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
대학병원 소아청소과 예비 전공의였다가 지금은 서울의 한 종합병원 일반의로 근무하는 의사가 의사 커뮤니티에서 신상이 털리고 모욕당하는 등 집단 린치에 시달리고 있다고 피해를 주장했다.
2일 의료계에 따르면 전날 국회 국민청원에는 '특정 의사 익명 커뮤니티에 대한 조사 및 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법의 개정에 관한 청원'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사진=국민동의 청원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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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원인은 같은 날 보배드림 등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 "익명의 의사 커뮤니티에서 몇 주간 지속해서 실명을 포함한 신상정보 공개, 허위 사실 명예훼손, 각종 모욕과 욕설 등 집단 린치를 당하고 있어 도움을 구하고 싶다"며 사이버 불링(Cyber Bullying, 인터넷상 집단 괴롭힘)을 토로하는 글을 올렸다. 게시글이 알 수 없는 이유로 삭제된다며 동일한 내용을 올리기 위해 블로그까지 개설하며 피해를 호소했다.
그가 공개한 의사 커뮤니티 '메디스태프' 게시글과 댓글을 보면 "○○병원에서 일하고 있다는데 맞나? ○○에서 인턴하고, 학교는 ○○. 동료 등에 칼 꽂고 신나? 숨어서 벌벌 기면서 하지 말고 떳떳하게 해", "자살 추천한다. 동료 등에 칼 꽂는 놈"이라며 청원인을 비난하고 모욕하는 글이 다수 올라와 있다.
심지어 "애미 XX, 애비 XX", "자식 교육 잘못해서 죄송합니다. 더 두들겨 팼어야 하는데", "시XXX" 등 청원인의 부모까지 입에 담기 힘든 욕설 등으로 비하하기도 했다.
의료계 집단행동에 동참하지 않은 의사·의대생의 신상 정보가 담긴 블랙리스트 '감사한 의사'를 유포한 사직 전공의 정 모씨가 2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경찰과 함께 이동하고 있다./사진=(서울=뉴스1) 장수영 기자 |
청원인에 따르면 의사 커뮤니티에서 벌어진 집단 괴롭힘은 그가 일반의로 근무를 시작한 지난달 7일부터 시작됐다. 그는 의대 증원 논란 당시 병원과 학교로 돌아간 의사·의대생 신상 정보가 담긴 '블랙리스트'가 유포된 것을 언급하며 "'부역자', '감귤'이라고 부르며 박제하고 비난하는 일이 계속 일어났다. 저도 이 사실을 알고 있긴 했지만, 경제적으로 선택지가 없어져 근무를 시작했다"고 전했다.
병원 공고를 보고 지원해 면접 후 정형외과 일반의로 배정됐는데, 이때부터 '악몽'은 시작됐다. 정형외과가 인기과로 분류되다 보니 의사 사이에서 '기회주의자'라는 오해를 받게 된 것이다. 청원인은 "모집공고에 정형외과가 전혀 언급되지 않았고 수련 TO(전공의 티오)도 없다"며 "현재 고소장을 접수해 수사가 진행 중인데, 저 혼자만의 힘으로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한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매주 올라오는 글에 제 이름이 박혀 있고, 말도 안 되는 비난 글에 수백명이 추천을 누르고 저를 욕하고 있다. 약속이라도 한 듯 토요일마다 게시글이 올라와서 손발이 부들부들 떨리고, 가슴이 쿵쾅거린다. 잠도 잘 못 잔다"고 하소연했다.
또 그는 "직장 동료들은 모두 친절한데 그중 누군가가 저의 일거수일투족을 상대방에게 알려주고 있어 항상 주변을 살피고, 누구 앞에서 무슨 말을 했는지 의식하고 있다"며 "필요에 의해 직장을 구했고,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려던 것도 아닌데 갑자기 수백명이 조롱하고 비난하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고 괴로워했다.
청원인이 블로그를 통해 공개한 의사 커뮤니티 탈퇴 처리 안내 메시지./사진=네이버 블로그 캡처 |
청원인은 블로그 게시글을 통해 "이 일에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지게 돼 더 적극적인 수사, 혹은 커뮤니티 운영진의 협조가 생기길 기대한다"며 국민청원과 게시글을 작성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메디스태프'에서 익명 보호를 이유로 메일에 답장도 받지 못했고 심지어 강제 탈퇴 처리됐다며 황당해했다.
이어 "극단적인 이들은 입맛에 맞지 않는 글이나 기사가 있으면 좌표를 찍고 댓글을 점령하고 있어 글이 묻히게 될까 걱정"이라며 "제가 생각할 수 있는 모든 짓을 할 생각이다. 도와주십시오"라며 글을 마무리했다.
박정렬 기자 parkj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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