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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9 (금)

"지난해 신규 태양광, 전국은 8% 줄었으나 경기도는 18%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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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락 기자(ama@pressian.com)]
지난 여름 지긋지긋한 폭염이 전국을 뒤덮었다. 6~8월 전국 평균 기온은 역대 1위인 25.6도를 기록했고, 열대야 일수도 20.2일로 기존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9월 최저 기온도 관측 이래 처음 20도 이상으로 올랐다.

한국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은 올해 7월의 지구가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더웠다고 발표했다. 이 기간 페르시아만 일부 지역에서는 체감온도가 65.6도에 이르는 일도 있었다.

성큼 커진 기후위기의 위협 앞에도 한국의 재생에너지 전환은 더디기만 하다. 지난해 세계 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이 30%를 넘어섰지만, 한국의 재생에너지 비율은 9%에 불과했다. 지난 20일 국제환경 연대체인 기후행동네트워크는 한국을 '오늘의 화석상' 1위 국가로 선정하며 기후협상을 늦춘 최악의 기후악당으로 지목하기도 했다.

미국과 유럽연합이 RE100(Renewabla Electrity 100) 조건을 달성하지 못한 기업에 조만간 탄소국경세를 부여할 계획을 세움에 따라 더딘 재생에너지 전환은 한국 경제의 잠재적 위험 요소로도 작동하고 있다.

상황을 반전시키기 위한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국내 최대 제조업 밀집 지역인 경기도를 이끄는 김동연 지사는 지난해 4월 '경기 RE100' 비전을 선포하고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30%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수도권 광역지방자치단체의 RE100 선언은 한국 에너지 정책에 어떤 의미를 갖고 있을까. '경기 RE100' 사업의 성과와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일까.

이를 살피기 위해 28일 경기도청에서 '2024 경기 RE100 포럼'이 열렸다. 이번 행사는 경기도가 주최하고, 프레시안협동조합과 경기환경에너지진흥원이 주관했다.

포럼의 발제자로는 심현보 전력거래소 에너지시스템혁신본부장과 김연지 경기도 에너지산업과장이 나섰다. 이어진 토론의 사회는 김혜애 경기환경에너지진흥원장이 맡았고, 토론자로 김종선 대부도 상동도시재생주민협의체 주민대표, 김종호 대진대학교 무탄소에너지연구센터장, 임창휘 경기도의회 도시환경위원, 조공장 한국환경연구원 지속가능전략본부장, 김강원 한국에너지공단 신재생정책실장, 김민 안산시 환경교통국장이 참여했다.

공교롭게도 포럼이 열린 날은 전국에 이례적인 '11월 폭설'이 내린 다음날이었다. 이 때문에 행사는 현장과 유튜브 중계로 이원 진행됐는데, 그럼에도 사전 신청자 220여 명 중 120여 명이 직접 현장을 찾았다.

"수도권, 수요 많은데 발전력 부족…특단의 재생에너지 보급 필요"

첫 발제를 맡은 심현보 전력거래소 에너지시스템혁신본부장은 전력계통 면에서 본 수도권 재생에너지 전환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심 본부장은 전력계통을 "생산부터 소비까지 물리적으로 연결된 일체의 전력 시스템"이라 설명하며, 이를 "인류가 개발한 가장 복잡한 시스템"이라고 표현했다. 이어 "세계에서 최고로 싸고 품질도 1등인 전력을 공급하는 한국의 전력계통이 빠른 제조업 성장의 기반"이었다고 했다.

심 본부장은 그러나 전력계통 관점에서 볼 때 "수도권은 전력 수요는 많은데 발전력은 부족한 상황"이라고 했다. 그는 "송전망은 항상 고장 날 수 있고 지방에 발전소를 건설하고 수도권으로 전기를 보내는 송전망 건설도 각 지방자치단체의 반발 등으로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며 지역 내에서 전력 수급을 맞추는 일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어 전국 대비 수도권의 전력 수요 비중이 39.5%, 경기도의 전력 수요 비중이 25.7%에 달한다는 통계를 제시한 뒤 "용인에 반도체 클러스터가 들어오면 경기도의 전력수요 비중은 더 늘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정부도 '2050년 넷제로(Net-zero, 탄소중립)' 목표를 세운 만큼 경기도 차원에서도 전력 수급을 맞추기 위한 "특단의 재생에너지 보급"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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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 경기 RE100 포럼'에서 발제 중인 심현보 전력거래소 에너지시스템혁신본부장. ⓒ프레시안(이명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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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태양광 줄었는데 경기도는 늘었다…재생에너지 1.2기가 생산 목표"

두 번째 발제를 맡은 김연지 경기도 에너지산업과장은 경기도 재생에너지 정책의 성과와 향후 사업 계획을 설명했다.

김 과장은 우선 "지난해 신규 태양광 발전사업이 전국적으로 8% 줄었는데 경기도는 18% 늘었다"며 "(경기도) 공공기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목표가 올해 30%였는데 33%로 초과 달성했다"고 밝혔다. 이어 "공공용지를 활용한 도민참여형 햇빛발전소에도 2만3000여 명의 도민이 참여해주셨다. 태양광 발전사업이 가능한 산업단지도 50개에서 97로 2배 정도 늘었다"고 했다.

김 과장은 "그럼에도 경기도의 재생에너지 여건은 녹록지 않다. RE100 실적을 증명해야 되는 기업이 국내 36개인데 그 중 29개가 경기도에 있다"며 △높은 땅값으로 인한 낮은 경제성, △재생에너지 시설에 대한 낮은 주민 수용성 등이 RE100 달성의 장벽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짚었다.

김 과장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공공 주도 재생에너지 이익공유제'와 함께 도 차원의 행정·예산 지원이 투입되는 "'경기 RE100 특구 제도'를 시작하고 성공모델"을 만들려 하고 있다며 이같은 노력을 통해 약 1.2기가와트 재생에너지 전력을 공급하려는 목표를 갖고 있다고 했다.

아울러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주민과 시·군의 협력이 너무 중요하다"며 "조만간 '경기 RE100 특구' 사업을 함께할 시·군과 기업을 공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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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 경기 RE100 포럼'에서 발제 중인 김연지 경기도 에너지산업과장. ⓒ프레시안(이명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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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RE100, 주민 소통과 경제성 확보 중요"

토론에서는 경기 RE100 사업과 관련한 풀뿌리 현장 참여자들의 경험 공유와 전문가들의 조언이 이어졌다.

'경기 RE100 특구' 조성 사업이 진행 중인 대부도의 김종선 상동도시재생주민협의체 주민대표는 재생에너지 시설 건설을 위해서는 "지역 현실에 부응하는 지역사회 소통이 가장 중요하다"며, 대부도에서도 △사전 설문조사를 통한 재생에너지에 대한 주민인식 파악, △마을별로 찾아가는 주민설명회 등 노력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재생에너지에 대한) 주민 수용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먼저 주민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지역 주민을 주체적 참여자로 인정하는 가운데, 민주적인 소통방식을 통해 민관의 신뢰를 구축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기 RE100' 사업의 일환으로 '캠퍼스 RE100' 사업을 진행 중인 대진대의 김종호 무탄소에너지연구센터장은 경제성 확보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난 6월 '분산에너지활성화특별법'이 시행되면서 VPP(Virtual Power Plant, 가상발전소)가 들어온 순간 경제성이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VPP는 소규모 분산에너지 자원을 통합적으로 제어해 하나의 발전소처럼 운영할 수 있게 하는 제도로, 이를 통하면 전력 도매시장에서 소규모 사업자의 지위가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 센터장은 이어 "대진대는 1차적으로 5개년 계획을 세워 (재생에너지) 250메가와트 정도를 생산하려 하고 있다"며 "다른 대학도 '캠퍼스 RE100'을 할 수 있도록 우리가 먼저 앞으로 나가면서 적극적으로 돕겠다"고 말했다.

한국환경연구원의 조공장 지속가능전략본부장은 "사회가 성숙해지고 발전하면서 관료주의, 전문가주의를 통한 빠른 개발은 통하지 않게 됐다"며 재생에너지 확장 과정에서도 "(주민들과의) 투명하고 민주적인 소통이 시간이 걸릴 것 같지만 제일 빠르다"고 조언했다.

이어 △사업 초기 단계에서부터 주민과 협의, △추진 과정에서의 공감·소통 능력, △재생에너지 사업 관련 취약계층 보호 등과 관련 "경기도가 타 지방자치단체에 (재생에너지) 선행 사업 모델을 보여주셔야 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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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혜애 경기환경에너지진흥원장의 사회로 진행 중인 '경기 RE100 포럼' ⓒ프레시안(이명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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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날 발제와 토론에 앞서서는 강금실 경기도 기후대사와 백현종 경기도의회 도시환경위원장의 축사가 있었다.

강 기후대사는 "재생에너지 정책이 최근 몇 년 동안 거의 역행하다시피 추진이 잘 안 됐다"며 "기후대응을 위해 중요한 전환의 시기에 경기도가 정치적으로 주도적인 역할을 해주고 계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백 위원장은 "경기도는 전국 17개 광역시·도 중 인구가 가장 많고 전력 수요도 가장 많은 지역"이라며 '경기 RE100' 비전 달성의 중요성을 강조한 뒤 "의회에서도 예산과 행정으로 적극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최용락 기자(ama@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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