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사업가 저스틴 선이 620만달러(약 86억5800만원)에 낙찰받은 일명 ‘벽에 붙은 바나나’로 불리는 작품 '코미디언'을 먹는 모습.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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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 사업가가 620만달러(약 86억5800만원)에 낙찰받은 일명 ‘벽에 붙은 바나나’로 불리는 예술작품을 먹어 치웠다.

중국 출신의 암호화폐 트론(TRON)의 창립자 저스틴 선은 지난 29일(현지시각) 홍콩 침사추이의 페닌슐라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작품 ‘코미디언’의 벽에 붙어있던 바나나를 떼어내 먹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그는 “다른 바나나보다 훨씬 맛있다”며 웃었다. 선은 이날 무대 위 퍼포먼스와 발언을 마친 후 참석자들에게 플라스틱 패널에 테이프로 붙여진 바나나를 선물로 제공하면서 “누구나 먹을 바나나가 하나씩은 있다”고 말했다.

선은 지난 20일 미국 뉴욕 소더비 현대미술 경매에서 이탈리아 작가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작품 ‘코미디언’을 620만달러에 낙찰받았다. 엄밀히 말하면 그는 경매에서 바나나를 벽에 덕트 테이프로 붙이고 작품 ‘코미디언’이라고 부를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진위 인증서’를 구매했다. 그가 경매 후 소더비 측으로부터 받은 건 진위 인증서와 더불어 바나나와 공업용 테이프를 시중에서 구입해 설치하는 법에 대한 안내서였다. 이날 언론 앞에서 먹은 바나나는 그가 경매에서 낙찰받은 당시 쓰인 바나나는 아니며, 홍콩 현지에서 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작품은 2019년 아트바젤마이애미비치에서 처음 공개됐을 당시 흰 벽에 은색 덕트테이프로 바나나를 붙인 단순한 구성으로 큰 화제를 모았다. 당시 이 작품은 예술계에서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전시 중 한 예술가가 바나나를 떼어 먹는 해프닝도 있었다. 지난해 서울 용산구 리움 미술관에 전시된 당시에도 서울대 미학과 학생이 바나나를 먹고 껍질을 붙여놓았다. 이 작품은 총 3점으로 만들어져 각 12만~15만달러(약 1억6700만원~2억1000만원)에 팔렸다. 이 중 한 점은 구겐하임 미술관에 기증됐고, 다른 두 점은 개인이 소장하고 있다. 이번 경매에 나온 작품의 이전 소장자는 알려지지 않았다.

선은 소더비에 보낸 성명을 통해 “이것은 단순한 예술 작품이 아니라 예술, 밈, 가상화폐 커뮤니티의 세계를 연결하는 하나의 문화적 현상”이라며 “저는 독특한 예술적 경험의 일환으로 바나나를 직접 먹어 예술사와 대중문화에서 위치를 존중하겠다”라고 했다. 선은 소더비 측에 낙찰 대금을 암호화폐의 일종인 스테이블 코인(달러화 등 기존 화폐에 고정가치로 발행되는 암호화폐)으로 지급했다고 한다. 그는 파이낸셜타임스에 “소더비가 암호화폐를 결제 수단으로 받아들여 줘서 매우 흥분했다”고 말했다.

선은 지난 26일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를 통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일가의 암호화폐 사업인 ‘월드리버티파이낸셜’에 3000만달러(419억원)를 투자했다고 발표했다. 그는 X에서 “트론이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고 혁신을 선도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지난해 선을 등록되지 않은 증권 토큰을 제공하고 판매한 혐의(사기 및 증권법 위반)로 기소했다. 이에 대해 선은 “고소 내용이 근거가 없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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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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