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03 (화)

이슈 IT기업 이모저모

'반도체 왕국 재건' 꿈꿨던 인텔 겔싱어 CEO 전격 사임(종합)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18세 때 엔지니어 입사 CTO 거쳐 퇴사후 2021년 CEO로 복귀

'TSMC 잡겠다' 선언·美 정부 대규모 지원 이끌어…경영난은 지속

연합뉴스

사임한 팻 겔싱어 인텔 CEO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뉴욕·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이지헌 김태종 특파원 = '반도체 왕국 재건'을 목표로 인텔 지휘봉을 잡았던 팻 겔싱어(63) 최고경영자(CEO)가 전격 교체됐다.

인텔은 2일(현지시간) 보도자료를 내고 겔싱어 CEO가 지난 1일부로 사임했다고 밝혔다. CEO직을 맡고 회사를 이끈 지 4년 만이다.

인텔은 최고재무책임자(CFO)인 데이비드 진스너 부사장과 클라이언트컴퓨팅그룹(CCG) 등을 이끄는 미셸 존스턴 홀트하우스 사장을 차기 CEO 선임 때까지 회사를 이끌 임시 공동 CEO로 임명했다.

프랭크 예어리 이사회 임시 의장은 "우리는 더욱 슬림하고 민첩한 인텔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겔싱어 전 CEO가 재임 기간 인텔의 재건을 추진해왔다는 점에서 그의 사임 소식은 다소 의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AP 통신과 abc 뉴스 등은 "인텔이 겔싱어 CEO가 사임했다는 놀라운(surprise) 발표를 했다"고 전했다.

구체적인 사임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그의 재건 노력에도 취임 이후 인텔은 계속해서 실적난을 겪어 왔다.

겔싱어 전 CEO는 반도체 업계에 입지전적인 인물로 평가받는다.

18세 때인 1979년 엔지니어로 인텔에 입사해 최고기술책임자(CTO)까지 오른 뒤 2009년 회사를 떠났다. 이후 VM웨어 등을 거쳐 2021년 2월 위기에 빠진 인텔을 구하기 위해 CEO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인텔은 1970년대 후반부터 50년 가까이 개인용컴퓨터(PC) 중앙처리장치(CPU)를 중심으로 반도체 산업을 지배해왔지만, 모바일 및 인공지능(AI) 등 시대 변화에 뒤처지고 주력인 CPU 부문에서도 경쟁사인 AMD에 추격을 허용하며 경쟁력을 잃어왔다.

겔싱어 전 CEO는 인텔 복귀 이후 '반도체 왕국 재건'을 목표로 야심찬 계획을 추진해 왔다.

그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재진출을 선언하고, 삼성전자는 물론,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 TSMC를 수 년내에 따라 잡겠다고 선언했다.

연합뉴스

인텔 로고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미 정부로부터 이른바 '인텔 지원법'이라고 하는 '반도체 법'을 만들어 78억6천500만 달러(약 11조 원)의 직접 자금 지원을 끌어냈고, 미국과 전 세계에 걸쳐 대규모 투자를 추진했다.

그러나 10년 이상 손 놓고 있었던 기술 혁신을 따라잡기에는 쉽지 않았다.

줄어드는 PC 수요 등으로 가속하는 경쟁 속에 분기 매출은 전년 대비 계속해서 감소했고, 시장 전망치에도 미치지 못했다.

지난 2분기에는 매출과 주당 순이익이 모두 월가 전망치를 밑돌고, 3분기 예상치도 시장 전망치를 크게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주가는 상장 이후 최대 폭인 하루 26% 떨어지기도 했다.

이에 다른 경쟁사들의 주가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는 가운데 인텔 주가는 올해만 해도 약 50% 급락했다.

인텔은 100억 달러 비용 절감을 위한 대대적인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하고, 전체 직원의 15%인 1만5천명을 정리 해고했다. 또 2024 회계연도 4분기에는 배당금을 지급하지 않고 연간 자본 지출도 20% 이상 줄이기로 한 바 있다.

경영난이 지속되면서 급기야 칩 경쟁자인 퀄컴의 인수 대상으로까지 거론되는 처지가 되기도 했다.

경영난에 따른 투자 지연으로 바이든 행정부로부터 받기로 한 직접 자금도 당초 85억 달러에서 6억3천500만 달러(약 8천872억 원)가 줄어들었다.

겔싱어 전 CEO는 성명에서 "현재 시장 구도에 맞춰 인텔을 포지셔닝하기 위해 어렵지만 필요한 결정을 내렸다"며 "우리 모두에게 힘든 한 해였다"고 말했다.

겔싱어 전 CEO의 사임 소식이 전해진 이날 뉴욕 증시에서 인텔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5% 이상 상승 중이다.

pan@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연합뉴스 앱 지금 바로 다운받기~
▶네이버 연합뉴스 채널 구독하기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