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년 가까운 역사 가진 스미스필드 마켓
시대에 뒤쳐진 도심지 축산 시장 못마땅
시당국 이전 계획 취소하고 폐쇄키로 결정
[서울=뉴시스]1000년 가까이 축산물 거래를 해온 영국 런던의 스미스필드 마켓이 사라지게 됐다. (출처=이코로스트럼 홈페이지) 2024.11.29. *재판매 및 DB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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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영국 런던에서 1174년부터 말, 소, 황소, 돼지 등을 거래하기 시작했으며 1327년 에드워드 3세 국왕으로부터 축산물 시장 허가를 받은 유서 깊은 스미스필드 마켓(Smithfield Market)이 폐쇄될 예정이라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28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스미스필드 마켓 소유자인 시티 오브 런던 코퍼레이션(City of London Corporation)이 스미스필드 마켓을 이스트 런던(East London)으로 이전하는 계획을 취소하고 폐쇄키로 했다.
이곳에서 22년 동안 정육점을 운영해온 존 버트(64)는 “헨리 8세 시대부터 있어온 스미스필드 마켓이 폐쇄될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현재의 스미스필드 마켓은 1868년 빅토리아 시대 뛰어난 건축 작품으로 지어진 건물이다. 건물 아래로 가축을 실은 기차가 지나가고 높은 아치형 지붕으로 마치 커다란 동굴과 같은 느낌을 주는 곳이다.
그러나 너무 구시대적이 됐다. 슈퍼마켓 체인 시대에 축산물 도매 시장이 런던 중심가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 문제가 되는 것이다. 코번트 가든(Covent Garden)의 과일, 채소 시장은 1970년대 도심지 밖으로 이전했다. 수산물 시장은 1982년 커네리 워프(Canary Wharf)로 이전했다.
시 당국은 술집과 레스토랑으로 가득한 골목을 고기를 실은 트럭이 털털거리며 다니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긴 끝에 폐쇄키로 결정했다. 이 지역을 사무실, 아파트, 상점가로 재개발할 생각이다.
시 당국은 스미스필드 마켓의 축산물 거래를 2028년까지만 허용하기로 했다.
런던의 유서 깊은 건물 보존을 위해 노력해온 역사가 겸 언론인 사이먼 젠킨스는 스미스필드 마켓을 코번트 가든과 경쟁할 수 있는 문화 및 쇼핑 메카로 만들면 좋을 것이라고 밝혔다. 과일, 야채 시장이 있던 코번트 가든은 현재 활기찬 상점가로 관광객이 넘치는 지역이다.
시당국은 당초 스미스필드 마켓을 런던의 가장 오래된 시가지였던 곳을 템스 강의 시카고로 불리는 고층건물 가득한 스퀘어 마일(Square Mile)로 개발한 것처럼 대대적으로 개발할 생각이었다.
또 스미스필드 마켓과 빌링스케이트(Billingsgate) 수산시장은 이스트 런던의 대거넘 독스(Dagenham Docks)로 이전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건축비가 너무 오르면서 개발이 어려워졌다.
시 당국은 지난 2021년에도 2억8800만~3억6500만 파운드(약 5100억~6500억 원)을 들여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 콘서트홀을 지으려던 계획도 취소했었다.
스미스필드 마켓 폐쇄 결정은 런던 시민들이 유서 깊은 런던을 보존하려는 의지가 약해졌음을 드러낸다. 고층 건물을 짓지 못하게 한사코 막았던 런던 시당국이 금융 중심지로서 위상을 지키기 위해 커네리 워프를 대대적으로 재개발한 이래 런던은 고층건물 숲이 돼가고 있다. 2030년까지 새로운 고층건물 10여 채가 더 들어설 예정이다.
스미스필드 마켓은 많은 역사적 사건의 현장이다. 1305년 스코틀랜드 독립 지도자인 윌리엄 월러스가 교수된 뒤 능지처참당한 곳이다. 16세기 메리 1세 여왕 때는 ‘이단자’ 신교도들을 화형한 곳이다.
이처럼 피비린내 가득한 역사의 현장이지만 폐쇄 작업은 순조롭게 진행될 전망이다. 현재 스미스필드 마켓에서 일하는 상인들은 대부분 고령이고 축산물 거래는 사양 산업이어서 폐쇄 뒤 대부분 은퇴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yjkang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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