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드론업체인 중국의 DJI가 지난 25일 출시한 농업용 드론 ‘T70’. DJI는 취미용 드론부터 농업용 , 산업용 드론으로 포트폴리오를 확장해가고 있다. [사진 = DJI]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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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선전시 난샨구에는 ‘천공의성(天空之城)’이라는 랜드마크 건물이 있다. 이곳은 세계 1위 드론 업체인 DJI의 본사다. DJI의 창업자인 왕타오 최고경영자(CEO)가 오랜 기간 심혈을 기울여 설계한 건물로 유명하다.
지난 25일 오후 직접 방문한 DJI 사옥 내부에서는 CEO 못지 않은 직원들의 열정이 묻어났다. 외부에 공개된 24층은 전층이 회의실로 구성돼 있었고, 각 회의실에서는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빈 회의실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곳에는 5000명에 가까운 인력이 근무하고 있다. 그 중 3분의 2가량이 연구·개발(R&D) 인력이다.
DJI 사옥 25층 ‘공중화원’이라고 불리는 외부 테라스에선 이날 새롭게 출시한 농업용 드론 ‘DJI T70’을 소개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방송이 한창이었다. T70은 정해진 루트에 맞춰 비료 살포, 방제, 농자파종 등 다양한 업무 수행하는 농업용 드론이다. DJI는 이를 ‘필수 농기계’로 만들겠다는 목표다. 올해 상반기까지 DJI의 드론이 관리한 농경지 면적은 무려 500만헥타르에 이른다.
중국 선전시 난샨구의 DJI 플래그십스토어에 전시돼 있는 농업용 드론 ‘T60’. [사진 = 선전 송광섭 특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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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테크’의 선두주자로 꼽히는 DJI는 2006년 설립 이후 4년 만에 첫 번째 드론인 ‘에이스원’을 선보이며 드론 시장에 본격 뛰어들었다. 취미용 드론이 주를 이루던 포트폴리오는 어느 새 농업용을 포함한 산업용 드론으로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DJI의 전 세계 드론 시장 점유율은 70% 이상을 웃돈다. 압도적인 업계 1위다. 내수보다 해외 수출이 훨씬 많고, 그 중에서도 북미 시장의 비중이 크다.
DJI의 드론들은 건설 현장에서 토목 공사와 안전 점검에 쓰이거나 지진·홍수 등 재난 상황에서 구조 활동에 활용되고 있다. 또 물류 및 배달에 투입돼 배송 시간을 줄이거나 영화나 드라마 촬영 등에도 쓰이고 있다. DJI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드론의 활용 분야가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며 “드론 사업에서 쌓아온 기술력과 노하우를 기반으로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DJI는 카메라와 카메라 장비 시장도 빠르게 장악하고 있다. 특히 DJI의 초소형 짐벌(흔들림 방지용 고정 장치) 카메라는 전 세계 ‘유튜버(크리에이터)’들이 가장 선호하는 제품이다. 안정적인 촬영을 도와주는 장비인 ‘로닌’ 시리즈는 할리우드를 비롯한 영화판에서 어느덧 필수 장비가 됐다.
드론에 탑재된 카메라의 성능을 끌어올리기 위해 DJI는 2017년 180년 전통의 스웨덴 카메라 업체 ‘핫셀블라드’의 지분을 인수했다. 핫셀블라드는 ‘아폴로 11호’와 함께 달에 가서 인류 최초로 달의 표면을 찍은 카메라로 유명하다. 당시 필름만 회수됐을 뿐 카메라 12대는 여전히 달에 남겨져 있다. DJI는 핫셀블라드 카메라를 고급 사양 드론에 장착하고 있다. 최근에는 자율주행시스템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또 지난 4년간 로봇청소기를 개발하고 있으며, 이르면 내년에 첫 선을 보일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차이나테크는 드론 뿐 아니라 전기차, 자율주행, 인공지능(AI) 등 다양한 첨단산업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최근 중국 AI 스타트업인 ‘딥시크(deepseek)’가 공개한 AI인 ‘딥시크-R1’은 미국 실리콘밸리를 깜짝 놀라게 했다. 오픈AI가 9월 공개한 ‘연쇄사고’ 능력을 갖춘 AI모델 o1에 필적하는 성능을 보였기 때문이다. 불과 두 달만에 최고 성능의 AI 모델로 꼽히는 o1을 따라잡은 것이다. 여기에 딥시크는 이를 오픈소스로 공개해 누구든 이를 사용해볼 수 있게 했다.
중국 기업에 대한 AI 반도체의 공급이 차단된 상태에서 이뤄진 발전이어서 AI 업계는 그야말로 충격에 빠진 분위기다. 딥시크와 01.AI 같은 스타트업 외에도 알리바바, 바이두, 바이트댄스 같은 중국 빅테크 기업들이 모두 AI모델에 개발에 뛰어들었다. 챗봇 성능 비교 사이트인 LM아레나에서 중국에서 개발한 AI모델은 11월21일 기준 7위(01.AI), 11위(지푸AI), 13위(알리바바), 20위(딥시크)를 차지하고 있다. 대부분 미국 기업들이 차지하고 있는 순위에서 중국 기업들의 모델이 다음으로 많다.
중국의 ‘AI 굴기’가 무서운 점은 낮은 비용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01.ai의 AI모델인 이-라이트닝(Yi-Lightning)의 추론 비용은 토큰 100만 개당 14센트인 반면, 오픈AI의 경쟁 모델인 GPT o1-미니는 26센트다. 이처럼 낮은 비용은 AI모델을 사용해 서비스를 개발해야하는 중국 AI앱 개발자들에게 큰 경쟁력이 된다. 중국에서 상대적으로 적은 데이터 규제와 풍부한 AI 인력도 중국 AI 개발의 막강한 경쟁력이다.
미국 스탠퍼드대학이 발표한 ‘2023 AI 역동성 지수’에 따르면 중국은 AI 학술지, 학회, AI특허 등의 연구 지표에서 미국을 제치고 모두 1위를 차지했다. AI 학습에 필요한 슈퍼컴퓨터 순위도 2위, 전체 컴퓨팅 능력도 3위를 기록했다. 반도체 제재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높은 AI 인프라 순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선전 송광섭 특파원·실리콘밸리 이덕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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