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투자전문가 조언…"예금은 만기 길게, 대출은 신중해야"
"환율, 이미 높은 수준…美 주식, 성장주에서 산업 전반으로 분산투자"
예금은 이미 장단기 금리가 역전된 상황이지만 지금의 높은 금리를 확정할 수 있는 장기 상품을 활용하는 것이 좋고, 대출 금리의 경우 시장금리보다 천천히 떨어질 수 있어 빚을 내는 데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 많았다.
전문가들은 원/달러 환율이 이미 높은 수준인 탓에, 새로 원화를 달러로 환전해 투자하려는 금융소비자가 있다면 환차손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은행 |
◇ "시장금리 점차 내리겠지만 대출금리 하락세 더딜 것…'빚투' 위험"
1일 연합뉴스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투자 전문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기준금리 인하가 본격화하면서 시장금리는 점차 내릴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한은이 내년에도 적게는 0.25%포인트(p), 많게는 1.00%p까지 기준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김완중 하나은행 하나금융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11월 기준금리 전격 인하로 시장금리 낙폭이 확대됐다"며 "2025년 상반기 국채 순 발행 확대로 하락압력이 일부 완화되겠지만, 기준금리 인하 폭 확대에 맞춰 연중 우하향 기조는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은행권 대출금리의 경우 인하 속도가 더딜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대출금리에는 시장금리 외에도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요구 등이 주요 변수로 작용한다.
장현상 KB국민은행 자본시장사업그룹 연구원은 "국내 시장금리는 기준금리 인하가 이어지면서 하락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면서도 "정부 정책 변화와 은행 자금 사정으로 인해 예금과 대출 금리는 다른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다"고 말했다.
박태형 우리은행 TCE시그니처센터 PB지점장도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대출금리 인하를 기대할 수 있지만 그 속도는 아주 지루하고 느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문가들은 새로 대출을 내려면 고정금리와 변동금리 상품을 잘 비교해봐야 하며 시장 변동성이 확대된 상황에서 과도하게 빚을 내 투자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조언했다.
정성진 KB국민은행 강남스타PB센터 부센터장은 "변동금리가 고정금리보다 더 높고 금리 차가 크다면 두 상품의 이자 부담을 잘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박 PB지점장은 "아주 느리겠지만 대출금리 인하가 기대되기 때문에 고정금리보다는 변동금리 대출이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섣불리 큰 폭의 금리 인하를 기대하고 과도하게 대출을 내 투자하는 것은 주의가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김정은 농협은행 NHALL100자문센터 WM전문위원도 "대출 금리 추가 인하 기대는 차주들에게 긍정적인 신호지만, 향후 시장 상황에 따라 금리 인하 폭이 크지 않거나 더딜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은행 대출 창구 |
◇ "예금보다는 채권에 주목…주요국 국채·우량 회사채 투자 추천"
전문가들은 예금은 이미 장단기 금리가 역전된 상황인 만큼 매력은 크지 않다면서도 투자 의향이 있다면 가능한 만기를 길게 가져가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박 PB지점장은 "현재 정기예금 금리는 6개월, 3개월, 1년, 1개월 순으로 높다"며 "자금의 성격과 사용 일정에 따라 기간별로 분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은영 신한 프리미어 PWM압구정센터 PB팀장은 "현재 장기금리가 낮지만, 단기보다는 장기금리 예치를 추천한다"며 "금리 하락기 장기간 자금을 묶어두려는 투자자라면 확정금리형 저축성 보험이나 조건부자본증권, 후순위채 같은 확정금리형 상품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권했다.
정 부센터장도 "금리 인하 시기에는 확정금리를 제시하는 장기 고정금리 상품을 생각해볼 수 있다"며 "보험회사에서는 5년간 확정금리를 제시하고 장기 유지 보너스 이율까지 제공하는 상품을 판매하고 있고, 일정 요건을 갖추면 비과세 혜택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금리 인하 시기 눈여겨봐야 할 투자처로 채권을 꼽았다.
정 부센터장은 "금리 인하기에는 채권 투자를 통해 표면이율에 따른 이자소득뿐 아니라, 채권 가격 상승에 따른 매매차익도 노릴 수 있다"며 "개인 투자자의 채권 매매차익은 과세에서 제외되므로 절세 효과도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발행회사의 부도 등 위험이 있으니, 국채에 투자하면 신용위험을 낮출 수 있다"고 덧붙였다.
문동열 하나은행 투자상품전략부 차장도 "금리 하락 사이클에서는 채권 투자가 유용하다"고 말했다.
미국 채권은 경제 전망이 나쁘지 않지만 최근 과매도 돼 가격 매력이 있고, 한국 채권은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과 안전자산 선호 등을 고려하면 투자 매력이 있다는 게 문 차장의 설명이다.
박 PB지점장은 국내 채권 중에서도 국채 대비 높은 금리를 받을 수 있는 우량 회사채 투자를 권했다.
또한 "장기물 채권은 중단기 채권에 비해 금리 하락 폭이 제한적일 수 있다"며 "혹 투자를 검토한다면 긴 투자 관점에서만 접근하라"고 조언했다.
그는 미국 채권 투자와 관련해서도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속도와 폭이 예상보다 더딜 것으로 보여 본격적인 금리 인하를 확인하고 장기채를 편입해도 늦지 않다"고 강조했다.
딜링룸 |
◇ "신규 달러 투자, 환차손 가능성 고려해야"…주식은 전망 엇갈려
미국 연준의 정책금리 인하가 당초 예상보다 늦어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지금 원화를 달러로 환전해 새로 투자하는 것은 권하지 않는다는 전문가가 많았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까지 오르는 등 이미 높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안 PB팀장은 "환율을 고려하면 현시점에서 달러 자산 편입은 유리해 보이지 않는다"고 조언했다.
정 부센터장도 "현재 환율이 과거 대비 높은 수준이기 때문에 원화를 달러로 환전해 투자하는 것은 향후 환율 하락에 따른 환차손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박 PB지점장은 "원/달러 환율 상단을 1,450원까지 열어둔다"며 "당분간 1,410원∼1,370원 사이에서 움직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투자자산 일정 부분은 반드시 달러 자산으로 보유하라"며 "현재 달러 자산을 적정 부분 보유 중이라면 상관없지만 달러 자산을 갖고 있지 않거나 그 비중이 작다면 1,350원 이하에서 분할 매수하라"고 추천했다.
주식과 관련해서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갈렸다.
박 PB지점장은 "미국 주식은 여전히 좋을 것"이라면서도 "상반기 빅테크(거대 정보통신 기업) 중심으로 집중된 투자를 미국 산업 전반으로 분산해 투자하라"고 권했다.
그는 상반기까지는 빅테크로 대변되는 미국 성장형 주식 중심으로 기업 이익이 증가했고 그 이상 성과가 있었으나, 하반기에는 빅테크에 집중돼있던 기업이익이 미국 산업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반면 문 차장은 "미국 주식 위주로 보유하되 포트폴리오 전체 관점에서 채권보다 높은 비중은 추천하지 않는다"며 "지금 주식 상승 사이클이 2년간 큰 조정이 없었기 때문에, 너무 공격적인 투자는 지양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shk999@yna.co.kr, hanjh@yna.co.kr, ss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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