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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5 (목)

울릉도는 활화산, 백두산과 동일한 화산가스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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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울릉도 지하수 샘의 화산가스는 백두산과 동일한 층에서 나오는 것으로 확인됐다. 구글어스에서 본 울릉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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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질학계에서는 일반적으로 1만년 이내에 분화한 기록이 있는 화산을 활화산으로 분류한다. 미래에도 분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만큼 자연의 생명력은 질기다.



이런 기준에 따르면 한반도의 울릉도와 백두산, 제주도는 여전히 활화산 지역이다. 해저 화산이 만든 섬 울릉도에서 가장 최근에 일어난 분화는 5천년 전이다. 백두산이 마지막으로 분출한 때는 1903년, 한라산과 주변 화산들로 이뤄진 제주도는 송악산에서 3500년 전 마그마가 분출했다는 기록이 있다.



울릉도에선 지금도 화산체의 균열대를 따라 지표면으로 분출되는 지하수 샘이 있다. 이에 따라 울릉도 샘물엔 이산화탄소가 풍부하다. 일부에서는 기포도 배출되고 있다.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이현우 교수팀이 이를 분석한 결과, 울릉도 지하수에 녹아 있는 가스는 지하 50~60km의 상부 맨틀이 용융된 마그마에서 기원한 화산가스로 밝혀졌다고 국제학술지 수문학저널에 발표했다.



울릉도의 화산가스를 분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구를 이끈 이 교수는 “지금까지는 주로 화산암을 연구 대상으로 삼았는데, 암석은 과거 상태를 보여주지만 가스는 현재 상태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특히 기존의 백두산 화산가스 분석 내용과 비교한 결과, 울릉도와 백두산이 같은 층의 맨틀에서 기원한다는 걸 확인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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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도 샘물에서 나오는 화산가스 기포. 서울대 이현우 교수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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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화산가스도 울릉도와 같은 층





연구진에 따르면 울릉도가 자리 잡고 있는 동해는 신생대 제3기 마이오세(2303만~533만년 전)에 크게 확장됐다. 이를 계기로 한국과 중국을 포함한 북동아시아지역은 일본 섭입대와 분리돼 유라시아판 내부로 편입됐다. 섭입대란 밀도가 더 큰 판이 밀도가 작은 판 아래로 밀려들어 간 곳을 가리킨다. 섭입은 지진과 화산 활동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다. 동해 확장은 1200만년 전 일본 열도가 필리핀판 및 태평양판과 충돌하면서 끝났다.



이후 울릉도, 백두산, 중국 우달리안치화산 등 북동아시아에서 일어난 화산 활동은 일본 열도의 화산 활동과 다른 경로를 밟게 됐다. 일본 열도는 북쪽으론 유라시아판, 남쪽으론 필리핀해판, 동쪽으론 북아메리카판과 태평양판 등 여러 판이 복잡하게 얽혀 지각 활동이 매우 활발한 경계지역이다.



화산가스의 주요 성분은 이산화탄소다. 하지만 가스의 기원을 규명하는 데는 함께 배출되는 비활성 기체 헬륨을 이용한다. 이 교수는 “헬륨은 다른 원소와 잘 합쳐지지 않기 때문에 헬륨의 동위원소 비율을 보면 지구 내부의 어느 지점에서 올라왔는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분석 결과 울릉도 화산가스의 헬륨 동위원소 성분은 백두산과 마찬가지로 대륙 지각 바로 아래쪽에 있는 암석권 맨틀(SCLM, 지하 35∼100km)의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울릉도 화산가스의 발원지는 지하 50~60km로 추정됐다. 반면 일본 섭입대에서 배출되는 화산가스는 지하 100~200km의 연약권 맨틀(MORB)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이 교수는 “제주도 화산가스도 울릉도와 같은 층에 기원을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제주도 화산가스 분석 결과는 이르면 내년 봄께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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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달리안치(WDC), 백두산(MTB), 울릉도(UL)를 포함한 북동아시아 화산지역과 일본 화산가스의 분포. a는 헬륨, b는 이산화탄소의 발원지를 나타낸다. MORB는 연약권(지하 100∼200km), SCLM(지하 35∼100km)은 암석권이다. c는 북동아시아지역 상부 맨틀의 암석권과 연약권 경계지점의 깊이. 빨간색일수록 깊이가 얕다는 걸 뜻한다. 서울대 이현우 교수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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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도 아래 깊은 곳에 마그마 저장소 있는 듯





연구진은 북동아시아 화산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도 일본 섭입대와 뿌리가 다르다고 밝혔다. 일본 섭입대는 유기 퇴적물을 포함해 이산화탄소의 기원이 다양한 반면 울릉도와 북동아시아 화산은 상대적으로 단순하다.



연구진은 “울릉도 화산가스의 헬륨과 탄소 동위원소 성분은 백두산과 매우 비슷했다”며 “이는 두 화산이 거의 동일한 맨틀 성분으로부터 기원했음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북동아시아 지역에는 동해 확장 등으로 인해 암석권의 두께가 상대적으로 얇아진 지역들이 있다”며 이 지역에서 하부의 연약권 맨틀이 상승해 상부의 암석권 맨틀과 상호작용하면서 울릉도, 백두산에 활화산 마그마를 생성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10만년 전 한탄강 지역의 화산 분출이 바로 이 경우에 해당한다.



이 교수는 “울릉도는 동해에서 맨틀 기원 물질이 배출되는 유일한 통로”라며 “울릉도 화산 가스 분석 결과에 따르면 현재 울릉도 아래 50∼60km 지점에 마그마 심부 저장소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논문 정보



https://doi.org/10.1016/j.jhydrol.2024.132286



Water and gas geochemistry of springs in Ulleungdo volcano, South Korea: Implications for degassing of upper mantle-derived volatiles in Northeast Asia.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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