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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9 (금)

[횡설수설/이진영]부모 자녀 동시 부양에 허리 두 번 휘는 ‘70년대 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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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1970년대생은 산전수전 다 겪은 세대다. 10대엔 고도성장기 풍요를 만끽한 X세대, 20대엔 외환위기와 닷컴 버블 붕괴로 취업난을 겪은 IMF세대였다. 직장에선 위계질서를 중시하는 선배와 그런 선배를 꼰대라 부르는 MZ세대 사이에 낀 세대다. 중년에 접어든 후로는 생애 주기상 돌봄 부담의 정점에서 부모와 자녀를 동시에 부양하느라 허리가 두 번 휘는 세대라고 한다.

▷원래 돌봄 부담이 큰 세대로는 60년대생이 꼽힌다. 부모를 부양하는 ‘마’지막 세대이자 자녀에게 부양받지 못하는 ‘처’음 세대라는 뜻에서 ‘마처세대’라 불린다. 그런데 마처세대보다 돌봄과 노후 불안이 큰 세대가 70년대생이다. 재단법인 ‘돌봄과 미래’가 최근 60년대생과 70년대생(70∼74년생) 1500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70년대생이 노후 준비는 덜 돼 있는 반면 부모와 자녀를 이중 부양하는 비율은 25%로 60년대생보다 10%나 높았다. 이중 부양자의 월평균 지출액은 60년대생이 164만 원, 70년대생은 155만 원이었다.

▷70년대생은 특히 자녀 부양 부담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60년대생은 자녀가 평균 2명, 70년대생은 1.8명인데 월평균 지출 규모는 70년대생이 107만 원으로 60년대생(88만 원)보다 컸다. 아직 자녀 교육이 덜 끝난 탓도 있겠지만 남다른 교육열도 부담을 키우는 요인이다. 70년대생이 취업할 무렵 경제는 저성장기에 접어들고 기회는 줄어들기 시작했다. 안정된 직장을 위한 스펙의 중요성을 절감한 70년대생은 적게 낳아 투자를 몰아주는 저출산 1세대 부모가 됐다. 취업 연령이 갈수록 늦어지는 세태도 부양 부담을 키우고 있다.

▷한국인의 노동 소득은 43세 무렵 정점을 찍는다. 수입이 줄어들기 시작하는 시기에 노부모 생활비 병원비와 자녀 학비까지 대야 하니 자기 몸을 돌보거나 노후 준비할 여유가 없다. 앞선 설문조사에서 70년대생의 주관적 기대수명은 83.3년으로 60년대생(85.6년)보다 오히려 짧았다. 70년대생은 65세가 돼야 국민연금을 받을 수 있는데 정년을 못 채울까 걱정이고, 일 그만두고 나면 연금 수령 시기까지 ‘소득 크레바스’를 어찌 견딜까 걱정이라고 한다.

▷해외의 경우 삶의 만족도는 나이 들수록 떨어지다 중년에 바닥을 찍고 올라간다. 그런데 한국은 30, 40대에 정점을 찍은 후 계속 내리막이다. 노년의 곤궁함과 무관하지 않다. 70년대생은 그나마 자산 축적 속도가 빨라 부모 세대 수준으로 따라잡은 세대다(서울연구원 자료). 자산 형성은 어려운데 고령화와 만혼으로 은퇴 세대 연금과 자녀를 책임져야 하는 기간이 길어진다면 ‘70년대생이 우리보단 나았다’는 80년대생이 나올 것이다.

이진영 논설위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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