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매우 불안" "돌아다닐수 있어 좋지만, 휴전 계속 이어졌으면"
"우릴 지켜줄수 있는건 헤즈볼라" vs "극단적 종파에 의지해야 하나"
"국방력 강력해야 나라 지킬수 있어…한국처럼 정상국가 되었으면"
베이루트 해변 |
(베이루트=연합뉴스) 김동호 특파원 = 이스라엘과 친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가 60일간의 휴전에 돌입했지만 레바논 남부에서 산발적인 무력 충돌이 이어지며 합의가 파기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휴전 사흘째인 29일(현지시간)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 만난 시민들은 1년여만에 맞이한 평화로운 분위기를 반기면서도 언제고 다시 교전이 재개될 수 있다며 경계심을 늦추지 않는 모습이었다.
람렛알마이다 해변 앞의 한 카페에서 부인 파티흐씨와 대화하던 알리씨는 휴전으로 안전함을 느끼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렇지 않다"며 "이스라엘은 믿을 수 없는 거짓말쟁이들"이라고 답했다.
알리씨는 2주일 전인 지난 15일 헤즈볼라 대원이었던 친구 이스마일이 전사했다며 고개를 저었다.
파티흐씨도 곁에서 "나는 지금도 매우 불안하다"고 거들었다.
그는 불과 며칠 전까지 레바논 남부에서 피란 온 사람들이 노숙하던 해변을 가리키더니 "지금 우리를 지켜줄 수 있는 것은 레바논군이 아닌 헤즈볼라"라며 "나와 알리는 헤즈볼라의 지지자"라고 말했다.
미국과 프랑스가 중재한 이번 협상 결과에 불신을 나타낸 것이다.
휴전에 피란생활 접고 고향 향하는 차량 |
기독교인 거주지역 데크와네에서 만난 골동품 가게 사장 아티프씨는 "이스라엘은 우리를 죽이려고 다시 덤벼들 것"이라고 단언했다.
아티프씨는 "전투가 멈추는 두 달 동안 이스라엘군은 전열을 정비하려는 것"라며 "이집트에서 이라크까지 전부 지배하겠다는 것이 그들의 생각"이라고 의심했다.
시내의 한 스타벅스 매장에서 커피를 마시던 자드(37)씨는 "나는 2006년 전쟁 때 대학생이었는데, 폭격이 한창일 때에는 대피소에 웅크려있다가 공습이 끝나면 밖으로 나가 친구들과 술을 마셨던 기억이 난다"며 말을 이어갔다.
자드씨는 "지금도 그때와 똑같이 슬픔과 즐거움이 공존하고 있고, 그게 레바논 사람들의 일상"이라며 "전쟁이 완전히 끝났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항상 두려움에 떨며 살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방력이 강력해야만 나라를 지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 등의 이름을 거론하더니 "우리나라에는 부패한 귀족 정치인들을 몰아낼 개혁을 추진할 강력한 지도자가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마음껏 거리 활보하는 어린이들 |
한참 자드씨의 말을 잠자코 듣고만 있던 친구 알리씨는 "언제까지 극단적 종파에 의지해야 하나"라고 반론을 폈다.
알리씨는 2022년 이후 대통령이 공석인 자국의 현실을 개탄하며 "나는 레바논이 프랑스처럼, 한국처럼 제대로 된 정부와 군을 가진 정상국가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꿈이 있다"라고 말했다.
베이루트아랍대학교에 다니는 캐런 엘마이(21)씨는 "지난 이틀간 해가 떨어진 뒤에도 폭격을 걱정하지 않고 시내에 나와 돌아다닐 수 있어 좋았다"며 "합의에 대한 위반 사항이 조금 생기더라도 휴전이 계속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엘마이씨는 "이런 일은 작년에 가자지구에서도 벌어지지 않았나"라며 "이스라엘 적은 행동을 예측할 수 없고 국제적인 약속도 존중하지 않기 때문에 걱정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전쟁이 계속될 때보다는 안전하다고 느낀다"고 털어놨다.
그는 "합의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이 완전히 철수할 때까지 60일이 걸리리라는 것에 동의가 이뤄진 것"이라며 "이스라엘이 앞으로 며칠간 이런 식의 공격을 계속하지 않는다면 지금의 평화를 계속 이어갈 수 있도록 해 달라"고 말했다.
d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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