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 등에 칼 꽂아" 각종 욕설 난무
"피해 주려던 것 아닌데 수백 명이 비난"
지난달 22일 서울 시내 한 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습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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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 전공의였던 20대 일반의가 의사 커뮤니티에서 집단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며 도움을 요청했다.
서울 한 유명 대학병원의 소아과 예비 전공의였다는 A씨는 지난 1일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 '의사 커뮤니티에서 벌어지는 집단 린치를 폭로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커뮤니티서 신상 공개·각종 모욕"
그는 "특정 익명의 의사 커뮤니티에서 몇 주간 지속적으로 실명을 포함한 신상정보 공개, 허위사실을 포함한 명예훼손, 협박, 각종 모욕과 욕설을 포함하는 극단적인 집단 린치(괴롭힘)를 당하고 있어 이를 폭로하고 도움을 구하고자 글을 쓰게 됐다"며 "괴롭힘이 시작된 이유는 커뮤니티의 기준에 맞지 않는 근무지에서 근무하고 있다는 것 단 하나뿐"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지난달 초부터 서울 한 병원에 일반의로 지원했고, 정형외과에 배정돼 근무를 시작했다. 근무를 시작한 직후부터 의사 커뮤니티에서 자신의 실명 또는 초성을 언급한 글이 올라오기 시작했다고 한다.
A씨는 "면접관께서 이전 근무자들이 협박 전화를 받고 그만뒀는데 괜찮을지 물어보셨으나 당시에는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며 "동기 선생님이 제게 (커뮤니티에) 글이 올라온 것을 알려준 뒤 그분은 바로 그만뒀고, 저는 그만둘 수 없어 계속 근무했다"고 설명했다.
의사 익명 커뮤니티에 올라온 A씨 비판 글.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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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가 공개한 사진을 보면 그가 근무를 시작한 당일 의사 커뮤니티에 "OO병원에 2명이 지원했다는데 누군지 아는 사람"이라며 신상을 캐묻는 글이 올라왔고, 이틀 뒤 A씨와 입사 동기 1명의 실명이 공개됐다.
이때부터 "한자리라도 준다냐? 동료 등에 칼 꽂고 신나냐?", "이 시기에 소아과 선택한 것부터 일관되게 멍청하다", "배신자 낙인찍어야 한다" 등 A씨를 비판하는 글과 입에 담기 어려운 욕설 댓글이 이어지기 시작했다.
"수련의뿐 아니라 촉탁의도 비난 대상"
A씨는 "(커뮤니티에서) 수련을 그만두지 않은 사람들에 대한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부역자', '감귤'이라 부르며 박제하고 비난하는 일이 계속해서 일어났고, 반년이 훌쩍 지난 지금까지도 점점 심해졌다"며 "감귤은 처음에는 수련병원에서 일하는 수련의만을 지칭했으나, 나중에는 수련병원에서 일반의로 근무하는 촉탁의(계약 의사)도 비난의 대상이 됐다"고 설명했다. 자신도 이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경제적인 이유로 일반의 근무를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자신이 단순 촉탁의(계약 의사)로 근무하는 것뿐 아니라, 0년 차로 일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져 더 큰 비난을 받고 있다고 추측했다. 0년 차는 주로 수련 경쟁이 있는 인기과들에서 추후 수련의 선발 약속을 받고 의국 업무를 돕고 일하는 것을 뜻한다.
A씨는 "필요에 의해 직장을 구했고, 누군가한테 피해를 주려던 것도 아닌데 갑자기 수백 명이 조롱하고 비난하는 게 이해가 가질 않는다"며 "갑작스레 닥친 일이 여전히 믿기 어렵고, 비난과 허위사실 정도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고 호소했다.
그는 주도자가 있다고 판단,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해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이다. 또 국민동의청원 홈페이지에 '특정 의사 익명 커뮤니티에 대한 조사 및 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법의 개정에 관한 청원'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대책 마련을 호소했다. 현재 100명 이상이 동의해 공개 청원으로 전환을 앞두고 있다.
윤한슬 기자 1seu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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