사 5인과 3자연합(신동국·송영숙·임주현)측 5인으로 재편됐다. 5대 5 동수 구도에서는 지주사는 물론 주요 사업회사의 주요 결정을 한쪽에서 단독으로 내릴 수 없기 때문에 사사건건 갈등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임종훈 대표만 참석한 주총, 4시간 지연에 주주 불만↑
한미사이언스 임시 주총은 28일 서울 잠실 교통회관에서 열렸다. 이번 주총은 개인 최대주주인 신동국 회장, 임성기 선대회장의 아내 송영숙 한미사이언스 회장, 딸 임주현 부회장 등 3자 연합이 요청해 소집됐다.
하지만 행사장에 참석한 오너일가는 막내 아들인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뿐이었다. 3자연합은 법무법인 세종에 의결권을 위임해 임시 주총장엔 오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형제 측 인사인 장남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도 불참했다.
취재진과 주주들을 포함한 현장 참석자 규모는 100여명에 달했다. 주총은 당초 오전 10시에 개회할 예정이었는데, 의결권 위임장 집계 및 검수 과정이 지연되면서 4시간이 지연된 오후 2시 30분 시작됐다. 경영권 분쟁 중인데다 특별결의 요건이 적용되는 안건도 있어 주주 확인에 시간이 걸렸기 때문으로 보인다.
양측은 임시 주총을 앞두고 의결권 대리 행사 수거업체를 통해 전국적으로 주주들의 위임장을 수거하고 일일이 수기로 집계·검수 과정을 밟았다. 특히 중복 위임장 확인 과정에서 긴 시간이 소요됐다.
임시 주총 개회가 지체되면서 주주들의 성토도 이어졌다. 주주들은 "아침부터 밤까지 하루종일 있어야 하냐", "바쁜 사람 먼저 투표하고 가도 되는 것 아니냐", "무슨 회사가 대화가 없느냐", "주총 행태를 보니 회사 경영진 수준을 알겠다"라고 하는 등 불만을 드러냈다.
주총장에 얼굴을 비추지 않은 신동국 회장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한 주주는 "이사를 하겠다고 후보자로 나왔으면 적어도 주주들이 모이는 장소에서 본인 소개, 인사 정도는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주주들은 5시간 넘게 앉아있는데 본인은 얼굴도 안 비추고 있다"며 "경영 능력을 떠나 기본적인 자세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이런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고 질타했다.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의 법률대리인으로 온 이숙미 변호사는 주총장에서 "임시 주주총회 소집을 청구한 사람으로서 주총 진행에 있어 상당한 행정 미숙이 있는 점을 유감으로 생각한다"며 "3자 연합은 집계 시간을 줄이기 위해 어제 밤을 새워 집계표를 다 정리해 전달했고 룰 미팅도 신속하게 끝냈다"라고 말했다.
신동국 회장만 이사회 진입
임시 주총 안건은 ▲이사회 정원을 기존 10명에서 11명으로 확대하기 위한 정관 변경의 건 ▲신동국 회장, 임주현 부회장을 신규 이사로 선임하는 안건 ▲자본준비금 감액의 건 등이다.
현재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구도는 4 대 5로 형제 쪽에 기울어져 있다. 정관 변경안이 통과되고 추천 이사 2인이 선임되면 6대 5로 재편돼 3자 연합이 우세해지는 구조였다.
하지만 정관상 이사 수를 늘리는 정관변경의 안은 특별결의안으로 출석 주주 3분의 2 동의와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 찬성이 필요하다. 지분상으로는 3자연합측이 33.78%로 형제 측 25.62%에 비해 앞섰다. 6%대 지분을 보유한 국민연금이 지난 27일 임시주총 안건에 대해 '중립' 의견을 내면서 소액주주의 표심이 중요한 상황이었다. 소액주주의 지분율은 9월 말 기준 23.25%다.
이날 출석한 주식 수는 5734만864주로 의결권 있는 주식 수(6771만3706주)의 84.68%에 해당했다. 보통 결의뿐 아니라 특별 결의도 적법하게 결의할 수 있게 됐다.
제1호 의안인 정관 변경의 건에 찬성한 주식 수는 참석 의결 건수의 57.89%인 3320만3317주였다. 출석 주주 3분의 2(약 66.7%) 이상 찬성을 받지 못한 것이다.
안건 부결로 이사회 정원이 10명을 유지하게 되면서 한미사이언스의 이사회 구도를 뒤집으려던 3자연합의 계획은 무산됐다. 곧바로 넘어간 제2-1호 의안 '신동국 기타비상무이사 선임의 건'이 57.86%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가결됐고 제2-2호 안건인 임주현 사내이사 선임 건은 자동 폐기됐다.
제3호 의안인 자본준비금 감액안은 95%가 넘는 찬성을 받아 가결됐다.
이번 결과로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구도는 3자연합과 형제 5 대 5 상황을 맞게 됐다. 이사회가 동수로 구성되면서 경영권 갈등은 내년 3월 열리는 한미사이언스 정기 주주총회까지 이어질 거란 관측이 나온다.
이는 한미약품 등 주요 사업회사의 주요 결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미사이언스는 한미약품의 최대주주로 41.42%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한미약품은 내달 19일 개최 예정인 임시주총에서 ▲3자 연합 측 인사인 박재현 사내이사 해임의 건 ▲신동국 기타비상무이사 해임의 건 ▲박준석 한미헬스케어 대표(한미사이언스 부사장) 사내이사 선임의 건 ▲장영길 한미정밀화학 대표이사 사내이사 선임의 건을 다룬다.
임종훈 "소중한 의견 들었다, 강력한 리더십 보일 것"
이사회 진입에 성공한 신동국 회장은 주총 직후 입장문을 내고 갈등 상황을 빠르게 정리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한미사이언스 경영 체제의 중요한 변화를 앞두고 이사회에 진입하게 돼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한미그룹의 오랜 최대주주로서, 지금까지 회사의 중심을 잡는 역할을 해 왔다. 치열한 분쟁 상황이 지속되는 작금의 상황을 빠르게 정리할 수 있도록 충실히 책임감 있게 제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주주들의 권익 보호를 의사결정 최우선 순위에 두고 판단할 것이며, 분쟁으로 인한 갈등을 완충시키면서 조화로운 경영 모델을 이뤄내도록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역할을 하겠다"라면서 "여러 이사님들과 소통의 폭도 넓혀서 한미사이언스가 그룹 지주회사로서 제대로 된 기능과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임종훈 대표도 주총을 마친 후 현장에 있던 취재진에게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인다. 주주분들의 소중한 의견을 직접 들을 수 있었던 의미 있는 자리였다"며 "이사회가 동수로 재편됐는데, 더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는 12월 19일에 예정된 한미약품 임시주주총회도 잘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유수인 기자 su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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