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한강은 지난 5월 삼성호암상 시상식에서 수상 소감을 이렇게 시작했습니다. 여기서 ‘걸어가고 있다’는 건 비유적 표현이지만, 실제 걷기도 많이 한다고 합니다.
노벨문학상을 받은 한강 작가는 소설을 쓸 때 ‘충전’을 위해 매일 ‘읽기’와 ‘걷기’를 반복한다. 중앙포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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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시집과 소설을 한 권씩 읽는다. 문장들의 밀도로 다시 충전되려고. 스트레칭과 근력 운동과 걷기를 하루에 두 시간씩 한다. 다시 책상 앞에 오래 앉아 있을 수 있게.” - 한강, 『디 에센셜: 한강』, p.346
소설 쓸 때 ‘읽기’와 ‘걷기’를 반복하는 게 그의 루틴이랍니다. 작품을 출간하고 나면 “소설을 쓰던 때보다 오히려 책을 덜 읽는다. 걷기도, 스트레칭도, 근력 운동도 덜 한다”고 합니다.
왜 ‘걷기’와 ‘읽기’일까요? 걷기는 ‘세상의 길’을 따라가는 여행이고, 읽기는 ‘인생의 길’을 찾아가는 여행입니다. 읽는 책이 ‘작은 텍스트’라면, 걷는 세상은 ‘큰 텍스트’입니다. 걷기도, 읽기도 할 땐 힘들지만 하고 나면 ‘충전’이 됩니다. 걷기는 다리와 가슴을 튼튼히 해주고, 읽기는 머리와 마음을 채워 주죠. 한강 작가처럼 규칙적으로 한다면, 우리네 고단한 일상을 버틸 수 있는 힘이 돼줍니다.
그는 ‘쓰기’만이 자신의 “유일한 집”이라고 말합니다.
“사주에 역마가 들어서인지 무던히도 여러 곳을 옮겨다니며 살아왔는데, 오직 쓰기만을 떠나지 않고 어쩌면 그게 내 유일한 집이었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 한강, 앞의 책, p.359
실제로 작가는 광주광역시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자랐습니다. 작가가 된 뒤에도 여러 나라를 옮겨다녔습니다. 첫 산문집 『사랑과 사랑을 둘러싼 것들』(2009)은 국제창작 프로그램 참가차 미국에서 살았던 경험을 바탕으로 썼습니다. 폴란드 바르샤바 얘기가 나오는 소설 『흰』(2018)은 실제 바르샤바에서 머물며 집필했습니다.
글 머리에 언급했던 ‘2024 삼성호암상 시상식’ 수상 소감으로 다시 돌아가 보죠. 그는 자신은 ‘걷는 중’이고 ‘계속 걸어가겠다’고 강조합니다.
“글 쓰는 사람 이미지로 쉽게 떠올릴 수 있는 것은 고요히 책상 앞에 앉은 모습이지만 사실 저는 걸어가고 있습니다. 먼 길을 우회하고 때론 길을 잃고 시작점으로 돌아오고 다시 걸어 나아갑니다.
혼자서 걸어가는 그 과정이 고립된 것 같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어쨌든 저는 언어로 작업하는 사람이고 언어는 결국 우리를 연결해 주는 실이니까요. 아무리 내면적인 글을 쓰는 사람이라고 해도 언어를 사용하고 있는 한 그 사람은 세계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올해는 제가 첫 소설을 발표한 지 꼭 30년이 되는 해입니다. 30년 동안 제가 글쓰기를 통해 사람들과 연결되어 있었다는 것이 때론 신비하게 느껴집니다. 천천히 서두르지 않고 더 먼 길을 우회해 계속 걸어가 보려고 합니다.”
멈추지 않고 계속 걷고 읽는 사람들, 책은 그렇다고 치고 걸으면 뭐가 좋을까요.
걷기는 다리와 심장을 튼튼하게 해줍니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닙니다. 사실 운동 효과만 놓고 보면 걷기보다 더 좋은 운동도 많습니다. 특히 다이어트가 목적이라면 걷기는 좋은 선택이 아닙니다. 그럼 왜 걸을까요? 매주 수요일 '더중앙플러스'에서 독자 여러분과 '걷기'와 '읽기' 얘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저와 함께 걷고, 읽어 보시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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